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1군 왔니, 한화 2군에 이런 투수가 있었다니…153km 쾅, 충격 5연패는 불운 아니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 21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한화는 류현진, 두산은 콜어빈을 선발로 내세웠다.7회초 한화 윤산흠이 역투하고 있다. 2025.08.21

[OSEN=대전, 이대선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박계범의 깜짝 만루 홈런으로 7연승을 질주했다. 류현진을 내고도 패한 한화 이글스는 시즌 팀 최다 5연패 충격에 빠졌다. 두산은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6-3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8.21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최다 5연패에 빠지며 휘청이고 있다. 어느 팀이든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이고, 한화도 지금 그런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팀의 사이클이 떨어지거나 운이 없는 걸로 치부할 순 없을 듯하다. 

한화는 지난 21일 대전 두산전을 3-6으로 패하며 스윕을 당했다. 6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던 선발 류현진이 7회 박계범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6회까지 83구를 던진 류현진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수비 실수가 겹친 번트 안타 포함 7구 만에 4안타를 허용하며 4실점했다. 불펜에 힘이 있었다면 교체 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류현진을 조금 더 끌고 가다 결국 결정타를 맞았다. 

지난 16일 창원 NC전부터 5연패 늪에 빠진 2위 한화는 1위 LG와 격차가 4.5경기로 더 벌어졌다. 올 시즌 12연승과 10연승을 질주한 한화라 남은 29경기에서 반격의 기회가 올 수 있지만 투수력이 고갈된 지금으로선 긴 연승 무드를 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5연패 과정에서 한화는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문동주가 지난 16일 NC전에서 4회 강습 타구에 오른팔 전완부를 맞고 교체돼 보호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됐고, 에이스 코디 폰세도 감기에 설사 증세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예정된 19일 두산전을 건너뛰고 22일 대전 SSG전으로 등판이 3일 미뤄졌다. 대체 선발을 쓰고, 로테이션 순서를 바꾸는 변수 속에 5연패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 불펜이 크게 소모됐다. 문동주와 폰세에게 변수가 발생하기 전부터 5선발 자리에서 3회 이전 조기 강판이 반복돼 불펜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었다. 후반기 한화 불펜은 10개팀 중 3번째로 많은 109⅔이닝을 소화했다. 

[OSEN=이대선 기자] 한화 김서현 2025.08.19 

강력한 선발진과 든든한 불펜으로 전반기 1위 달린 한화였지만 후반기 들어 마운드가 약화됐다. 팀 평균자책점 순위가 전반기 1위(3.42)에서 후반기 5위(4.04)로 떨어졌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1위(3.38)에서 4위(3.79)로, 구원 평균자책점은 2위(3.51)에서 6위(4.35)로 하락했다. 

타선이 강하지 않아 접전 승부가 많다 보니 자주 호출된 불펜의 피로가 쌓였고, 후반기 들어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마무리 김서현부터 필승조 박상원, 한승혁, 주현상, 조동욱 등이 부침을 보이고 있다. 시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핵심 불펜들의 체력 저하는 예상된 것이지만 대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7일부터 1군 엔트리를 투수 13명으로 줄여 다른 팀들보다 1명 적게 쓰고 있다. 경기 초반 일찍 흐름이 넘어간 경기에서도 긴 이닝을 던질 롱릴리프나 추격조 투수가 마땅치 않다 보니 김종수, 김범수, 조동욱, 정우주 같은 준필승조 투수들이 지는 경기에 계속 투입됐다. 단순히 운이 없다고 하기에는 같은 패턴을 자주 반복했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한화는 조동욱, 두산은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3회초 1사 2,3루에서 한화 조동욱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5.08.20 

한화는 올 시즌 대부분 기간을 투수 13명으로 엔트리를 운영 중이다. 선발 5명을 빼면 불펜 8명이 기본이다. 시즌 초중반 투수들이 힘이 넘칠 때는 13명으로도 원활하게 잘 돌아갔지만 5선발들의 부진과 부상 변수 속에 멀티 이닝이 늘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2군에서 다른 투수들도 1~2명씩 올려 순환을 이루는 게 이상적인데 한화는 투수 엔트리를 좀처럼 늘리거나 바꾸지 않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21일 두산전을 앞두고 투수 엔트리를 더 늘리지 않는 것에 대해 “(2군에서) 좋다고 하면 올려야지, 인원 채우려고 늘리는 것은 아니다. 정말 잘 던지고 좋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콜하는데 그게 아니다. 야수들도 지금 크고 작은 부상들이 있어 지금 이렇게 엔트리를 가져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포수 최재훈과 이재원이 잔부상을 안고 있어 열흘간 허인서 포함 3포수 체제를 운영하는 등 야수진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유가 있었다. 

북부리그 1위를 달리는 한화 퓨처스 팀에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투수들이 꽤 있다. 1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도 몇몇 있지만 1군 콜업은 단순 기록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기록보다 실제 경기에서 어떤 공을 던지고, 타자를 압도했는지 세부적인 부분을 2군 코칭스태프가 평가해 1군에 올린다. 그 기준으로 볼 때 당장 1군에 올릴 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게 김경문 감독의 설명이었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한화는 조동욱, 두산은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6회초 한화 이태양이 역투하고 있다. 2025.08.20 /

그러나 지금 당장 승부처에서 막아줄 대단한 투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승부가 넘어간 ‘가비지’ 이닝을 끌어주며 필승조나 추격조 투수들을 아껴줄 투수가 한 명이라도 필요했다. 최근 2경기에서 그 역할을 해준 투수들이 2군에서 올라왔다. 

지난 19일 1군에 복귀한 베테랑 이태양은 20일 두산전에서 1-8로 뒤진 6회 구원 등판, 1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멀티 이닝을 막았다. 이어 21일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콜업된 윤산흠도 2-6으로 뒤진 7회 등판, 2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9회까지 책임지며 추가적인 불펜 소모를 막았다. 

4점차 열세 상황이긴 하지만 윤산흠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9회 안재석과 박계범을 연이어 시속 151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총 투구수 24개로 최고 시속 153km, 평균 151km 직구(16개)에 슬라이더(8개)를 던졌다. 투피치였지만 빠르고 힘 있는 공에 두산 타자들이 눌렸다. 지난 6월 중순 상무에서 전역한 윤산흠은 지난달 1군에서 2경기를 던진 뒤 2군으로 내려가 준비 과정을 밟았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24경기(23⅓이닝) 3승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47 탈삼진 33개. 1군 복귀전에서 가비지 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지친 한화 불펜에 단비를 내렸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 한화 윤산흠. 2025.07.10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