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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유망주' FA 한 시즌이 통째로 날아갔다? IL에서 사라진 부상자, 정정 기회조차 없다니... [1000만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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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와 한화의 경기. 9회초 1사 박지환이 장지수의 사구에 맞아 교체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프로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2024 프로야구. 2025년은 더 크게 흥행할 조짐이다. 개막 시리즈부터 역대 최초 이틀 연속 전 구장 만원 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매김 한 프로야구. 지속가능한 성장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 만큼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자칫 화려함에 취해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스포츠조선이 2025 시즌 개막을 맞아 규정이나 기록 등 개선이 시급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3차례 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명확했던 부상이었지만, 부상자 명단(IL)는 없다.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왜 그럴까.

KBO리그는 2020년부터 부상자 명단 제도를 신설했다. 현역 등록 선수가 시즌 중 경기 또는 훈련 중 다치면 한 시즌 최대 30일까지 부상자 명단에 등재될 수 있다. 이 기간 엔트리 말소가 이뤄져도 등록 일수는 인정된다.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속 구단이 KBO에 진단서 등 필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 제출 기간은 부상 발생 후 '3일 이내'다. 경과를 지켜볼 경우 마지막 경기에 출전한 다음 날부터 최대 3일 이내다.

리그 규정 제 14조 현역선수 등 등록 3항 '부상자 명단'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현역선수로 등록되어 있는 선수가 KBO 정규시즌 경기 또는 훈련 중 부상을 당할 경우 10일, 15일, 30일 중 택일하여 부상자 명단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부상자 명단 등재는 당해 시즌에 현역선수로 1일 이상 등록한 부상선수에 한해 시즌 최대 30일까지 가능하며(10일 3회, 15일 2회, 30일 1회에 한함) 선수의 엔트리 말소일부터 3일 이내에 신청서 및 구단 지정 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3일 소급 적용) 선수의 부상 경과를 지켜본 이후 부상자 명단 등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엔트리 말소를 유예할 수 있다. 유예는 별도의 절차 없이 선수의 마지막 경기 출장 다음 날로부터 최대 3일까지 인정되며, 유예 인정 기간 다음 날까지 엔트리 말소 및 이후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경우 선수의 엔트리 말소일 및 부상자 명단 등록 시작일은 신청서에 작성한 유예 인정 기간 내의 등재 시작일까지 소급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자 명단 제출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나 누락, 혹은 선수와 구단 간 합의에 의한 미등재 케이스 등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명백한 부상 상황이 있었지만,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최준용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최준용(24)은 2021년 5월10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틀 전 대구 삼성전 등판 이후 어깨에 통증을 호소했고, 견갑하근 파열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 8주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런데 롯데는 재활중이던 최준용은 6월19일 느닷없이 1군 엔트리에 등록한 뒤 하루 만인 다음날 말소했다.

6월19일은 최준용이 등판할 수 없었던 시점. 당시 구단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등록 일수 확보를 위해 콜업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자 명단 등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등록일수를 맞춰주기 위한 콜업이었다는 뜻이었다. 당시 최준용이 등록되면서 정우준이 말소됐다. 구단으로서는 '1군 엔트리 말소를 계획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사태로 또 한 명의 애꿎은 피해자가 생긴 셈이다.

후반기에 예정보다 조금 빠르게 돌아온 최준용은 6월19일 등록일 하루를 더해 2021년 등록 일수 149일로 FA 1시즌(145일)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 삼성의 경기, 삼성 최지광이 8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2024년에도 부상에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례는 있다.

지난해 5월 SSG 랜더스 박지환(20)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4월30일 경기 중 왼손 손등 부위에 공을 맞았고, 병원 검진 결과 5번째 중수골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

명백했던 부상 상황. 하지만 2024년 4월과 5월 중 SSG가 올린 부상자 명단에 박지환 이름은 없었다.

박지환은 지난해 선수 등록 일수 134일을 기록했다. 박지환이 1군에 복귀한 건 6월9일. 15일 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면 박지환은 FA 1시즌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향후 국가대표 활약으로 부족한 일수를 채울 수는 있지만, 단순 정규시즌 등록 일수로는 1년이 미뤄지게 됐다.


4월과 5월 SSG 랜더스 부상자 명단 등록 현황. 박지환의 이름은 없다. 사진제공=KBO
 
 
 
 
삼성 라이온즈의 최지광(27)도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해 9월14일 인천 SSG전에 마운드에 올랐던 그는 투구 중 갑작스럽게 팔꿈치를 부여잡았다.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삼성은 19일 "우측 팔꿈치 내측 인대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지광은 당시 수술 이후 재활중이다.

이 역시 경기 중 명백했던 부상 상황. 수술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최지광 역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최지광의 지난해 1군 엔트 등록일 수는 106일. 3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고 해도 FA 1시즌을 채울 수 없지만, 이전에 47일(2017년), 21일(2018년)을 기록한 시즌이 있는 만큼, 등록 일수를 합쳐 1시즌을 만들 수 있다. 올 시즌 중 복귀를 해 또 한 번 한 시즌 분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부상자 명단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30일이 아쉬워지는 상황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삼성 측은 "당시 선수와의 협의를 통해 부상자명단에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9월 삼성 라이온즈 부상자 명단 등록 현황. 최지광의 이름은 없다. 사진제공=KBO
 
 
 
 
부상자 명단 제도를 활용해 FA 요건을 채운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어깨 통증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결정 됐지만, 9월11일 3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덕분에 문동주는 149일로 FA 1시즌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최준용의 경우 그나마 시즌 중 발견된 사례라 뒤늦은 등록을 통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시즌이 끝나버리면 보상할 방법조차 막막하다는 점이다. 박지환 최지광 같이 명확한 부상에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등록일수 정정이 불가능하다. 규정대로라면 3일 이내 신청 기간을 지날 경우 추가 신청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한을 둔 이유는 있다. 사후 처리를 다 받아줄 경우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FA일수가 부족한 선수가 말소 시점에 부상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조작된 진단서를 가지고 나올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KBO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이다.


사진=박재만 기자
 
 
 
 
하지만 반대 사례도 있을 수 있다. 통상 부상자 명단 등재는 트레이닝 파트의 소견에 따라 구단에서 선수에게 등재 여부를 물어본 뒤 결정된다. 혹은 선수가 먼저 '부상자 명단에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저연차 선수의 경우 부상자 명단 등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큰 부상으로 인한 좌절과 상실감 등으로 경황이 없어 당시에는 일단 거기까지 신경쓰지 못한 채 유야무야 넘어가는 수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부상자명단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올라가고 보는 게 이익이다.

반면 구단 입장은 미묘하다. 등록 일수가 채워지지 않아 FA가 1년 미뤄지면, 좋은 선수를 추가 1년 간 더 보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상황에 따른 고의 누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이유다.

A에이전트는 "구단으로서는 FA 자격과 연결되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부상자 명단 신청을 이야기 하면 '원래 말소하려고 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선수가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결국 부상이 생길 경우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거나, 일정 정도의 정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에이전트는 "6개월이든 1년이든 유예 기간을 두고 누락된 경우 재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며 "만에 하나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면 그만큼 강력한 징계를 내리면 된다. 반대로 구단이 악용하는 사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를 통해 명확하고 확실한 부상은 추후에라도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은 있지만 피해 사례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선수는 지명 순간부터 FA 신청 전까지는 구단을 선택하거나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결국 일정 기간은 구단이 갑이고, 선수가 을일 수밖에 없다. 보완 시스템이 없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똑바로 세울 방법이 없다. 약자인 '을'의 명백한 피해 구제를 위한 최후의 구제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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