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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펑고 한 방에 날아간 120억 프로젝트···키움은 누구에게 뭘 보여주려 했나[김은진의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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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 정지윤 선임기자

 



올시즌 키움은 아무런 의지가 없는 듯 출발했다. 100% 리빌딩 기조로 팀을 꾸렸다. 마치 성적에 미련이 없다는 듯한 행보였다. 리그 최강 원투펀치급이던 외국인 투수 둘을 전부 보류권도 없이 풀어 다른 팀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보강은 없이 쿨하게 전력 누수를 감수하는 모습은 리그의 의문을 샀다.

키움이 돌변한 것은 전반기를 마치고부터다.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 교체 기록을 세울 정도로 전력 구성을 처참하게 해놓은 구단은 연패를 반복하고 최저 승률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도 평온했다. 그러나 전반기를 마친 뒤 돌연 홍원기 감독을 경질했다. 단장과 수석코치까지 동시 해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내세웠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듯 움직이지도 않던 구단이 성적 부진으로 감독을 해임하자 타 구단들 중심으로 모두가 놀랐다. “이 시점에 홍원기 감독이 경질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들 했다.

키움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중동 하던 전반기와 정반대로 갑자기 부산해졌다. ‘우리는 달라지는 중’이라고 보여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2군 감독이었던 감독대행이 작전야구를 거론하며 벤치부터 활발하게 움직이겠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구단이 120억 계약을 내놨다.

지난 4일 발표한 송성문과 6년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은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초대형 계약이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조차 다년계약은 꺼내지 않았고 미국 진출을 독려해 이적료 수익을 거둔 구단이 갑자기, 불과 1년 잘 한 송성문에게 120억을 쐈다. 너무도 어색한 계약. 송성문이 그 정도 가치의 선수인지와 별개로, 키움이 왜 이러는지 리그 전체가 궁금해했다.

모두가 이상하게 보자 키움은 “4월부터 준비해왔다”고 강조도 한다. 이 계약은 즉흥적인 게 아니며 우리는 전반기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는 메시지다. 그 와중에 “MLB 포스팅의 문은 열어둔다”며 선수의 명분까지 챙겨주는 시늉도 한다. 남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미리 잡는 것이 비FA다년계약인데, 120억원을 투자한다면서 가고 싶으면 보내주겠다니 어불성설이다.



키움 송성문이 지난 4일 6년 120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뒤 위재민 대표이사(왼쪽), 허승필 단장(오른쪽)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정확히 말하면 히어로즈는 태생부터 다르다. 야구로 돈 벌겠다는 제1의 목적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유일한 구단이다. 모그룹을 하나씩 둔 KBO리그 10개 구단 멤버 중 이 구단만 네이밍스폰서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2019년 키움증권과 5년간 메인스폰서 계약을 해 키움이 된 히어로즈는 다시 5년을 더해 2028년까지 ‘키움 히어로즈’로 계약돼 있다.

키움증권과 처음 손잡았을 당시 히어로즈는 투지의 팀이었다. 돈 없는 서러움을 뚫고 일어서, 구단과 선수단이 기적 같이 성적을 내기 시작할 때였다. 2019년과 2022년은 한국시리즈까지 갔고 그 사이 계속 가을야구를 했다. 2024년부터 5년짜리 계약을 연장한 것은 2023년 3월이었다. 그러나 주축 선수를 다 팔고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 히어로즈는 그해부터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3년째 꼴찌를 사실상 확보해놓은 2025년, 전반기를 마치고 구단이 태세전환 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키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키움증권으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많이 나왔다. 성적이 워낙 안 좋다보니 키움증권이 계약 연장할 당시와는 너무 다르게 흘러가는 데 대해 구단에 굉장히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인스폰서가 결국 돈줄을 쥐고 있는 게 사실이다보니 구단도 뭔가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야구계 핵심 관계자도 “키움증권이 상당히 화가 나 있어 구단이 뭔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건과 관련해 키움증권과 미팅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송성문도 계속 판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트레이드를 결국 못했다. 그러니 ‘성적을 포기한 게 아니다’, ‘우리 선수 안 잡는 것도 아니고 전력 유지할 의지가 있다’라는 것을 키움증권에 보여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인 스폰서의 불만이 폭주하자 뒤늦게 동분서주 한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터져버린 안우진 사태가 이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 있다. 송성문의 120억원 계약으로 구단 이미지를 열심히 포장하고 있을 때, 실제 구단의 한심한 민낯은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키움이 2023년 3월 키움증권과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연장한 뒤 이정후(왼쪽), 홍원기 감독(오른쪽)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은 지난 7일 안우진이 무사히 수술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최초에 1년이라던 재활 회복기간을 5~6개월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안우진 선수의 입장을 반영했습니다’라며 황당부상 사태에 대한 구단의 해명을 안우진의 이름을 빌려 내놨다. 정작 안우진은 외부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본인은 물론 현장에서 목격했을 선수단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구단이 모두에게 기밀유지각서를 쓰게 했다’ ‘내부고발자를 색출한다’ 등등 키움을 놓고 흉흉한 이야기들도 퍼져나가는 배경이다.

키움은 단지 성적만 추락하지 않았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리그에서 영구제명되고도 실제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은 갖가지 형태로 꾸준히 등장한다. 구단이 지속적으로 비상식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이미지 추락의 핵심 원인이다. 부진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며 감독, 단장, 수석코치를 동시 해임해놓고는 정작 올시즌 망한 외국인 영입을 주도한 당사자를 신임 단장으로 앉혔다. 희한한 인사 뒤 또 이 새 단장에 대한 추문이 계속 쏟아진다. 안우진 부상 사태를 계기로 허승필 신임 단장의 ‘라인’까지 거론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이 성적만은 아니다. 팬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우리 팀’이라며 응원하게 할 수 있는 열정과 품위는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이 우선 만들어야 한다. 성적도 잃고 품위도 없는 구단에 투자하고 싶은 스폰서는 없다.

요란하게 감독·수석코치·단장을 동시 해임하고, 120억 깜짝 계약까지 내놓으며 공들인 이미지 세탁은 안우진 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웬만해서는 꿈쩍도 않던 키움이 안우진의 이름을 빌려 해명문까지 내놓은 그 자체가 현재 얼마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김은진 기자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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