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도 욕 나오고, 심판도 놀란 직구…"정우주가 팀을 구했다" 김경문 감독도 칭찬할 수밖에 [고척 현장]

(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완벽한 5연승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최근 5연승과 고척 9연승, 키움전 11연승을 내달린 한화는 시즌 70승(48패3무) 고지를 밟았다. 한화가 한 시즌 70승 이상을 거둔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무려 11개 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앞, 한화 선발투수 폰세는 긴장한 듯 평소만큼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으나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9탈삼진 3실점으로 제 몫을 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아직 단 한 번의 패전이 없는 폰세는 KBO 역대 최초로 개막 후 선발 16연승을 달성했다.

이어 올라온 5명의 불펜이 완벽하게 뒷문을 틀어막았다. 김종수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1이닝 퍼펙트를 달성했고, 조동욱에 이어 올라온 정우주는 직구만 9개를 던져 K-K-K로 이닝을 정리했다. 이후 이태양과 윤산흠이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완성했다.

장단 15안타가 터진 한화 타선에서는 이진영이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고척돔에서의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노시환은 3안타 2타점을 기록, 황영묵도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인환은 첫 홈런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이원석과 하주석, 최재훈이 타점을 기록하는 등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1회초부터 3점을 뽑아내고 앞서나갔다. 선두타자 이원석이 중견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한 무사 1루 상황, 2번타자 김인환이 볼카운트 2볼에서 하영민의 3구 144km/h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김인환의 시즌 첫 홈런으로 2-0 리드를 잡은 한화는 문현빈의 볼넷과 노시환의 좌전 2루타, 이진영의 유격수 앞 땅볼을 엮어 3-0을 만들었다.

1회말 키움이 1점을 만회한 후, 한화는 3회초 3점을 더 내고 달아났다. 노시환과 이진영의 연속 안타로 2사 1, 2루 찬스를 잡았고, 하주석과 최재훈의 연속 적시타로 5-0으로 점수를 벌렸다. 이후 황영묵의 중전안타로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이원석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6-1을 만들었다.

3회말에는 송성문의 솔로 홈런이 나왔으나 한화가 4회초 홈런으로 2점을 더 달아났다. 선두 문현빈의 우전안타 후 노시환이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진영이 볼카운트 2-2에서 하영민의 6구 134km/h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진영의 시즌 9호 홈런. 점수는 8-2로 벌어졌다.

5회말 폰세의 실점으로 8-3의 스코어, 7회말에는 놀랍고도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조동욱이 올라와 박주홍과 송성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무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정우주가 임지열을 직구 3개로 삼진 처리했다. 삼진을 당한 임지열은 정우주의 구위에 놀란 듯 '오' 하고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다.

정우주는 이어 김웅빈에게도 직구 3개로 3구 삼진을 만들어냈고, 정우주는 카디네스까지 직구만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직구 9개로 K-K-K를 완성했다. KBO리그에서 역대 딱 10번 있었던 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으로, 고졸 신인으로는 지난해 7월 10일 수원 KT전에서 나온 김택연(두산) 이후 두 번째다. 정우주의 위력투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마저도 박수를 보냈다.

정우주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재원은 "지금껏 내가 받아 본 직구 중에 제일 좋았다. 진짜 말도 안 되게 던졌다"고 극찬했다. 심판까지 놀랐을 정도. 이재원은 "심판님이랑 나랑 '오~'만 9번 하다 끝났다. 은퇴하기 전에 그런 볼 받아서 영광이다"라고 웃었다.

한편 한화는 8회초 한 점을 더 달아나면서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전준표 상대 2사 후 노시환의 2루타가 나왔고, 이진영이 곧바로 좌전안타를 뽑아내면서 노시환을 불러들이고 점수를 9-3으로 벌렸다. 8회말과 9회말은 각각 이태양, 윤산흠이 올라와 마무리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폰세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5이닝 동안 선발투수 역할을 해주고 내려갔다. 7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올라온 정우주는 공 9개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고 짚었다.

정우주는 "8월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두 경기 아쉬웠는데, 믿고 써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번에 잘 못 던졌을 때나, 오늘이나 다 똑같은 정우주니까 뭐가 다른지 생각해보라고 해주시고, 너무 잘 던졌다고 칭찬해주셨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어 "2점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을 올린 이진영과, 1회 결승 2점 홈런을 쏘아올린 김인환 등 그동안 뒤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오늘 선발로 나와 좋은 활약을 해주었다"고 타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