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투자해 배우고 왔는데…" 1년 전 감격 눈물의 그 투수, 한화 PS 깜짝 승선하나

[OSEN=잠실, 박준형 기자] 한화 이상규가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8.24 / 

[OSEN=이상학 기자 “1년을 이렇게 끝낸다는 건 너무 아쉽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이상규(29)는 지난겨울 사비를 털어서 한 달 일정으로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주에 있는 야구 전문 트레이닝센터 ‘트레이드 에슬레틱스’를 찾았다. 트레이닝부터 투구 기술, 바이오메카닉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선수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과 피칭 디자인을 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환율이 높은 시기라 비용 부담이 더욱 컸지만 이상규는 자기 자신에게 큰 투자를 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스프링캠프 때 5선발 후보로 시즌을 준비했다. 어깨 재활을 한 문동주의 빌드업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5선발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시범경기 부진으로 기회를 놓쳤고,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5월 1군의 부름을 두 번 받았으나 3경기 5이닝 7실점(6자책) 평균자책점 10.80으로 부진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4월8일 잠실 두산전에선 연장 11회 김기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패전을 당했고, 5월14일 대전 두산전에도 2⅓이닝 4실점으로 흔들리며 1군 등록 다음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4개월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쭉 시간을 보냈다. 26경기(14선발·72이닝) 4승3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25 탈삼진 51개로 호투했다. 선발, 중간, 마무리 가리지 않고 여러 보직을 소화하며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렸고, 지난 15일 마침내 1군 콜업을 받았다. 123일 만의 1군 복귀. 

[OSEN=조은정 기자] 한화 이상규. 2025.02.27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상규 같은 선수는 많이 아쉽다. 자기가 비싼 돈을 투자해서 배우고 왔는데 1년을 이렇게 끝낸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지금 (이)상규가 자신감을 얻는다면 포스트시즌도 같이 갈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노력했던 것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는 정규시즌보다 2명 더 많은 30명으로 늘어나지만 이상규가 그 후보로 언급된 것은 의외다. 올해 1군에서 실적이 별로 없고, 한화 투수진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좀 더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쪽에서 상규가 힘을 내서 포스트시즌까지 끝맺음을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전력으로 이상규를 기대했다. 

2023년 11월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받아 LG에서 한화로 팀을 옮긴 이상규는 지난해 21경기(3선발·32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5.63 탈삼진 27개를 기록했다. 8월24일 잠실 두산전에서 9~10회 2이닝 무실점으로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 팬들을 감동시켰다. 9월에는 대체 선발로 3경기를 나서 길게 던지는 능력도 보여줬다. 

[OSEN=지형준 기자] 한화 이상규. 2025.04.08 

올해는 대부분 시간을 2군에 머물렀지만 시즌 막판 다시 찾아온 1군 기회를 놓치지 않을 듯하다.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이상규는 8회 구원 등판,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11-1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10점차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라온 이상규는 김호령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윤도현을 바깥쪽 낮게 꽉 차는 시속 147km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김규성에겐 투수 다리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맞았지만 박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9회 한승택을 몸쪽 낮게 걸치는 체인지업으로 루킹 삼진 돌려세운 뒤 박재현과 정해원을 연이어 유격수 땅볼 잡고 삼자범퇴로 끝냈다. 최고 시속 148km 직구(12개)를 비롯해 커브(7개), 스위퍼(4개), 체인지업(3개)을 던졌다. 총 투구수 26개 중 무려 22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ABS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가 돋보였다. 여유 있는 상황에서 던진 것이라 조금 더 봐야겠지만 빠르고 공격적인 승부로 깔끔하게 2이닝을 책임진 것은 인상적이었다. 남은 기간 추격조, 롱릴리프로 가능성을 보였다.

한화 이상규. /한화 이글스 제공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