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2루수 김혜성이 지난 21일(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전에서 1회초 상대 모이세스 바예스테로스가 친 뜬공을 수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혜성이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덕아웃을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트레이닝서 적응력을 높이고 있는 LA 다저스 김혜성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5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편하고 좋아 보인다"고 평가한 뒤 "타격에 있어서 몇 가지를 점검하고 있다. 타격폼에 변화를 주고 있는데 점점 적응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 속도에 대해서도 그는 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혜성은 몸에 맞게 해 나가고 있고 강해 보인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3차례 시범경기에 출전한 김혜성은 지금까지는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혜성은 지난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2루수로 선발출전해 두 차례 수비를 말끔하게 펼쳐보였다. 1회 모이세스 바예스테로스의 뜬공을 우중간 외야로 뒷걸음으로 쫓아가 여유있게 잡아냈고, 4회 좌타자 마이크 부시의 104.3마일의 빠른 바운드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24일(한국시각) 경기에 앞서 한 어린이 팬의 사인요청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23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는 유격수로 출전해 실책을 범했지만, 타구 자체가 까다로웠다. 1회 프레디 퍼민이 친 105.6마일 강습타구가 투바운드돼 왼쪽으로 날아든 것을 잡으려다 글러브를 맞고 뒤로 튀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신 김혜성은 3회 우타자 조이 위머의 102.1마일짜리 빠른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1루로 강하게 던져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타구 판단→포구→송구가 깔끔하게 연결됐다.
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는 4회 대타로 출전해 내야안타를 친 뒤 5회 수비 때 유격수로 들어갔다. 이어 7회 중견수로 다시 옮긴 뒤 8회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1사후 좌타자 클레이 던건이 친 91.2마일 속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자신을 향해 날아들자 지체없이 앞으로 전력질주로 달려와 여유있게 잡아냈다. 이때 현지 중계진은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향합니다. 김혜성이 가볍게 잡아냅니다. 빠른 발을 가진 그가 빠른 판단으로 달려나와 보기에 비교적 쉽게 잡아냈습니다"고 칭찬한 뒤 "김혜성이 멀티 포지션을 보고 있는데, 그것은 다저스 구단이 최근 수년 동안 주안점을 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2루수→유격수→중견수로 잇달아 수비 실력을 검증받은 김혜성이 앞으로도 여러 포지션에 기용될 것으로 보여 로버츠 감독의 그를 향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성이 지난 24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전에서 4회 내야안타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버츠 감독은 "그가 (KBO에서)좌익수로 뛴 적이 있지만, 그의 빠른 기동력을 감안하면 중견수를 맡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뭘 요구하든 그는 뛸 준비가 돼 있다. 디노(디노 이블 3루 및 외야수비코치)와 얘기를 해보면, 김혜성은 요며칠 새 외야에 나가 훈련을 했다. 움직임이 정말 좋고 제법 매끄럽게 한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해 다저블루는 25일 '김혜성은 결국 2루수로 자리잡을 수 있겠지만, 다저스는 그를 스프링트레이닝 동안 여러 다른 포지션도 맡아보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바라는 게 있다면 그가 타격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다른 옵션들도 있다"고 했다. 타격은 좀더 두고 보겠다는 뜻이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2루수로 뛰게 된다. 제임스 아웃맨과 앤디 파헤스가 중견수를 놓고 백업 경쟁을 하는데, 토미 에드먼이 주전 중견수로 나간다. 그러나 좌타 중견수가 또 한 명 있다면 단점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그리고 분명 그를 유격수로 자주 쓰겠지만, 2루수로 뛸 수 있다는 걸 결국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에서 그의 실력을 시험하고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성을 중견수 옵션으로 활용하려는 이유가 좌타자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로버츠 감독의 이같은 계획을 고려하면 김혜성은 앞으로도 중견수로 쓰임새를 계속 검증받을 전망이다. 그는 KBO 시절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등 4개 포지션을 뛰었다. 중견수는 경험이 없다.
한편, 김혜성은 이날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시범경기에는 결장했다.
LA 다저스 김혜성.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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