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와 대한항공의 경기 장면
남자 프로배구의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PO)'로 기대를 모았던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다소 김빠진 경기로 끝났다.
8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양 팀의 맞대결은 26일 예정된 PO 1차전의 전초전이었다.
3전 2승제 PO가 3차전까지 갈 경우 1, 3차전이 정규리그 2위 KB손보의 홈인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양 팀은 당장 오는 26일 같은 장소에서 PO 1차전 대결을 펼친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보 감독은 이날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1.5진급 선수들을 기용했다.
정면 대결을 선택하는 대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비주전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준 것이다.
남자부 득점왕을 확정한 KB손보의 외국인 주포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아시아 쿼터 모하메드 야쿱(등록명 야쿱), 베테랑 나경복, 황택의, 차영석, 박상하, 정민수가 모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대신 4년 차 아포짓 스파이커 손준영을 비롯해 아웃사이드 히터 윤서진, 미들 블로커 한국민, 세터 이현승, 리베로 김도훈 등 비주전 선수들을 가동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특급 소방수로 영입한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과 KB손보의 주전 공격수 비예나의 외국인 거포 대결이 불발됐다.
동료와 하이파이브 하는 대한항공의 러셀(중앙)
러셀은 비예나와 대결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그는 국제적인 선수다. 내가 한국 첫 시즌 한국전력에서 뛸 때 대한항공 소속이었던 비예나와 대결해본 적이 있다. KB손보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흥미로운 대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주전을 빼고 나선 KB손보에 3-0 완승을 해 자신감을 충전하고 PO 1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비주전을 상대로 한 경기였지만, KB손보가 '경민 불패'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경민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은 첫 승을 거뒀다.
앞서 KB손보는 안전상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의정부체육관 대신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 경민대체육관에서 8연승을 달렸고, 대한항공과 최종전 직전까지 9승 1패(승률 90%)의 승률을 기록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KB손보전 승리 후 "오늘 경기 결과를 떠나 카일(러셀)이 뛰면서 코트 적응에서는 도움이 됐다"고 성과를 꼽았다.
반면 아폰소 KB손보 감독은 결과보다 비주전 선수들의 성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폰소 감독은 "비주전 선수들로 구성했는데 지난 우리카드전과 마찬가지로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느껴진 경기였다"면서 "경기에선 졌지만, 그 외 모든 것에선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기가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첫 경기가 2, 3차전에 연결되는 건 아니다. 경기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야 하고 그날 경기 진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경민대체육관 징크스'를 털어낸 대한항공과 비주전 선수들을 기용해 결과보다 값진 소득을 얻은 KB손보가 26일 시작되는 PO에선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김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