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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빠' 롯데 투수의 깜짝 발언... 굳이 칭찬하고 싶습니다

조아라유 0

[야구하는 그녀들] 남자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식 변화가 반가운 이유

▲  롯데 자이언츠 투수 구승민(가장 오른쪽)이 팀 동료들과 대화하다가, 최근 태어난 딸을 언급하며 "여자야구 시켜야지"라고 말했다.
ⓒ 롯데자이언츠


"(우리) 딸, 여자야구 시켜야지!"

다름 아닌, 프로야구 선수로 뛰고 있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 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투수 구승민은 지난해 7월 득녀했다. 그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된 영상에서 팀 동료 최항·김원중과 대화하다가 이같이 언급했다.

부자지간 야구 선수는 많다. 이종범(KT위즈 코치)-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부자가 대표적인 예고, 그 외에도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야구인들이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웠거나, 키우고 있다.

그러나 부녀지간 야구 선수는 아직까지 한국에 없는 듯하다. 적어도 아버지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면서 딸이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까지 된 적은 없다. 한국에는 아직 여자야구 실업·프로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한 프로야구 프랜차이즈 스타 A씨는 필자와 만난 사석에서 "여자야구가 '불모지'라 딸에게 야구를 권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자가 해도 힘든 운동이 야구인데, 딸에게 굳이 험난한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2023년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수석코치를 맡았던 정근우도 "대표팀 코치를 제안을 받기 전까지 '여자야구' 존재도 몰랐다"고 했다.

그랬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근 '야구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긴 것 같아 반갑다.

'여자야구' 언급하는 남자 프로야구 선수들

KIA 타이거즈 투수 곽도규와 윤영철은 최근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 여성팬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말은 어떠한 고정관념이나 공허한 말이 하나도 없는 진심이었다.

KIA 타이거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팬의 고민을 들어주는' 주제의 영상에 따르면, 곽도규는 "여자, 남자 상관 없이 야구선수가 되려는 노력은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윤영철도 "한두 번 야구를 해보고 포기하면 안 되고, 뭐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백미는 다음 말이었다. 곽도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여성 코치가 있지 않냐"고 반문한 뒤 "한국에서도 언젠가 성별 관계 없이 (모두가 야구를 할 수 있게) 발전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곽도규가 말한 여성 코치는 얼리사 내킨을 지칭한 말로, 얼리사는 2020년 샌프란시스코 보조코치로 임명되며, MLB 사상 첫 정규직 풀타임 코칭스태프가 됐다. 얼리사는 지난해 클리블랜드로 이직해 현재 선수 육성 부문 부책임자를 맡고 있다.

뿐만 아니다. KIA 주장이자 외야수 나성범은 지난해 KIA 구단이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을 챔피언스필드로 초청한 자리에서 필자에게 "여자야구 대표팀 소식은 기사로만 접했다. 중계를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쉽다"라면서 "(여자야구 대표팀) 결과는 항상 챙겨본다. 내년 아시안컵에서 잘해서 우승하면 좋겠다. 우승까지 응원하겠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현 여자야구 대표팀 윤길현 투수 코치 역시 "2023년 당시, 여자야구 기사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대표팀을 돕고 싶었다"며 코치를 자원한 이유를 밝혔다. 예전 같으면 '여자야구'는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을 텐데, 이제는 같이 야구를 하는 '동지'이자, 꾸준히 지켜보는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NC 다이노스 내야수 김휘집도 지난해 한국여자야구연맹이 주관한 '여자야구 클리닉'에 일일 강사로 와 여자야구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를 코치로 부른 여자야구 대표팀 허일상 감독은 필자에게 "(김)휘집이가 (여자야구에) 이미 빠진 것 같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  KIA 투수 곽도규·윤영철이 '야구 선수가 되고픈' 여성팬에게 조언해 주는 모습.
ⓒ KIA타이거즈


여자야구 후원하는 일본 프로구단들

일본에선 딸을 가진 야구 선수 출신 아버지들을 공략하며 여자야구 인프라 발전에 공을 들이는 움직임이 있다. 2022년 세이부 라이온즈의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한신 타이거즈 위민'을 시작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산하 '요미우리 자이언츠 레이디스'가 만들어진 게 대표적 사례다.

일본여자야구연맹 야마다 히로코 회장은 지난해 필자를 만났을 때 이 일화를 들려줬다. 그가 딸을 가진 프로야구 선수들을 찾아가 "당신의 딸이 야구를 하잖아요. 더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죠"라고 설득했고, 그러자 일본프로야구(NPB) 구단들이 산하 여자야구 실업팀을 창단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자 선수도 직업 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처음엔 물론 쉽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해서 쉽게 도움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히로코 회장은 "야구하는 딸을 가진 아버지 야구선수들을 공략했다. 그들도 아버지이지 않나. 더 좋은 환경에서 딸이 야구를 하려면 아버지들 구단에서 나서서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일본은 NPB 구단들이 지역 연고 사회인여자야구팀에 후원해 주고 있다. 지역 고교 여자야구팀도 도와준다. 이 후원 활동이 프로야구와 직접적으론 연관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딸의 미래를 위한 일이란 걸 일본 사회는 깨달은 것이다.

사실 구승민·곽도규·윤영철·나성범 등이 당연한 말을 한 것 뿐인데, 칭찬하는 것이 '웃프'기도 하다. 그래도 기사로라도 칭찬해본다. 더 많은 KBO 야구 선수들이 '여자야구'에 대해 언급하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리고 언젠가, 꼭 부녀지간 '야구 선수'가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  2023년도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 모습.
ⓒ 황혜정



황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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