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니 연대기여금 입금 안 해…선수등록 금지 징계 받아
입금 못 한 것도 징계 몰랐던 것도 모두 '담당자 인수인계 안 해서'
다른 구단들 '올 시즌 광주 경기 몰수패 해야' 항의
아사니 '8강이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광주FC와 비셀 고베의 16강 2차전. 광주 아사니가 연장 후반전에 슛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2025.3.12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단돈 3천 달러(약 420만원)를 내지 않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혼란이 일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시민구단의 '아마추어리즘'이 연출한 '촌극'이라며 황당해하고 있다.
15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광주 구단 등에 따르면 광주는 2023년 외국인 공격수 아사니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대기여금을 미납했다.
연대기여금이란 선수 영입 시 발생하는 이적료의 일부를 해당 선수가 12∼23세 사이 뛰었던 팀에 나눠주는 제도다.
아사니 영입으로 발생한 연대기여금은 3천달러였다.
예전엔 연대기여금을 구단이 상대 구단에 직접 지급했는데, 미지급 분쟁이 자주 발생하자 FIFA가 영입 구단으로부터 연대기여금을 받아 배분하는 방식으로 최근 바뀌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광주 구단이 FIFA가 알려준 가상계좌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광주 관계자는 "입금을 해도 다시 반환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은행, FIFA와 소통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3천 달러를 송금하려던 광주 구단의 노력은 9월 갑자기 '스톱'된다.
공격하는 아사니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광주FC와 비셀 고베의 16강 2차전. 광주 아사니가 공격하고 있다. 2025.3.12
담당자 A씨가 휴직을 떠나면서다.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업무는 '붕 뜬 채로' 남았다.
결국 광주가 연대기여금을 보내오지 않자, FIFA는 지난 12월 17일부로 선수 등록금지 징계를 내렸다.
연대기여금 미납보다 더 큰 문제는, FIFA 징계가 내려진 사실을 광주 구단이 몰랐다는 것이다.
FIFA의 징계 공문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을 거쳐 대한축구협회로 내려온다. 이어 축구협회가 해당 구단 등에 공문을 전달한다.
그런데 축구협회가 광주에 공문을 전달했는데도, 광주는 징계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이 업무도 담당한 A씨가 여전히 휴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공문이 담긴 메일이 A씨 메일함에 곤히 잠자고 있었다.
프로연맹도 징계 사실을 몰랐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징계 공문이 담긴 이메일을 축구협회가 구단에 포워딩할 때 프로연맹을 '참조(cc)'로 걸어두는 게 관례였다. 그랬기에 늘 우리가 실시간으로 징계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엔 축구협회가 프로연맹을 참조로 걸어두지 않았고, 결국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도 징계 공문 이메일을 '전달'만 했을 뿐 내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광주는 10명이 넘는 선수를 영입했는데, 모두 축구협회 선수 등록 시스템을 통해 문제 없이 등록됐기 때문이다.
광
주 선수들
[광주=연합뉴스]
광주는 최근에야 연대기여금 미납과 선수 등록 금지 징계 사실을 인지했다.
구단과 프로연맹 등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광주가 FIFA에 3천 달러를 보내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푸는 게 우선 과제다. 그러면 징계는 즉시 풀린다.
광주가 지금까지 소화한 K리그1 13경기와 코리아컵 2경기의 결과를 인정할지는 더 큰 문제다.
이미 일부 구단에서는 광주가 미등록 선수로 경기에 나선 만큼, 해당 경기가 다 몰수패 처리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프로연맹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징계가 내려진 상태에서 선수 등록을 받아 준 축구협회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유권해석을 내릴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프로연맹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몰수패로 결론이 난 경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광주는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도 치른터라 AFC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K리그 종사자들은 이번 사태가 시민구단의 허술한 행정력을 드러낸 사례라며 한숨을 쉰다.
한 구단 직원은 "대학생 아르바이트도 쉴 때는 인수인계를 하고 가는데, 프로구단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당황스럽다. 내가 다 창피하다"고 말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촌극이라는 비판을 인정한다"면서 "인수인계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런 문제가 생겼다. 심각성을 통감하며 내부 교육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