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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꿈꾸는 신태용 감독, 두번째 인도네시아 도전

조아라유 0

'야인'으로 지내다 8개월 만에 깜짝 복귀

 

▲  신태용 전 울산HD 감독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12.1

ⓒ 연합뉴스


'풍운아' 신태용 감독이 울산 HD에서의 실패를 딛고,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페르시자 자카르타 구단은 8일(한국시각)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신태용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페르시자 구단은 '환영합니다. 신태용 감독님'이라는 한국어 메시지에 '자카르타는 당신을 이미 기다리고 있다'라며 오피셜 영상을 공개했다.

페르시자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연고로 하여 1928년 창단했고, 인도네시아 1부리그 사상 가장 오래된 9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18년에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25-26시즌에는 3위를 기록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한국축구의 레전드다. 현역 시절 성남 일화 천마(현 성남FC) 왕조의 주역으로 통산 6회의 K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401경기 99득점 68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초의 60-60(득점-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지도자로서는 친정팀 성남의 지휘봉을 잡아 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코리아컵(당시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2014년부터는 국가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성인 A대표팀과 연령대별(20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모두 역임했다.

국가대표팀에서 2016 리우올림픽 8강, 2017 U20 월드컵 16강 등의 성과를 냈으며, A대표팀 수석코치로 2015년 AFC 아시아컵 준우승, 사령탑으로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 9회 연속 본선진출과 독일전 승리(카잔의 기적)를 이끌어냈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난 놈'이라는 별명을 붙였을만큼, 아시아의 지도자를 통틀어서도 클럽과 대표팀에서 동시에 신 감독 수준의 성과를 낸 인물은 드물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와도 인연이 깊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고 2019년 해외로 눈을 돌려 인도네시아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당시만 해도 피파랭킹이 173위에 불과하며 동남에서도 약체로 꼽히던 '축구변방'이다. 국내 최고의 지도자중 한명이었던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행은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신태용 체제에서 인도네시아는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 16강 진출, 2026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컵 준우승 4강 등 여러 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특히 인도네시아 커리어의 하이라이트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2024년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 4강진출이었다. 8강전에서는 모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대한민국을 상대하며, 황선홍 감독과의 전술 싸움에서 압승하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을 따내는 '도하의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은 옛 사령탑이던 신태용의 벽을 넘지 못하며 무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이후 신태용 감독의 커리어는 급격한 부침을 겪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 빛나는 역사를 이뤘던 신 감독은 2025년 1월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로부터 갑작스럽게 경질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2024년 AFF컵' 조별리그 탈락과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의 성적부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네덜란드계 귀화선수들이 늘어난 인도네시아 선수단에서 스타성이 더 높은 유럽인 감독을 원했던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의 사욕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네덜란드 출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가 신태용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후 인도네시아의 성적은 오히려 추락하며 월드컵 본선진출에도 실패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던 신 감독의 불합리한 경질에, 국내외 언론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팬들 사이에서도 여론은 싸늘했다.

국내로 돌아온 신태용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부회장과 친정팀 성남 FC 비상근 단장을 거쳐 2025년 8월, K리그 명문인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았다. K리그 사령탑으로서는 성남 FC 감독 이후 13년 만의 복귀다. 당시 울산은 전 시즌까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강호였으나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김판곤 감독이 경질되며 혼란을 겪고 있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신 감독은 울산을 구해낼 '소방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 감독은 울산에서 지도자 커리어 사상 최악의 흑역사를 다시 썼다. 울산은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오히려 리그에서 1승 3무 4패에 그치며 파이널B행과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울산 선수단과의 불화설과 각종 논란까지 터졌다.

울산 구단은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불과 '65일'만에 또다시 감독 경질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신 감독은 2025년 한 해에만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K리그 클럽팀에 두번 경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부당한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이 많았던 인도네시아 대표팀 시절과 달리, 울산 시절은 명백한 실패였다.

그런데 신 감독과 울산의 갈등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신태용 감독은 경질 이후 울산 선수단의 항명과 감독 무시 등의 사건이 있었으며, 구단도 선수들 편만 들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울산 선수들도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다며 맞대응했다. 울산의 베테랑 이청용(현 인천)은 경기중 신태용 감독을 조롱하는 '골프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또한 수비수 정승현은 신태용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고 폭로하며 실제로 선수단 상견례 자리에서 뺨을 맞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태용 감독과 울산 선수들 모두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양측은 이후 더이상의 상호 비방과 폭로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서로에게 이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지 오래였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던 신태용 감독은 울산 HD를 떠난지 8개월만에 페르시자 지휘봉을 잡으며 인도네시아로의 깜짝 복귀를 선택했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하여 박항서(태국 칸차나부리), 김상식(베트남 대표팀), 김판곤(말레이시아 슬랑오르) 감독 등, 한국 감독들에게 동남아행은 국내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입지가 좁아진 지도자들에게 재기를 위한 기회의 무대가 되고 있다.

비록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경질당했지만,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우호적이다. 신 감독으로서도 울산 시절의 파문으로 인하여 국내에서의 지도자 복귀가 당분간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도네시아행은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어쩌면 더 이상 내려올 곳이 없는 신태용 감독에게, 인도네시아에서의 두번째 도전은 곧 지도자 인생의 재기 여부가 달린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구단 공식채널을 통하여 "원칙과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항상 강조하는 최우선 기준이다. 열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승리를 위해 마지막 1초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앞으로 자카르타와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서 모든 걸 쏟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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