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김형빈. 사진
[연합뉴스]총력전이 펼쳐지는 프로스포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의외의 선수들의 활약이 승부에 큰 영향을 준다.
토너먼트라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주축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뛸 수밖에 없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팀이라면 전력이 종잇장 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핵심 자원들의 변함없는 활약에 더해, 후보급 선수들까지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는 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마지막 7차전에서 최종 승부가 갈리게 된 2024-2025시즌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SK 김형빈(24)과 LG 허일영, 두 식스맨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2019년 SK에 입단해 수년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김형빈은 올 시즌 후반기부터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타마요 막아서는 김형빈. 사진[연합뉴스]
큰 키(201㎝)와 3점슛 능력을 겸비했으나 느린 발과 적은 활동량이라는 약점을 지녔던 그는 전희철 감독의 주문에 따라 올 시즌을 앞두고 10㎏ 이상을 감량하면서 한 단계 진화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김형빈은 제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LG 주포인 칼 타마요를 잘 막는 데다 간간이 알토란같은 득점도 올린다.
특히 팽팽하게 승부가 전개된 15일 6차전에서 김형빈의 득점포는 더 빛났다.
3쿼터 종료 1분여에 허일영의 스크린에 막혀 넘어지면서 던진 중거리슛이 림을 갈랐다. SK가 8점 차로 달아나게 하는 득점이었다.
더 값진 건 4쿼터에 넣은 3점이었다.
4쿼터 추격의 고삐를 죈 LG는 종료 6분여를 남기고 타마요의 득점으로 42-40으로 역전했다.
김형빈이 곧바로 승부를 뒤집었다. 5분 47초를 남기고 오른쪽에서 최원혁의 어시스트를 받아 시원하게 3점을 꽂았다.
LG 쪽으로 향하는 듯했던 승부의 흐름은 김형빈의 재역전포에 다시 갈지자로 굽이쳤다. SK는 치열한 시소게임을 이겨내고 승리를 가져갔다.
LG 허일영 맹활약. 사진[연합뉴스]
SK는 김형빈이 입단한 뒤 2021-2022시즌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당시 김형빈은 봄 농구 무대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SK가 우승한다면, 김형빈도 '지분'을 주장할 수 있다.
'역스윕 신화'의 어엿한 주역으로 기억될 터다.
김형빈과 달리 허일영(39)은 우승 경험이 많다.
잠실에서 LG가 승리한다면, 허일영은 고양 오리온(현 소노), SK에 이어 역대 최초로 3개 팀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해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앞서 올랐던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선 주전이었으나 이번엔 '식스맨'으로 우승의 여정에 일조하고 있다.
불혹을 바라보지만,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농구 지능과 적중률 높은 3점포는 여전하다.
LG가 승리한 챔피언결정전 1~3차전에서 허일영은 평균 9.3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그러나 SK에 내준 4~6차전에선 출전 시간이 늘어났는데도 4.6점에 그쳤다.
허일영의 득점포가 시리즈 전반부에 보여준 적중률을 되찾는다면 LG가 창단 28년 만의 첫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