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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 부상 위험' 상암 논두렁 잔디, 33억 들여도 근본은 땜질 복구…장기적 시설 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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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이 파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2주 일찍 개막해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거나 어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던 문제였다. ⓒ연합뉴스
▲ 곳곳이 파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2주 일찍 개막해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거나 어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던 문제였다. ⓒ연합뉴스
▲ 곳곳이 파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2주 일찍 개막해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거나 어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던 문제였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프로축구 K리그가 여전히 산업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잔디 문제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는 잔디 문제가 터지며 0-0 무승부로 끝났다. 선수들은 볼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보느라 다음 준비 동작이 늦는 모습을 노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는 볼을 제어하다 잔디에 걸려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린가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잔디 사진을 올려 분노했다.

경기 중계 화면에도 잔디는 누렇게 나온 것도 부족해 곳곳이 파여 있는 것이 심하게 노출됐다. 하이브리드 잔디라며 자랑했던 경기장 잔디는 2023년 여름 잼버리 콘서트를 기점으로 완전히 망가져 땜질만 반복했다.

사정을 모르는 해외의 린가드 팬들에게는 한국 축구의 성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준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린가드의 SNS에 달린 해외 팬 댓글 중에는 '골프장 러프보다 더하네', '린가드, 고생 그만하고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해' 등 조롱성 글들이 보였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7일 잔디 긴급 복구를 발표했다. 오는 29일 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전까지는 정상화를 약속했다. 우선 2500㎡ 이상은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5900㎡ 면적에는 배토와 잔디 파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총 33억의 예산을 들여 잔디 보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잔디 보식으로 일단 버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최선의 대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6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등으로 예년보다 2주 정도 일찍 K리그가 개막했고 추운 날씨로 인해 잔디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는 올해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또 그 전년에도 발생한 일들이었다.

그때마다 대응은 잔디 보식이었다. 채광기나 그라운드 열선 설치 등 비용이 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난색 또는 예산 학보의 어려움을 들어 뒤로 밀어 두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절기 고온다습한 기후에 대비해 냉풍기 설치가 겨우 대책이라면 대책이었다. 경기가 없는 겨울에는 대형 천으로 덮어 놓는 것이 전부였다.

이는 경기장을 관리하는 한국영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난 5일 '연합뉴스'를 통해 "추운 겨울이나 뜨거운 여름에는 경기 수를 줄이면 된다"라거나 "인조 잔디인 효창운동장을 대체 장소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근시안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 FC서울 제시 린가드는 김천 상무전에서 잔디에 걸려 넘여져 부상을 당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 FC서울 제시 린가드는 김천 상무전에서 잔디에 걸려 넘여져 부상을 당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이미 서울은 2021년 하이브리드 잔디 조성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일시적으로 떠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대체 경기를 치렀던 경험이 있다. 충분히 열선이나 다른 시설 조성의 시간이 있었지만, 거액의 비용에 대해 난색을 표현한 바 있다. 냉, 온수기 조절로는 한계가 있다는 학습도 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효창운동장은 프로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 한국 축구사에 동대문운동장과 더불어 의미 있는 장소라 보존의 가치가 더 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계 관계자는 "축구협회 차원에서 시설관리공단에 구단 장기 임대를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설관리공단이 반대했다. 생각해 보라. 장기 임대를 할 경우 관리공단 내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경기장 전체를 구단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장이 공공시설이라 구단이 임대해도 시설관리공단이 밀려나지는 않았겠지만, 결국은 인식 문제가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홈구장을 대관하는 구단들은 관중석이나 실내, 외 시설에만 조형물 등의 조성에만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 투어 등으로 영업하고 싶어도 이 역시 공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서울이나 다른 구단들은 1년에 리그 18경기에 FA컵이나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으로 20경기 정도 또는 그 이상 영업이 가능한 구조다. 평균 관중이 많아도 당일 외에는 경기장 수익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공무원 조직의 현실로 이어진다. 콘서트 등 다른 외부 행사 대관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당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여파는 오는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됐던 수원 삼성-서울 이랜드의 코리아컵(구 FA컵) 2라운드를 19일로 이동해 치르는 것으로 연결된다.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차전 오만(20일)전을 고양종합운동장, 요르단(25일)전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수원-서울E전을 치르고 바로 잔디가 회생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걱정이 담긴 경기일 변경이다.

수원은 지난해 하반기 수원월드컵기장 잔디 조성 문제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잔디 보식이 끝나 서울E전을 500경기로 기념하려고 했지만,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과 축구협회 등의 협의에 눌릴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 경기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그 여파로 고양과 수원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잔디 문제는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땜질 보수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최근 몇 년째 확인 중이다. 축구가 우선해야 하는 인식을 관리 주체에 심어주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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