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간다. 3월 16일 포항 스틸러스전 2-2 무승부를 시작으로 K리그1 14경기 무패(10승 4무)다.
전북은 6월 13일 강원도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18라운드 강원 FC와의 맞대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전북 스트라이커 티아고가 멀티골을 터뜨린 가운데 전진우가 올 시즌 리그 12호골을 쏘아 올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18경기에서 11승 5무 2패(승점 38점)를 기록 중이다. 전북이 K리그1 12개 구단 중 단독 선두다. 전북은 2위 대전하나시티즌에 승점 6점 앞선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6월 13일 강원 FC전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린 전북 현대 스트라이커 티아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6월 13일 강원 FC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전북 현대의 승리를 이끈 전진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은 불과 6개월 전 K리그2 강등을 걱정했었다.
전북은 지난해 K리그1 38경기에서 10승 12무 16패(승점 42점)를 기록했다. 전북이 K리그1 10위에 머물렀다.
전북은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처음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전북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서울 이랜드 FC를 잡아내며 K리그1 잔류에 성공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전북은 K리그1 최다우승(9회), 코리아컵 5회 우승 등에 빛나는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그런 전북의 자존심을 되찾아주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 거스 포옛 감독이다.
포옛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포옛 감독은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전북이 기록한 승수를 넘어섰다.
포옛 감독이 강원 원정 승리 후 취재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강원 원정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아주 좋은 경기였다. 선수들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6월 A매치 휴식기 이전 좋았던 흐름을 이어간 게 긍정적이다. 우리의 경기력이 우리가 승리할 만한 팀이란 걸 증명했다. 우린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우린 앞서가는 상황에서도 강원을 몰아붙였다. 득점을 더할 기회가 두 번 이상 있었다.
전북 모든 구성원이 땀 흘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등 모든 구성원이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 원정에서 올 시즌 11번째 승리를 거뒀다. 우리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지난해엔 10승밖에 못했던 것으로 안다. 올 시즌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승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나 올해나 선수단 변화는 크지 않다. 지난해와 올해 차이를 꼽으라면, 송범근, 김영빈이 합류한 정도다. 선수단에 큰 변화 없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해내고 있다. 노력의 결과물이다. 결과가 나올수록 우린 더 단단해지고 있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Q. 티아고가 멀티골을 터뜨렸다. 티아고가 멀티골을 터뜨린 건 1년 10개월 만이다.
티아고의 맹활약에 기분이 아주 좋다. 이 팀에 처음 왔을 때였다. 겨울이었다. 티아고가 전북을 떠날 뻔했다. 안드레아 콤파뇨가 새롭게 합류했기에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한 것이다. 티아고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티아고가 주어진 상황에서 온 힘을 다했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티아고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티아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나는 티아고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티아고와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서로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가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티아고가 백업 역할을 받아들인 채 올 시즌에 돌입했다. 선수라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티아고는 감독인 나와 전북을 존중해줬다. 티아고는 훈련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며 자신에게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를 잡은 건 티아고다. 티아고의 프로 정신을 다시 한 번 칭찬하고 싶다.
Q. 콤파뇨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스트라이커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하다. 감독에겐 꿈같은 일 아닌가. 우리 팀에 리그 최정상급 스트라이커가 두 명이나 있는 거다. 내가 누구를 선택하든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티아고, 콤파뇨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콤파뇨가 돌아오면, 우리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전북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승’이란 단어를 꺼내진 않았다. 대신 “드라마틱하게 순위를 높이겠다”고 했었다. 그때 “6월이 되면 ‘우승’이란 단어를 얘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강원 원정 승리로 2위 대전과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렸다. 이젠 전북의 올 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나.
이르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 맞다. 전북 축구가 많이 바뀌고 있다. 리그 무패행진(14경기 10승 4무)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즌은 길다. 무패행진은 언젠가 깨진다. 우리가 패하는 날이 올 거다. 무패행진이 깨졌을 때 ‘얼마나 빨리 좋은 흐름을 되찾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만 보면, 무패행진이 이어지고 있기에 만족스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우린 작년 12월 강등을 걱정하고 있던 팀이었다. 그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더 차분해야 한다. 만족은 없다.
전북 현대 공격수 전진우. 사진=이근승 기자
Q. 전진우가 강원 원정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리그 12호골로 득점 선두 질주를 이어갔다. 전진우가 축구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진우를 처음 봤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
전북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전진우가 어떤 선수인지 철저히 분석했다. 특히, 전진우의 장점과 특징을 세세히 봤다. 나는 전진우를 이전과 다르게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전진우는 올 시즌 초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진우가 그 시기를 극복하면서 엄청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진우는 무얼 해도 되는 것 같다(웃음).
오늘도 전진우에게 휴식을 주려고 준비하던 중에 그의 골이 나왔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아주 자세히 얘기하면, 우리의 많은 정보가 알려진다. 전진우에게 어떤 포지션, 역할을 요구했는지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전진우를 비롯한 여러 선수가 이전엔 요구받지 않았던 걸 받아들였다. 그것을 이행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여러 선수가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딱 하나 더 얘기하자면, 감독인 내가 선수를 설득하는 과정도 아주 중요했다. 나는 선수들에게 “변화를 가져가야만 개인과 팀 모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걸 강조했다.
[춘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