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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성장한 슈퍼스타를 보고 싶다

조아라유 0
이강인과 손흥민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여권에 나온 국적도 한국, 이들이 국제적으로 대표하는 국가도 한국이다. 그러나 정말 한국에서 ‘성장’한 선수일까.

손흥민은 2008년 FC서울을 떠나 독일 함부르크로 갔다. 16세 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럽에서 성장했고 활약하고 있다. 함부르크로 가기 전까지 손흥민은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개인 훈련을 받았다. 한국 유스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 독일의 뛰어난 육성 시스템이 지금 손흥민을 낳은 자양분이다

어릴 적 ‘슛돌이’로 유명한 이강인은 2001년생이다. 그가 발렌시아 유스팀으로 떠난 것이 2011년, 10살부터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자랐다. 16세였던 2017년 발렌시아에서 프로 데뷔하는 등 스페인에서 6년 동안 뛴 뒤 프랑스로 갔다. 공을 차기 시작한 곳은 한국이었지만 축구를 배운 곳은 스페인이었다. 한 축구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은 사실상 유럽 선수”라며 “ 손흥민, 이강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 육성 시스템을 가리는 마스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한 세계적인 스타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스포츠경향은 창간 20주년을 맞이해 국내 전현직 프로 감독 20여명에게 ‘20세 한국 선수들,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성적 위주 유스시스템, 상대적으로 늦은 프로 데뷔, 준비되지 않은 조기 해외 진출, 느슨한 프로 유스팀 운영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감독들은 “청소년기는 무조건 기술 중심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력 훈련을 중심으로 하면 비기거나 버틸 수는 있어도 이기는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 “개인기는 17세 전후면 완성되기 때문에 어릴 때는 기술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중학교까지는 성적보다는 훈련과 배움, 성장에 초점을 준 페스티벌 형식 대회가 많이 생겨야 하고 일정 연령까지 이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도 “두 살 또는 한 살 터울로 세분화한 기준 리그를 만들고 공식 대회와 비공식 대회를 혼합 운영해야한다”는 조언도 귀담아 들을만 했다.

조기 해외 진출은 분명히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무조건 해외로 가기보다는 K리그에서 조금 더 기량을 닦고 경험을 쌓은 뒤 가야한다는 신중론이 절대 우세였다. 물론 K리그에서도 “10대 프로 데뷔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대세였다. 프로 산하 유스팀에는 최고 유망주들이 몰린다. 모 감독은 “프로 유스팀은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훈련하고 훨씬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프로 산하 유스팀 승강제도 제안했다. “모든 프로 구단들이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B팀을 꾸려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지도자도 적잖았다.

팬들은 화려한 성공, 맛난 과실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에 진출하는 것만 대단하게 여길 뿐 세계 최고 무대에 가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약한 청소년 선수로는 세계 정상권에 이를 수 없다. 벨기에, 네덜란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가 인구는 한국보다 훨씬 적어도 축구를 훨씬 더 잘하는 것은 뛰어난 유스 시스템 덕분이다.

A매치는 표면적으로는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 11명 대 11명 대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나라 육성 시스템 간 충돌이다. 한 지도자는 “우리가 인구가 적은 유럽국가들보다 축구를 못하는 이유, 일본이 세계 강국들과 대등한 기량을 갖춰가는 이유, 인구 대국 중국이 형편없는 축구를 하는 것은 모두 유스 시스템 격차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대중의 관심이 적더라도 축구계 종사자들은 풀뿌리 축구, 결국 ‘우리축구’를 강하게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감독(22명) : 김학범 김판곤 안익수 고정운 홍명보 김현석 박태하 신태용 조성환 노상래 송경섭 김기동 전경준 김은중 변성환 이영민 정경호 김도균 김태완 이관우 배성재 박창현(무순)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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