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이슈

전성기 시절 날카로운 턱선이 나오기 시작한 김희진 “진짜 힘들지만 행복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중”

조아라유 0

 

 

배구에는 야구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같은 지표가 없지만, 만약 있다면 ‘이 선수’는 데뷔 후 10년간 항상 토종 선수 중 ‘탑5’는 매번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전성기 시절은 대단했다. 1m85의 좋은 신장에 높은 점프력, 타고난 파워, 민첩한 운동능력을 앞세워 코트를 호령했다. V리그에서는 주로 미들 블로커로 뛰며 외발 이동공격과 속공, 개인 시간차 등 다양한 공격옵션에 수준급의 블로킹 능력을 선보였고, 대표팀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며 백어택과 퀵오픈도 때렸다. 
 
다만 소속팀과 대표팀을 10여년간 오간 덕분에 몸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 결국 2023년 2월 무릎 수술을 받았고, 한 순간에 리그 최정상급 선수에서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긴 백업 선수가 됐다.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 수준인 6억원까지 치솟았던 연봉은 이제 1/10 수준인 7000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성기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선수 생활 처음으로 이적까지 택했다. IBK기업은행의 유일한 창단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현대건설로 이적하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은 김희진(34) 얘기다.
 

 

 

김희진은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이적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인데, 제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이 크다. 제가 잊고 있던 게 뭐였지는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적하길 잘 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희진은 2010년 창단한 IBK기업은행의 창단멤버다. 박정아(페퍼저축은행)와 함께 V리그 최강 듀오로 활약하며 챔프전 우승만 3회를 경험했다. 박정아는 첫 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한 뒤 현재는 페퍼저축은행에서 뛰고 있지만, 김희진은 3번의 FA 자격을 모두 IBK기업은행 잔류하는 데 썼다.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 중 유일하게 팀에 남은 선수였기에 그는 곧 IBK기업은행의 역사였다.
 

 

 

그러나 1년 내내 뛰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2023년 2월 받은 무릎 수술은 치명타였다. 재활 후 돌아왔지만, 더 이상 김희진에겐 주전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2023~2024시즌 14경기 출전 19점, 2024~2025시즌에서는 30경기, 32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제 김희진은 끝났다”라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IBK기업은행도 팀의 아이콘인 김희진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2024~2025시즌 후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희진의 선택은 현역 연장이었다. 마침 FA 최대어였던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떠나면서 미들 블로커에 공백이 생긴 현대건설이 김희진을 원했다. 그렇게 IBK기업은행의 아이콘 김희진은 현대건설로 이적하게 됐다.
 
김희진은 “팀을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김호철 감독님과 계속 얘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IBK기업은행에서 코치 제안이 왔다. 사실상 은퇴 수순이었다. 그런데 제 마음 안에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다. 단 1년 만이라고 코트 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트레이드를 선택하게 됐다. 제 주변 반응은 이번 이적에 대해 모두 축하해주며 웃어줬다. 응원만 많이 받고 있다”라고 이적 과정을 설명했다.
 

 

 

김희진을 괴롭혔던 무릎 통증은 이제 거의 없다. 그는 “지난 시즌 말부터 무릎 통증에서는 거의 벗어난 상태였다. 제겐 실전 대비 훈련이 너무나 필요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에서는 원포인트 블로커나 더블 스위치로 들어가 전위 세 자리를 소화하는 역할이 주어졌는데, 그 역할로는 제가 코트 위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이제 통증은 없다. 몸 상태를 올리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희진 말대로 지난 시즌 말에 비해 한층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예전의 날카로운 턱선도 나오고 있었다. 감량을 많이 한 것 같다는 말에 김희진은 “힘들어요. 그래도 강성형 감독님께 ‘제가 힘들어서 잠깐 나태해지는 모습이 나오면 한 마디 해주세요’라고 요청드렸더니 ‘그런 자세라면 얼마든지 해주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량하고 몸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지만, 제가 뱉은 말이 있으니 스스로를 엄청 쪼고 있어요. 근육량이나 체지방률에 대해 목표치를 잡아놓고 순조롭게 가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지난 두 시즌은 코트 위에 서는 게 당연했던 김희진에겐 시련의 나날이었다. 그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소속팀이나 대표팀을 왔다갔다 하면서 코트 위가 아닌 코트를 바라본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해봐으니까요. 코트 밖에서 코트를 지켜보는 시간이 그래서 더 힘들었나봐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죠. 지난 두 시즌은 한창 악셀만 밟던 김희진의 배구인생에 잠깐 브레이크를 밟은 시간이라고. 이제는 다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보려고요. 코트에 서 있던 제 모습이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코트에 오래 서 있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보려고 합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남정훈 기자

, , , , , , , , , , , , , , , , , , , ,

0 Comments
번호 제목
Stat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