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다저스가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도 계약 직후와 달라졌다. 그는 김혜성이 수비만으로도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타격에 물음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저스는 김혜성이 개빈 럭스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그와 3년 1250만 달러에 계약했다. 럭스와 달리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타격은 리그 평균만 하면 족하다는 분위기였다. 또 그렇게 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딴판이었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도 아니고 마이너리그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타율이 1할도 되지 않는다. 이에 다저스 수뇌부는 매우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혜성은 KBO리그와 다른 투수들을 본격적으로 상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몇 경기 하지 않았다. 매 경기 포지션을 바꾸면서 공격까지 잘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유틸리티맨으로 키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격에서는 럭스정도 해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4~5경기를 한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KBO 리그 출신 한국 선수들도 빅리그 데뷔 해 시범경기서 고전했다. 김현수, 강정호 등 거의 대부분이 처음 보는 투수들의 투구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김혜성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적응기다. 다소 촉박하기는 하지만 몇 경기 성적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로사리오와 보티가 의외의 성적을 내고는 있으나 반짝 활약일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경우는 허다하다. 박효준이 2024 시범경기서 4할에 가까운 타율을 보였으나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분 문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이 빅리그 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이 그대로 정규리그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이들이 상대한 투수들은 거의 마이너리그 투수들이다.
다저스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김혜성의 타격 메카니즘이 도저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빅리그에 있으면서 타격감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만일 김하성을 마이너리그에 보낸다면, 이는 다저스가 김혜성과의 계약이 실책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럭스를 트레이드한 명분이 무색해진다. 사실 수비만 빼면 럭스가 여러 면에서 김혜성보다 낫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다저스는 럭스가 미덥지 않다면 FA 시장에 나온 엘리트급 2루수를 영입하면 그만이었다. 느닷없이 김혜성을 영입하면서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다. 김혜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슈퍼스타들로 구성돼 있다. 소와감을 느낄 정도다. 팬들의 기대치도 올랐다. 김혜성은 처음부터 너무 부담이 큰 팀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농구의 여준석이 농구 명문대인 곤자가대를 선택한 것과 비슷하다. 여준석은 가비지타임에만 나오는 처지다.
김혜성은 마이너리그행을 그리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마이너리그에 가면 빅리그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 박찬호도 2년 동안 마이너리그에 있었다. 부상자나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콜업되기 어렵다. 다저스가 김혜성을 마이너리그에서 썩히게 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부를 수는 없다. 김혜성은 다른 팀도 아닌 다저스 조적에 속해있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워낙 뎁스가 두텁기 때문에 콜업되기가 무척 어렵다. 김혜성이라고 특별 대우를 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저스는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보낼 것이 아니라 빅리그에 데리고 있으면서 그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게 해야 한다. 그는 다저스가 원하던 왼손 타자다.
강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