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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출전한 불펜투수들 일제히 부진, 부상...144경기도 많다는데 국제대회는 늘어만
5년 연속 2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사진=KIA)
[스포츠춘추]
KBO리그 불펜 에이스들이 불안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들은 각 팀의 '종결자'였다. 두산 김택연은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08로 통곡의 벽을 세웠고, KIA 정해영은 31세이브에 평균자책 2.49로 KIA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는 다르다. 김택연의 평균자책은 3.72로 치솟았고 블론세이브만 8개다. 정해영은 평균자책 3.86에 6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KT 박영현과 한화 김서현도 위태위태하다. 박영현은 30세이브에 평균자책 3.07로 서류상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삼진 대 볼넷 비율이 작년 3.95에서 올해 2.00으로 반토막 났다. 전반기 평균자책 1.55로 완벽했던 김서현은 후반기 8.74로 고전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해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 12 대표팀 출신이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상으로 쓰러진 선수들이다. 지난해 KIA 우승 불펜의 주역 곽도규는 시즌 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시즌아웃됐다. KIA는 장현식 이적에 곽도규 부상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우승팀의 포스를 잃었다. 유영찬은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5월까지 등판하지 못했다. LG는 시즌 초반 불펜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치열했던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한창 지친 팔을 쉬게 하고 내년을 준비할 시간에 이들은 국제대회에 나가서 또 공을 던졌다. 곽도규는 정규시즌에서 해본 적도 없는 3연투를 강행했고, 유영찬은 일본전에서 무리한 투구를 했다. 부상과의 인과관계는 몰라도 상관관계는 충분해 보인다. 소속 구단들은 극대노하고, 속을 끓이고, 냉가슴을 앓았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야구계는 내년 2026년 WBC에 사활을 걸고 있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이 확실한 리그 흥행의 열기를 WBC 성공을 통해 더욱 뜨겁게 달구고 국제무대에서 구겨진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각오다. 대회 준비도 의욕적이다. 11월에는 고척에서 체코 야구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편성했고, 11월 중순 도쿄돔에서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도 두 차례 열린다.
KIA 좌완 곽도규(사진=KIA)
하지만 정작 현장과 구단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프런트 출신의 한 야구인은 "구단 입장에서 주력 선수의 국가대표 차출은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하는 마음"이라며 "특히 투수라면 가능하면 안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다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야구인은 "지난해 프리미어12 멤버만 봐도 곽도규, 유영찬이 부상자가 됐고 박영현, 김택연 등 특급 마무리들은 패스트볼의 위력이 예년만 못한 모습이다. 선수는 FA 등록일수로 보상이라도 받지만 구단 입장에선 그런 것도 없으니 득실만 따지면 손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프로 선수의 국제대회 차출이 지나치게 잦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야구 관계자는 "WBC, 올림픽 등 주요 대회야 어쩔 수 없지만 프리미어12 같은 대회에 왜 1군 주전급 선수가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현장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정규시즌 144경기는 너무 많다. 경기 수를 줄이자'가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온갖 국제대회 일정이 추가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야구 관계자는 "올해는 시즌 뒤 프리미어12는 없지만 대신 체코, 일본과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로서는 올해도 휴식과 회복의 시간에 공을 던져야 한다. 만약 내가 감독인데 소속 투수가 2년 연속 이런 일을 겪는다면 머리가 아플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가장 중요한 국내 리그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불펜 투수는 가장 지속성이 떨어지는 보직이다. 거의 매일 불펜에서 초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워밍업을 하다가 중단했다 다시 팔을 푸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감독이 3연투를 자제해도, 불펜에서 연습구를 던지는 것만으로 피로가 차곡차곡 쌓인다. 불펜투수는 3년 연속 활약하기 어렵다는 야구 속설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미 정규시즌만으로도 과부하에 걸릴 대로 걸린 불펜들이다. 올해는 여기에 역대급 순위 경쟁으로 불펜 과부하가 어느 해보다 심하다. 마무리를 8회부터 올려 멀티이닝을 맡기는 일도 흔하다. 몇몇 팀은 3연투와 멀티이닝을 밥먹듯이 하면서 불펜을 갈아서 성적을 내고 있다. 정규시즌을 이런 식으로 던지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또 던지고, 국제대회까지 나간다면 과부하는 필연이다.
WBC 로고(사진=MLB)
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제는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리그 흥행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2023년 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부진했지만 한국야구 흥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 KBO리그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지 않았나. 작년 프리미어12 부진에도 올해는 1200만 관중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국제대회 성적을 내겠다고 프로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고, 자국 리그의 질을 낮출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국제대회 '사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대회 선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건강과 국내 리그의 질을 담보로 잡아도 되는 걸까. 모든 대회에 프로야구 1군 주력들을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 국제대회 성적과 국내 리그 흥행이 더 이상 직결되지 않는 시대에,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되묻게 된다. 곽도규를 잃은 KIA와 유영찬 공백에 시달린 LG의 울분이 내년 다른 구단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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