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십자인대 파열→좌측 십자인대 파열→아킬레스건 부상까지...부상에 시달리는 아쿠냐 주니어 [스춘 MLB]

MRI 검사 결과 기다리는 애틀랜타... 염증 진단은 다행이나 '2-3주 결장' 예상

애틀랜타 구단은 30일(한국시간) 아쿠냐를 오른쪽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보호용 부츠를 신고 클럽하우스를 절뚝거리며 나섰을 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팬들의 가슴엔 또다시 불길한 예감이 스쳤을 것이다. "설마 또?"라는 탄식이 터져 나올 법했다.

애틀랜타 구단은 30일(한국시간) 아쿠냐를 오른쪽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2023년 내셔널리그 MVP가 또다시 부상의 늪에 빠졌다. 작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올해도 49경기를 빼먹고 5월 23일에야 돌아왔던 아쿠냐에게 또 다른 악재가 닥쳤다.

이날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6회 말, 아쿠냐는 우익수 파울 지역으로 뛰어가다 절뚝거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뒤 우중간으로 날아간 비니 파스콴티노의 2루타를 쫓을 때도 평소와 다른 어색한 움직임이 역력했다. 결국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은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아쿠냐를 교체했다.

아쿠냐는 통역을 통해 "당연히 걱정된다. 부상이니까 걱정될 수밖에"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전날 경기 8회 오스틴 라일리의 2루타로 홈을 밟으면서 아킬레스건에 이상을 느꼈지만, 참고 버티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 이상 빠지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30일에도 트레이닝 스태프가 하루 쉬라고 권했지만, 아쿠냐는 출전을 고집했다. 하지만 6회 수비에서 상황이 악화했다. 아쿠냐는 "타자들이 내 쪽으로 공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때일수록 항상 내 쪽으로 온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쿠냐의 부상 이력은 처참할 정도다. 2021년 7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고, 10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2022년 한 해 내내 후유증에 시달렸다. 작년엔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시즌 전체를 날렸다. 의료진은 이번엔 더 신중하고 보수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아쿠냐는 올 시즌 첫 49경기를 쉰 채 5월 말에야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복귀 후 아쿠냐의 활약은 눈부셨다. 55경기에서 타율 0.360, 14홈런, OPS 1.006을 기록하며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냈다. 시즌 첫 8주를 통째로 날렸음에도 팬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외야수 1위를 차지해 올스타전 선발 출전권을 따내는 쾌거도 이뤘다.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또다시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아쿠냐다. 애틀랜타는 개막일 선발 로테이션 전체가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고, 타자들마저 맥을 못 추면서 45승 61패로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그나마 몇 안 되는 희망의 등불이었던 아쿠냐마저 부상으로 사그라들 위기에 놓였다.

애틀랜타 구단은 30일(한국시간) 아쿠냐를 오른쪽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사진=MLB.com)

애틀랜타는 아쿠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외야수 제러드 켈레닉을 마이너리그에서 불러올렸다. 켈레닉은 이번 시즌 초 한 달간 부진하다가 마이너로 밀려났던 선수다. 트리플A에서 71경기 동안 타율 0.217, OPS 0.612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지만, 현재로선 마땅한다른 카드가 없다.

스니커 감독은 아쿠냐의 부상자 명단 등재에 관해 "그냥 받아들이고 버텨나가야 할 일"이라며 체념 어린 반응을 보였다. "유쾌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초기 진단이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파열 같은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란 점이다. 아쿠냐는 31일 애틀랜타로 돌아가 MRI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2-3주 안에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 큰 부상을 당한 아쿠냐에게 또 다른 부상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애틀랜타와 아쿠냐는 MRI 결과가 초기 진단대로 나와주길, 그리고 후유증 없이 빠른 회복이 가능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배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