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지휘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좌)-손흥민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축구 대표팀에서 경질된 파울루 벤투 감독에 한국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UAE 축구협회는 지난 26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UAE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와 코칭스태프들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같은 날 벤투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린스 파이살 빈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A조 8차전에서 북한을 2-1로 꺾었다.
북한은 이로써 조별리그 전패를 기록해 조 최하위(승점 2점)에 머물렀다. UAE는 이번 북한전 승리로 승점 13점을 쌓으며 조3위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은 조 1,2위만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며 3~4위는 4차 예선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UAE를 이끌었던 벤투 감독은 지난 2023년 7월 UAE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 기간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2026년 3월까지였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내내 경기력 기복이 이슈가 됐고 타지키스탄전 패배 등으로 아시안컵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애매한 성적을 냈다. 이후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도 별반 성적을 내지 못하자 끝내 경질됐다. 순위는 3위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과정에서 보여준 졸전이 결과와는 이미 무관해졌다.
벤투 감독의 경질은 당초 성적 부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면에는 UAE 협회와의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 현지 매체들은 "UAE협회는 벤투 감독의 대표팀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고집이 강해서 축구협회의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월드컵 본선 직행이 무산되자 이를 명목으로 벤투 감독을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이 잘리자 UAE측과 한국 양측이 다른 의미로 기쁜 마음을 표했다. UAE 축구협회의 SNS에는 현지 팬들이 모여들어 "월드컵 진출 소식보다 이게(경질 소식) 더 기쁘다" "우리의 야망과 목표에 더 걸맞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남기며 환호했다.
같은 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홈에서 중동국가에 2연전 무승부를 기록했다. 홍 감독에게 분노를 표한 한국 팬들은 "여기에 자리가 비었으니 빨리 와달라" "한국에 정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아줬으면 한다" "벤버지가 무직이라니 홍명보 감독을 빨리 내보내야 한다" "승패에 상관없이 벤투 축구는 재밌었다" 고 다른 의미로 환호했다.
한국 대표팀을 지휘할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과 연이 깊은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17일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계약기간은 4년 6개월이었다. 부임 1~2년 동안은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파악하고 다듬는 시기였다. 때문에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일본에 0-3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하는 등 비판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듬해인 2022년부터 성적 반등을 일궈냈다. 1월~2월에 걸쳐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모두 전승하며 대표팀의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냈고 공식전 13경기 무패 기록을 일궈냈다. 특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을 12년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시키는 굵직한 커리어를 일궈냈다. 이후 재계약 없이 한국을 떠났으며, 떠날 당시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으나, 한국 축구는 오로지 돈이다. (선수들에 대한) 협회 지원이 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근무태만, 대표팀 위기 관리 실패에 더불어 부임 당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 밝혀져 큰 논란이 일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경질됐다.
그 뒤 후임인 홍명보 감독 역시 '비공식 면접' 등을 거쳐 공정치 못한 과정으로 선발됐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감사가 한 차례 열리기도 했다. 여기에 전술도 애매하고 성적까지 좋지 않아 홈에서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고양과 수원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오만전(20일), 요르단전(25일)에서 각각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진= KFA, 게티 이미지
권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