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맷 사우어를 교체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가 6회에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선발투수들의 줄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버리는 경기’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111구 9실점 투수의 희생이 있었다.
다저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를 1-11로 패했다. 잔루 11개를 남긴 타선도 아쉬웠지만 마운드 붕괴가 결정적 패인. 유틸리티 야수인 키케 에르난데스가 6회부터 투수로 투입돼 경기 끝까지 던졌다.
이날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다.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노우(이상 어깨 염증), 사사키 로키(어깨 충돌), 토니 곤솔린(팔꿈치 불편) 등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상황에서 불펜투수 루 트리비노가 오프너 선발로 나섰다.
트리비노가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다저스는 2회 시작부터 ‘벌크 가이’로 우완 맷 사우어 투입했다.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선발로 5경기를 던지며 로테이션을 돈 사우어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콜업됐다.
[사진] LA 다저스 맷 사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회를 실점 없이 넘기 사우어는 그러나 3회 투아웃 잡은 뒤 볼넷에 이어 3연속 적시타를 맞고 3실점했다. 4~5회도 1점씩 준 사우어는 6회를 버티지 못했다. 이닝 시작부터 마틴 말도나도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연속 안타를 내줘 주자를 쌓았다. 볼넷과 폭투로 이어진 위기에서 잰더 보가츠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스코어가 0-9로 크게 벌어지자 결국 강판됐다.
4⅔이닝 13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9실점. 투구수가 무려 111구로 더 이상 마운드에 있기 어려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투수 교체를 알렸고, 야수 키케 에르난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1번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뺀 자리에 에르난데스가 투수로 들어갔다. 3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를 6회에 빼며 지명타자를 소멸한 다저스는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사진] LA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년부터 메이저리그는 야수의 투수 등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기고 있는 팀은 9회 10점차 이상 상황에서 야수를 투수로 쓸 수 있고, 지고 있는 팀에선 8점차 이상으로 끌려갈 때에만 야수 등판이 가능하다. 8점차 넘게 벌어지자 로버츠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사우어를 내리고, 에르난데스를 투입했다.
‘스포츠넷LA’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초반에 점수 차이가 벌어졌을 때부터 불펜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불펜 상황과 향후 며칠 계획까지 세워야 했다. 무리해서 불펜투수들을 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사우어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 한계 투구수까지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던지며 팀을 위해 희생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사우어도 자신의 역할과 경기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초반에 리드를 잡았다면 필승조들을 써서 승부를 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우어가 최대한 길게 던져야 했다”며 “6회에 야수를 투수로 쓰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클 코펙 같은 투수를 6회 6~7점 차이에 써서 내일 못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규정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내일 경기를 위한 준비를 했다. 우리는 시리즈를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껴놓은 불펜으로 샌디에이고와 3연전 마지막 날인 12일 경기에 필승조를 총동원할 수 있게 됐다.
[사진] LA 다저스 맷 사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우어는 “오프너 다음에 던질 때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오늘 구위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경쟁했다. 우리 불펜을 위해 최대한 길게 던지려 했다”며 “3회 2사 후 볼넷이 가장 아쉽다. 볼넷만 없었더라면 그렇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팀으로 봐선 이렇게 희생을 하는 투수가 필요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과정에 있어서도 다저스는 버릴 경기는 확실히 버리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져갔고, 이날은 사우어가 그런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사우어는 “이런 게 나의 역할이다.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매번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고 말했다.
사우어만큼이나 키케 에르난데스도 고생했다. 최고 시속 85.4마일(137.4km) 패스트볼을 1개만 던졌을 뿐 최저 시속 43.4마일(69.8km) 느린 커브(19개)에 이퓨스(16개) 볼로 8회말 마지막 이닝까지 버텼다. 엉성한 폼으로 느린 공을 던졌는데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각도가 평소에 볼 수 없는 것이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의외로(?) 고전했다. 2⅓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막은 에르난데스 덕분에 다저스는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에르난데스의 투수 등판은 커리어 통틀어 8경기째였는데 2⅓이닝 36구는 개인 최다였다.
[사진] LA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