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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참패, 무리뉴를 압도한 콘테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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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4-0 압승으로 끝난 '무리뉴 더비' 

[오마이뉴스이근승 기자]

첼시가 지난달 25일(이하 한국 시각) 아스날에게 3-0으로 무기력하게 패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 전망은 굉장히 어두워 보였다. 첼시의 포백라인은 상대에게 너무나도 쉽게 뒷공간을 내줬고, 수비 조직력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큰 기대를 모았던 은골로 캉테(25, 프랑스)도 기대와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난달 17일 리버풀전 패배에 이어 불안감을 이어갔다.

그런데 첼시가 10월 A매치 기간이 이후 새로운 팀으로 변했다. 우선, 수비가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뀌었고, 마르코스 알론소(25, 스페인)와 빅터 모제스(25, 나이지리아) 등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중용 받기 시작했다. 공격에서도 에당 아자르(25, 벨기에)와 페드로(29, 스페인)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디에고 코스타(28, 스페인)는 득점으로 기대에 응했다.    

첼시가 24일 오전 0시 영국 런던에 있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4-0으로 완승했다. 특히, 지난 15일 레스터 시티전 3-0 승리에 이어 리그 3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첼시는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27, 스페인), 다비드 루이즈(29, 브라질), 게리 케이힐(30, 잉글랜드)의 스리백 수비로 맨유의 공격을 막아섰고, 아자르와 코스타, 페드로는 공격을 이끌었다. 맨유는 마루앙 펠라이니(28, 벨기에)가 선발로 복귀했고, 폴 포그바(23, 프랑스)가 후안 마타(28, 스페인)를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첼시는 경기 시작 30초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알론소가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겨준 볼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빠르게 침투한 페드로가 잡아 다비드 데헤아(25, 스페인) 골키퍼를 제쳐내며 이른 시간 선취골을 뽑아냈다. 맨유는 크리스 스몰링(26, 잉글랜드)과 에릭 베일리(22, 코트디부아르)가 알론소의 긴 패스가 넘어올 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데헤아 골키퍼까지 공을 처리하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최악의 출발을 알렸다. 

이른 시간 앞서가기 시작한 첼시는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첼시는 맨유가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수비진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맨유 공격진에게 좀처럼 슈팅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페드로와 아자르가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을 여러 차례 선보였고, 최전방의 코스타가 좋은 몸 상태를 보이면서 맨유를 압박했다. 

맨유는 전반 7분 공격에 가담한 안토니오 발렌시아(31, 에콰도르)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 스웨덴)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안데르 에레라(27, 스페인)가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맨유의 미드필드진은 첼시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상대 스리백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어낼 수 있는 양질의 패스가 없다 보니, 공격에서 답답함이 이어졌다. 수비에서도 선수들 간의 소통이 잘 안 되면서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페드로와 아자르의 빠른 발에 여러 차례 불안감을 노출했다.

결국 첼시의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20분 첼시의 코너킥 상황에서 맨유의 발렌시아가 헤딩한 볼이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골문 앞에 있었던 첼시의 케이힐에게 향했고, 이어진 강력한 슈팅이 달레이 블린트(26, 네덜란드)의 몸에 맞고 골망을 갈랐다. 이후 첼시는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맨유를 압도했다.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펠라이니를 빼고 마타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효과가 없었다. 여기에 후반 5분 만에 중앙 수비수 베일리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마르코스 로호(26, 아르헨티나)와 교체되는 악재까지 맞이했다.  

후반전에도 맨유는 점유율만 가져갈 뿐, 별다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이는 세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첼시가 후반 16분 아자르-캉테-마티치-아자르로 이어지는 간결한 패스와 마무리 슈팅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아자르는 이날 드리블·패스·슈팅 등 공격의 모든 면에 있어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은 4만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첼시의 득점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24분 맨유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은 캉테가 드리블 돌파를 통해 수비수 2명 사이를 뚫어내며 데헤아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을 맞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뽑아냈다. 

결국,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첼시가 맨유를 상대로 4-0으로 완승하며, 리그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안토니오 콘테의 축구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첼시와 맨유의 경기는 너무 싱겁게 끝났다. 첼시가 모든 면에서 맨유를 압도했고, 이는 4-0이라는 점수 차이로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먼저, 아자르의 활약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자르는 지난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포함해 39경기에 나서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현재까지 9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확실하게 부활했다. 

이날 아자르는 빠른 발과 세계 최고 수준의 드리블 능력을 활용해 팀의 역습을 주도했고, 드리블 돌파를 다섯 차례나 성공하면서 맨유 수비진에게 심한 부담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네 번의 슈팅을 기록했고,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에이스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의 활약도 훌륭했다. 중앙 수비수 케이힐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도 성공했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맨유의 이브라히모비치는 촘촘한 첼시 수비진을 상대로 공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포그바는 캉테와 네마냐 마티치(28, 세르비아)가 버틴 첼시 중원에 막혀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다. 알론소와 모제스도 양 측면 윙백으로서 완벽함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맨유의 마커스 래쉬포드(18, 잉글랜드)와 제시 린가르드(23, 잉글랜드)의 발을 꽁꽁 묶었고, 전반 초반 맨유의 오른쪽 풀백 발렌시아에게 크로스를 허용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측면에서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첼시는 이날 경기 승리로 리그 1위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1점 뒤진 4위로 올라섰다. 콘테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첼시의 상승세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팬들에게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고민에 고민을 더한 맨유와 무리뉴 

맨유는 지난 18일 상승세의 리버풀을 만나 무승부를 기록했고, 21일 페네르바체와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첼시와의 명승부를 기대하게 했지만, 현실은 암울했다. 리그 상위권으로 올라설 기회를 또 놓쳤고, 이날 모든 면에서 첼시에 완벽하게 밀리며 0-4이란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무리뉴 감독의 선택이 팀의 완패를 자초했다. 이날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포그바는 첼시의 캉테와 마티치에게 꽁꽁 묶이면서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드로 나선 펠라이니도 수비의 안전성과 장점인 헤딩 능력을 전혀 선보이지 못하면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맨유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마타의 선발 제외가 가장 아쉬웠다. 마타는 최근 경기들에서 보았듯이 맨유의 공격 전개 과정에 있어 창의성과 패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선수나 다름없다. 여기에 마타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서 준수한 득점력까지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선발 제외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에 대한 아쉬움도 점점 커진다. 이날도 이브라히모비치는 선발로 출전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하긴 했지만, 득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맨유는 팀의 공격 전술이 이브라히모비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 경기를 포함해 이날 역시 측면에서 시도하는 크로스에 의한 공격을 제외하면 이브라히모비치를 위한 전술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발이 느리다는 단점 때문에 역습 상황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수의 부재는 고립을 불러오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높이와 힘을 이용해 동료를 활용하는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맨유의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공격 전술에 이브라히모비치가 맞지 않는다면, 팀을 위해서 다시 한 번 큰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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