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팬은 MLB 경기 무기한 출입 금지
25일(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 도중 고인이 된 어머니를 모독하는 팬의 말을 듣고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쏟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내야수 케텔 마르테. MLB.COM 갈무리
팽팽하던 경기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7회초 3점을 내면서 균형이 깨졌다. 4-1로 애리조나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앞선 7회초 2사 1루. 1회초 선제 솔로포를 날리기도 한 케텔 마르테(31)가 타석에 서자 관중석의 한 팬이 큰소리로 조롱을 해댔다. 201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에 대한 험담도 포함돼 있었다. 마르테는 뜬공으로 물러난 뒤 문제의 관중을 쳐다보며 눈물을 그렁거리기 시작했다.
7회말 2루 수비를 하러 나간 상황에서도 마르테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에 토리 로블로 애리조나 감독은 투수 교체 시간에 그라운드에서 마르테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를 껴안고 위로했다. 구장 경비원에게 해당 팬을 경기장에서 즉시 퇴장시키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로블로 감독은 경기 뒤 “팬들은 정말 못됐고, 도를 넘었다”면서 “우리도 인간이고 감정이 있다”고 일갈했다. 어떤 말로 마르테를 위로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모두 함께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해줬다”라고 답했다. 마르테는 해당 사건 관련 인터뷰 없이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다음날(26일) 해당 팬에 대한 경기장 출입 금지 조처를 했다. 화이트삭스에 따르면, 22살의 이 팬은 사건 뒤 매우 사과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고,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화이트삭스 구단 결정에 지지를 보내면서 해당 팬에 대해 메이저리그 전구장 출입을 무기한 금지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이 지난 25일(한국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관중에게 폭언을 당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케텔 마르테에게 연대를 표시하는 문구를 전광판에 띄웠다. 시카고/AP 연합뉴스
화이트삭스 구단은 이날 마르테가 첫 타석에 서자 좌측, 우측 전광판을 통해 “야구는 가족이다. 화이트삭스 커뮤니티는 케텔 마르테를 지지한다”라는 문구를 띄었다. 관중들은 마르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25일 경기 종료 직후부터 2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다이아몬드백스 재단에 30개주, 6개국에서 마르테 어머니의 명의로 1만1000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윌 베너블 화이트삭스 감독은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 “어떤 선수도 팬들에게 그런 종류의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애리조나에서 마르테와 함께 뛰었던 화이트삭스 3루수 조시 로하스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르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이 스포츠에 너무 빠져들어 선수들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야만 선수도 똑같이 진짜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이라는 사실을 팬들이 깨닫는다”고 했다.
마르테에 관해 얘기할 때마다 목이 잠긴 로블로 감독은 “어젯밤은 마르테에게 정말 힘들었지만 마르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선수”라면서 “야구계, 지역 사회, 그리고 애리조나 팬들의 응원에 감사드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정말 큰 응원을 해줬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고, 이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