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부주장이자 핵심 수비수로, 최근 손흥민 부재 때문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최근 아르헨티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구단 안팎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불거진 그의 발언은 팬들뿐 아니라 구단 내부에서도 혼란을 낳고 있다. 로메로의 향후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로메로가 토트넘을 떠날 목적으로 폭탄 발언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부주장의 이 같은 발언은 선수단 분위기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메로는 최근 아르헨티나 출신 기자인 에스테반 에둘과 가스톤 에둘 형제가 운영하는 '로스 에둘(Los Edul)'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항상 하루하루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정말 솔직히 말하면, 라리가에서 뛰고 싶다. 그건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리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에이전트와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성장하고 싶고, 새로운 곳에서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로메로의 이번 발언은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현재 토트넘은 리그 16위에 머물러 있으며, 이미 18패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를 통한 유럽대항전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뿐이다.
특히 로메로는 이번 시즌 주장을 맡은 손흥민의 부재 때 팀의 주장 완장을 찼던 인물로, 리더십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이적 의사를 피력한 점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현지 매체들도 로메로의 이번 인터뷰를 두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2일자 보도에서 "로메로의 발언은 토트넘 내에서 결코 반가운 메시지가 아니다. 지금처럼 위기에 빠진 팀에서는 지도자급 선수의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전문 소식지 '풋볼런던'의 알래스데어 골드 기자 역시 "로메로는 월드컵과 코파아메리카 2회 우승 경력을 지닌 뛰어난 선수지만, 이번 시즌에는 잦은 부상과 불안정한 경기력으로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인터뷰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매체의 톰 콜리는 "로메로는 기복이 심하고 불안정한 수비수다. 초반에 미키 판더펜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지만, 이후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현재 그는 팀의 리더가 되기엔 부족한 모습"이라고 그의 축구 실력까지 혹평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이번 시즌 21경기를 부상으로 결장한 로메로가 팀 리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반복했다"며 "라리가 도전을 언급한 것은 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메로는 2021년 아탈란타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해 현재까지 121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공식 경기 53경기 중 23경기만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팀 내 주요 선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UEFA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의 정신적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몇 주간 스페인 언론과 아르헨티나 매체들은 그가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미 접촉했으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직접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적이 곧바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 스포츠'는 "시메오네 감독은 로메로 영입을 강력히 원하지만, 구단 이사회가 6000만 파운드(약 1135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적료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로메로를 2021년 영입할 때 사용한 4250만 파운드(약 854억원) 이상의 금액을 원하며 협상 시작 최소 금액이 6000만 파운드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메로의 계약 기간이 2027년까지 남아있는 만큼, 헐값에 매각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도 이런 로메로의 이적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토트넘은 올겨울 케빈 단소를 영입한 데 이어, 17세 유망주 수비수 루카 부스코비치와도 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로 인해 로메로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확보된 셈이다.
토트넘 전문 소식지 '토트넘 홋스퍼 뉴스' 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클럽 내부에서도 로메로의 태도에 실망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몇 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찼지만,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으며, 이는 이적 승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로메로의 발언은 토트넘 팬들에게도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에 따르면, 토트넘 팬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지금 팀을 떠날 생각이라면 유로파리그 전에 나가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팬들은 로메로가 팀의 중심이 되기를 바랐지만,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꺾인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