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원태인에게 돌을 던지랴, 106→105구 역투 "솔직히 팔 안 들렸다" 고백... 그래도 5이닝 버텼다…

[스타뉴스 | 대구=양정웅 기자]

삼성 원태인(오른쪽)이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회 3점 홈런을 기록한 김영웅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가을야구에서 연일 역투를 펼치며 삼성 라이온즈를 지탱 중인 원태인(25). 비록 3번째 등판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원태인은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회부터 원태인은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선두타자 손아섭을 잘 잡아냈지만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좌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이어 3번 문현빈에게 실투를 던졌다가 통타당해 우중간 2루타를 맞으면서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노시환과 채은성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마친 원태인은 이후 한동안 좋은 투구를 이어갔다. 2회에는 2사 후 안타를 내줬지만 심우준을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3회에는 상위타선을 삼자범퇴로 잡아낸 후 4회에도 안타 하나를 허용하고도 잘 막아냈다.

그러나 원태인은 문현빈 한 선수를 잡지 못하고 다시 무너졌다. 5회초 첫 타자 최재훈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그는 심우준의 번트 타구를 잡아 2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비디오 판독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야수선택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삼성 원태인(오른쪽)이 22일 열린 2025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회초 한화 문현빈에게 홈런을 맞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2, 3루가 됐고, 원태인은 리베라토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는 듯했다. 하지만 문현빈에게 던진 하이 패스트볼아 공략당하며 우월 3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0-4까지 벌어졌다. 문현빈 한 명에게만 4타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노시환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겨우 마무리했지만, 결국 삼성은 전날 예고한 대로 6회 시작과 함께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를 투입하며 원태인을 내렸다. 이날 원태인은 5이닝 6피안타 3탈삼진 4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1승 2패로 뒤지던 팀 상황, 그리고 토종 에이스가 흔들리며 0-4로 뒤지던 경기 상황. 모든 것이 삼성에게는 악재였다. 하지만 결국 타자들은 원태인의 패전을 지워주며 기적을 썼다. 6회말 삼성은 김지찬의 3루타에 이어 김성윤의 볼넷과 구자욱의 적시타로 한 점을 얻었다. 이어 1사 후 김영웅이 한화 김서현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3점포를 날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김영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7회 무사 1, 2루에서도 한승혁의 초구를 공략, 이번에도 오른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혼자 2홈런 6타점을 기록한 김영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원태인은 그를 안아주며 기쁨을 표시했다. 결국 삼성은 7-4로 승리할 수 있었다.

삼성 김영웅(왼쪽)이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회 3점 홈런을 기록한 후 원태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날 경기에서는 다소 흔들렸지만, 사실 원태인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6⅔이닝 1실점으로 2전 전승을 거뒀다. 특히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 수가 104구였으나,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는 모두 이를 넘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솔직히 팔이 안 들리긴 했다. 아픈 것보다는 많이 뭉쳤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독님이나 코치님, 그리고 (아리엘) 후라도 선수도 나를 배려해줘서 4차전에 나갔다. 거기에 보답하는 피칭을 했어야 했는데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며 "5회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면 좋겠다 했는데, '내 기운이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패배했다면 홈팬들 앞에서 시즌의 마지막을 보여줘야 했다. 원태인은 "홈에서 팬들에게 현수막을 들고 아쉬운 모습을 안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김)영웅이가 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원태인이 5회를 막고 내려간 후, 야수들이 다들 그에게 다가가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강)민호 형도 그렇고 '누가 너한테 돌을 던지겠냐.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 이렇게 말했는데 동점을 만들어줬다"며 "이 팀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며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닝이 지날수록 힘이 떨어지던 상황에서 5회 야수선택은 치명적이었다. 원태인 본인도 "무리한 시도를 했던 것 같다. 차라리 안정적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시 돌아가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이제 시리즈는 2승 2패 원점이 됐다. 원태인은 "우리가 (포스트시즌에서) 패승승패승승패승승 이렇게 가더라. 기세는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분위기가 처지는 걸 느꼈다. 그런데 가을야구에서는 '미친 놈'이 나와야 된다는 게 맞다"며 "내가 준플레이오프까지 했으면, (김)영웅이가 턴을 받아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삼성 원태인이 22일 열린 2025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양정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