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 대진 확정 뒤 맥 빠진 남녀 배구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봄배구’는 눈앞인데, 전혀 흥겹지가 않다. 오히려 맥이 빠졌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정규리그 2∼3위 팀의 의도적인 힘 빼기가 노골화되고 있는 탓이다. 프로배구 V리그 포스트시즌에서 2위가 3위에 견줘 갖는 이점이 크지 않다 보니, 막판 순위 다툼 대신 체력 비축 등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비지 라운드’(필요 없는 경기) 느낌마저 있다.
2024∼2025시즌 V리그에서는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역대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 놓고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됐다. 남자부 1위 현대캐피탈은 6경기, 여자부 1위 흥국생명은 5경기를 남기고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6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의 행보는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일부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주전급 선수들을 연일 코트로 내보내고 있는 데 반해, 흥국생명은 주전 선수들을 벤치에 앉혀 두고, 그간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의 김연경(왼쪽)과 김수지.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에 팬들은 봄배구 진출 마지노선인 3위를 놓고 남은 팀들의 순위 다툼에 주목했지만, 이마저도 흥미가 떨어졌다. 하위권 팀들의 부진으로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봄배구 진출 팀이 일찌감치 정해진 탓에 승패의 의미가 없는 경기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자부 2위 현대건설(20승14패·승점 63)과 3위 정관장(22승12패·승점 60)은 2위를 위한 승점 쌓기에 집중하기보단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몸 사리기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지난 6일 흥국생명전에서 백업 선수들로 경기를 치렀다. 정관장 역시 지난 9일 현대건설전에 주전 선수를 모두 빼며 2위 자리를 손쉽게 넘겨줬다. 이미 봄배구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심산이지만, 이전과 달리 긴장감이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2위와 3위의 맥빠진 경기 전략은 플레이오프 운영 방식 때문이다. 봄배구에서 정규리그 2위는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과 3차전을 홈경기장에서 치르는 이점밖에 없다. 2차전에서 승부가 결정 나면 이마저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1·4위, 2·3위 간에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여자프로농구(WKBL)의 방식도 고려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