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현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뒤 5년간 호흡을 맞췄던 덴마크 국적의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축구종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뛰고 있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계약이 올 여름 끝나는데 더는 연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릭센도 이를 스스로 시인하고 다른 무대에서 뛸 것임을 알렸다.
손흥민과 같은 1992년생으로 올해 33살인 에릭센은 18일(현지시간) 덴마크 TV2와 인터뷰에서 "구단으로부터 재계약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둘 사이의 협력은 끝날 것 같다"며 "모두가 계약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센은 같은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퍼드에서 단기 활약한 뒤 2022년 7월 맨유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적료 없는 자유계약으로 맨유에 입성했다.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99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에릭센은 맨유 전 사령탑인 에릭 텐 하흐 감독 아래선 그럭저럭 활용됐다. 비슷한 포지션에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있다보니 확고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로테이션급 멤버로는 가치가 충분했다. 에릭센은 시간이 지나면서 포지션을 조금씩 내려와 중앙 미드필더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변신했다.
에릭센은 토트넘 시절에도 90분 경기에 13km를 뛸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다. 맨유에선 심장에 제세동기를 달고 뛰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후벵 아모림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모링 체제'에서 공식전 14경기만 출전하며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이 중 90분 풀타임은 뛴 경기는 지난해 12월3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한 뿐이었다.
에릭센은 네덜란드 명문 구단 아약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3년 8월 토트넘에 합류, 프리미어리그에 뛰어들었다.
에릭센이 합류할 시기 토트넘은 젊은 선수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공격에서 창의적이고 활기찬 플레이로 인상을 남기던 터였다.

이듬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합류했고 2015년 손흥민이 입단하면서 토트넘은 기존 에릭센과 해리 케인, 델레 알리까지 합쳐 'DESK 라인'을 구축했다. 이들 4총사의 화력을 바탕으로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욱승,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일궈냈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으나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본격적인 빅클럽으로 인정받는 시기가 됐다.
에릭센은 토트넘에서 공식전 305경기(69골)를 뛰며 전성기를 보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왼쪽 윙어 손흥민과 호흡이 잘 맞아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10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는 24골을 도운 해리 케인에 이어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에 두 번째로 많은 도움을 올린 선수로 남아 있다.
2020년 1월 인터 밀란(이탈리아)으로 이적한 에릭센은 2021년 6월 덴마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유로 2020에 출전했다가 큰 시련을 맞았다.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이다.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은 에릭센은 결국 인터 밀란을 떠나 2022년 1월 브렌트퍼드에 입단해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고 6개월간 자신이 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뒤 2022년 7월 맨유와 3년 계약해 프리미어리그 커리어를 이어갔다.

하지만 나이가 33살로 적지 않고, 맨유가 마침 재정건전화를 추구하면서 고액 연봉자를 속속 내보내는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에릭센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에릭센의 행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올 초엔 친정팀 아약스나 덴마크 명문 구단,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이 거론됐으나 에릭센은 영국에 남거나, 덴마크로 돌아가거나, 미국으로 이동하는 3가지 경우의 수만 배제한다고 밝혔다.
에릭센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 남을 생각은 없다"며 "해외에서 몇 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덴마크로 돌아가는 것은 아마도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이 될 것인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독일 분덱스리가 입단을 노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한다. 분데스리가에 덴마크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많고 덴마크가 독일과 인접하다보니 나오는 관측이다.
덴마크 출신 보 헨릭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에 가깝게 다가선 이재성, 홍현석의 소속 구단 마인츠 입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