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100주년 기념 대회가 되는 오는 2030년 대회에 한해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축구팬들과 언론들은 즉각 격분하는 중이다.
영국 유력 매체 '더 타임스'는 7일(한국시간) "FIFA가 공식 성명을 통해 2030년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우루과이축구협회장 이그나시오 알론소에 의해 FIFA 평의회 회의에서 제기됐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를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검토할 것을 약속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FIFA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2030년 F월드컵 64개국 확대 제안이 지난 5일 FIFA 평의회 회의 말미에 ‘기타 안건’으로 제기됐으며, FIFA는 평의회의 모든 제안을 분석할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더 타임스'는 이번 제안을 두고 "FIFA 평의회 회의에서 제안이 나왔을 때, 참석자들은 충격적인 침묵에 빠졌다"며 내부적으로도 갑작스러운 발표였음을 시사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3명의 분석도 전했다. 그들은 "FIFA가 이번 결정을 내릴 때 스포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치적, 재정적 이익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FIFA의 이러한 개정안은 월드컵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2026년 월드컵에서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로 증가하는 만큼, 이번 제안도 축구 저변 확대의 연장선상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우선, 2026년 월드컵에서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증가하면서 경기 수가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난 상태에서, 바로 다음 대회인 2030년 대회에 또 다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선수단 규모 증가와 경기 수 확대가 이미 과부하 상태에 놓인 선수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선수 보호에 대한 FIFA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또한 참가국을 64개국으로 늘리면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 국가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월드컵의 경쟁 구도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신사 '로이터'는 이번 확대 방안이 단순히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FIFA의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FIFA는 거대한 중계권 수익과 스폰서 계약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대회 확대가 월드컵의 본질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미국 스포츠 매체 '폭스 스포츠'는 "이번 결정은 완전한 광기"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2030년 월드컵은 이미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국으로 선정되었으며,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가 100주년 기념 경기 개최국으로 지정돼 개막전을 자국에서 치른다.
여기에 16개국이 추가될 경우, 대회 운영의 복잡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 '가디언'은 "현재 계획된 6개국 공동 개최만으로도 물류와 일정 조율이 어려운 상황에서 64개국으로 확대된다면 대회 기간이 최소 6주 이상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내년 2026 월드컵은 기존 30일 안팎에서 일주일이 길어져 38일간 열린다. 여기에 6주를 더하면 월드컵을 2개월간 치른다는 뜻이 된다.
이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추가적인 진출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남미의 경우 월드컵 자동 진출국 수가 대폭 증가하여 지역 예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각국 축구협회들이 예선 경기에서 벌어들이는 방송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적인 문제도 논란거리다. 대회 규모가 커질수록 참가국 및 관계자들의 이동이 증가해 탄소 배출량
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며, 이는 지속 가능한 스포츠 운영이라는 FIFA의 목표와도 모순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축구 팬들 역시 FIFA의 월드컵 확장 기조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팬은 "월드컵에서 예선을 없애고 그냥 전 세계가 참가하는 대회로 만들 셈인가?"라고 비꼬았다. FIFA엔 211개 축구협회가 가입돼 있다.
다른 팬은 "6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하프타임 쇼 추가, 그리고 이제 64개국 확대까지, 조만간 FIFA가 격년제 월드컵을 추진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FIFA가 이번 제안을 실제로 실행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FIFA가 클럽 월드컵 확대 및 월드컵 중간 공연 도입 등 상업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64개국 확대안이 단순한 검토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