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귀화선수였던 라건아(가운데)가 지난해 2월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첫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남자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목표를 두고 다수의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팀이 여러 명의 귀화선수를 보유하면 선수 풀을 넓혀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농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에 “장기적으로 남자 대표팀의 귀화선수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 실현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단계이긴 하나 대표팀 상황에 맞춰 최적화된 선수 1명을 경기에 투입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역대 남자 대표팀에는 단 1명의 귀화선수가 있었다. 2018년 특별귀화를 거쳐 태극마크를 단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다. 여러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던 그가 지난해 5월 계약 만료로 떠나면서 대표팀은 귀화선수 공백을 겪고 있다.
라건아의 영입은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1명의 귀화선수만 운영된 탓에 드러난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라건아가 다치면 전력에 큰 타격을 입는 데다 다양한 유형의 선수를 활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협회는 지난해 7월 전 국가대표 슈터 문태종(은퇴)의 아들인 재린 스티븐슨(앨라배마대)의 특별귀화를 공식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프로농구(KBL)의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서울 삼성)이 영입 물망에 올라 있다.
이 관계자는 “스티븐슨의 경우 서류상으로 필요한 귀화 준비는 다 끝났다. 코번과는 귀화 문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이들 두 선수 외에도 또 다른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무대에서 활동 중인 스티븐슨은 211㎝의 장신에 슈팅력과 기동력을 갖춘 장신 포워드다. 코번은 210㎝의 정통 빅맨으로 골밑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 여러 귀화선수를 확보하는 경우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부상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상대팀의 구성이나 전술에 대처해 선수를 골라서 내보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 수도 있다.
아시아 농구계의 귀화선수 영입은 하나의 흐름이 됐다. 아시아 최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은 여러 유형의 귀화선수를 복수로 확보한 뒤 상황에 따라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그간 약체로 분류됐던 태국도 귀화선수의 가세로 전력이 급상승을 이뤘다. 태국은 지난 20일 한국과의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전에서 1점 차로 석패했다.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귀화 영입 대상의 의지는 물론 보수나 출전 등 조건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협회가 귀화를 추진해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거쳐 법무부 특별귀화 심사까지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복수의 귀화선수 영입 목표를 이루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협회가 정해진 절차를 건너뛰거나 앞당길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귀화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