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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가 청소년 레벨에서 '약체' 인도네시아에 두 번 연속 발목을 잡혔다는 건 꽤 충격적이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17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압둘라알파이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에반드라 플로라스타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1986년 카타르대회, 2002년 아랍에미리트대회에 이어 23년만이자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린 한국은 이날 패배로 토너먼트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역대 U-17 대표팀간 맞대결에서 인도네시아에 처음으로 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앞서 세 번의 맞대결 전적은 2승 1무였다. 한국인 전 연령대를 통틀어 정규시간 내에 인도네시아에 무릎 꿇은 건 12년 전인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예선으로, 당시 개최국 인도네시아에 2대3으로 패했다.
한국은 A대표팀 레벨에서 1975년 6월 자카르타 창립 기념대회 3, 4위전에서 2대3으로 패한 뒤 무려 50년 동안 17연승을 질주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4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아시아 3위), 인도네시아가 123위(22위)로 정확히 100계단 차이다.
백기태 U-17 대표팀 감독(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민국 U-17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출처=인도네시아 축구협회
U-17팀의 충격패를 '이변'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위기라고 봐야 한다. 한국 U-22 대표팀은 지난달 중국 옌청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0대1로 패하고, 베트남과 1대1로 비겼다. 세번째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에서 3대1로 승리하며 가까스로 체면을 살렸다.
지난 2월 U-20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준결승 진출로 U-20 월드컵 출전권은 따냈다.
성인대표팀도 지난달 오만(1대1 무), 요르단(1대1 무)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7, 8차전 홈경기에서 '연속무'에 그치며 크나큰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들어 연령을 가리지 않고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결과를 따내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매체 '시시아골'은 불과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인도네시아 축구에 발목 잡힌 걸 두고 "한국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인도네시아가 다시 한번 한국을 쓰러뜨리고, 8강 진출의 희망을 키웠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겸 파리올림픽 예선까지 '소환'했다. 당시 황선홍 현 대전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신태용 전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U-23팀과의 8강전에서 2대2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10대11로 패하며 40년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AFP연합뉴스
'시시아골'은 "재밌는 사실은 두 팀(U-23팀, U-17팀)이 모두 같은 코치에 의한 레거시를 지녔다는 것이다. U-23팀은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고, U-17팀은 신 감독의 수석코치인 노바 아리안토가 맡았다. STY(신태용)의 비법일까?"라고 적었다.
아리안토 감독은 경기 후 "한국전 승리에 안주하지 말자. 선수들에게 남은 2경기에서 집중하자고 당부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단 한 경기로 탈락 고배를 마신 황선홍호와 달리, 백기태호는 아직 희망이 살아있다. 1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4개조 상위 1~2위팀, 총 8개팀이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딴다.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이번 U-17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기존 24개팀에서 48개팀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국이 7일 아프가니스탄, 10일 예멘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면 조 2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인도네시아전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은 결과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밀렸다. 한국의 유효슈팅은 단 3개였다.
윤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