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버밍엄
[포포투=박진우]
이명재의 도전은 무모하지 않다. 충분히 아름다웠고, 앞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버밍엄 시티는 2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스티버니지에 위치한 라멕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38라운드에서 스티버니지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미 승격과 우승을 확정한 버밍엄은 승점 102점을 쌓으며 역사를 썼다.
이미 승격과 우승을 일찍이 확정지은 버밍엄. 그럼에도 스티버니지전은 중요했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역사상 '17번째'로 승점 100점을 쌓는 구단으로 등극할 수 있었기 때문.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의 선택은 이명재와 백승호였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상황, 버밍엄은 스티버니지를 말 그대로 압도했다. 전후반 내내 6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끝내 후반 30분 알렉산더 코크란의 선제골이 터지며 1-0 리드를 잡았다. 스티버니지는 밀리는 상황에서도 슈팅 10개를 몰아쳤지만, 버밍엄은 이를 잘 막아내며 1-0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버밍엄은 승점 102점이 되며, 잉글랜드 역사를 썼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었다. 31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울산 HD를 떠나 버밍엄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명재가 첫 선발 데뷔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힘찬 새출발을 알렸지만, 이명재에게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간 교체는 물론, 경기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에 국내외 일각에서는 이명재의 도전이 무모했고, K리그1으로 리턴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진=버밍엄
이명재는 느지막히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크롤리 시티전에서 후반 25분 교체 출전하며 데뷔전을 가졌는데, 왼쪽 측면에서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줬다. 결국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고, 이명재는 잉글랜드 진출 첫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이명재는 데이비스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명재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명재는 72분간 드리블 성공 1회, 공격 지역 패스 12회, 걷어내기 9회, 헤더 클리어 3회, 리커버리 4회, 지상 경합 성공률 50%(4/8), 공중 경합 성공률 67%(2/3)을 기록했다. 매체는 이명재에 양 팀 통틀어 세 번째로 높은 평점 7.5점을 부여했다.
데이비스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데이비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명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는 만큼 큰 이력을 가진 선수다. 이번 시즌 내가 잘한 일 중 하나는 좋은 인성을 지닌 선수들을 데려온 것이다. 비록 모든 선수가 출전하지는 않았더라도, 훈련장에서 항상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MJ(이명재)는 정말 최고였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시작은 더뎠지만, 묵묵히 제 실력과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이명재다. 이제 버밍엄은 3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이명재의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까지다.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2부로 승격한 버밍엄에서 활약을 이어갈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만약 버밍엄과의 계약 연장에 실패한다고 해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다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도 있다. 이명재의 도전은 무모하지 않았다.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도약이었다.
사진=버밍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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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