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이 크리스털 팰리스전 교체 출전으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출전 기록 공동 98위로 올랐다.
한동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다 팰리스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한 손흥민은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332번째 경기를 소화, 이 부문에서 아이슬란드의 레전드 헤르만 흐레이다손과 함께 공동 98위가 됐다.
33년 역사를 지랑하는 프리미어리그를 거쳐간 무수히 많은 선수들 중 전포지션 통틀어 출전 경기 수 100위 이내 진입한 것은 대단한 기록으로, 아시아 최초다.
또한 예상보다 이른 시간 교체로 투입되면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했고, 지금 흐름을 유지하면 다가오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더했다.
손흥민은 11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팰리스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13분경 페드로 포로와 교체되어 들어가면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달 중순 발 부상을 당한 이후 한 달여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최근 팀 훈련에 합류하며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고, 토트넘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예고한 대로 팰리스전에 교체 투입돼 오랜만에 경기장을 밟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되/글림트(노르웨이)와의 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의 복귀가 머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손흥민은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라면서 "손흥민의 상황은 많이 좋아졌고, 그가 주말 경기에서 출전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손흥민이 팰리스전에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도 토트넘이 보되/글림트를 꺾고 유로파리그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짓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토트넘의 대회 결승 진출 축하 게시글을 공유하며 "좋은 아침, 곧 경기장에서 만나요"라는 멘트를 더해 팰리스전에서 복귀할 것이라는 힌트를 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팰리스전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팀에 새로 생긴 부상자는 없다. 모두가 괜찮다"면서 "쏘니(손흥민)가 내일 몇 분 정도 경기를 뛸 거라는 절반의 희망을 갖고 있다. 돌아오는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며 손흥민이 팰리스전을 통해 복귀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팰리스전을 앞두고 공개된 명단에 포함된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후반 13분경 포로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강했는데, 손흥민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35분여간 경기장을 누비며 경기 감각을 회복했다.
손흥민은 팰리스전에 교체 출전하면서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332번째 경기를 뛰었다. 잉글랜드 출신 공격수였던 제임스 비티(331경기)를 밀어내고 아이슬란드의 레전드인 흐레이다손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통산 출전 공동 98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투입 직후 20여m 정도를 공을 몰고 질주, 후반 44분에는 페널티지역에서 왼발 슛을 쏘는 등 한 달 만에 경기에 투입된 선수치고 나쁘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줬다.

경기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윙어 에베레치 에제에게 멀티골을 허용한 토트넘의 0-2 패배로 끝났다. 전반 45분 다니엘 무뇨스가 내준 공을 가벼운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작렬시킨 에제는 후반 3분 역습 상황에서 이스마일라 사르의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토트넘은 팰리스전에서 0-2 완패를 당하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으로는 최초로 20패를 적립했지만, 패배 기록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팰리스전에서 손흥민이 돌아와 적지 않은 시간을 뛰었다는 점이 우선이었다.
이는 토트넘의 시선이 오는 22일 예정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부진에 빠졌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던 토트넘이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토트넘은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2007-08시즌 이후 이어지고 있는 무관에서 17년 만에 탈출하고,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하려고 한다.

손흥민의 복귀가 반가운 이유다. 팰리스전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 마지막 경기인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린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할 수 있다면 토트넘은 리그 패배 기록이 늘어나더라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17일에 열릴 예정인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더 긴 시간 동안 뛰길 바란다"며 손흥민의 경기력 회복을 기대했다.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사실상 손흥민이 유럽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는 물론, 지난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어올린 경험이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으나, 이는 23세 이하(U-23) 레벨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참가한 국제 대회였기 때문에 클럽 커리어와는 관련이 없다.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1시즌 리그컵 준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수로 평가받았던 손흥민에게 트로피가 없는 팀 커리어는 결함처럼 여겨졌다.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손흥민도 이번 대회에서 무관의 한을 풀 기회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손흥민이 빌라전에서 경기력을 더 회복하고 이번 시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