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결승골 도움이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는 데도 영향을 미칠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이강인이 최근 소화한 경기 시간을 보면 당장 다음 경기인 4부리그의 아마추어 구단 스타드 브리오샹과의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8강전에 선발 출전해 많은 시간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 르망(3부리그)과의 16강처럼 말이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프랑스의 거함 파리 생제르맹(PSG)은 24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과의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얻은 PSG는 승점 59를 마크해 2위 올랭피크 마르세유(승점 46)과의 승점 차를 13점으로 벌린 채 리그1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최근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가고 있던 리옹(승점 36)은 PSG전 패배로 연승이 끊기면서 리그 6위에 머물렀다.
PSG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고, 누노 멘데스, 루카스 베랄두,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백4를 구축했다. 주앙 네베스, 비티냐, 데지레 두에가 미드필드에서 호흡을 맞췄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최근 선발로 출전하는 경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강인은 리옹전에서도 벤치에 앉았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 대신 바르콜라, 크바라츠헬리아, 두에 등 다른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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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가 경기 주도권을 쥐었지만, 리옹이 탄탄한 수비로 PSG의 공격을 막아세운 탓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13분 크바라츠헬리아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뎀벨레가 일대일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라인을 넘어서기 직전 클린톤 마타가 걷어내 득점에 실패한 게 아쉬웠다.
PSG와 리옹의 경기는 전반전 중반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전반 26분 크바라츠헬리아가 페널티지역 왼편에서 리옹 수비수를 벗겨낸 뒤 과감한 오른발 슛을 쏴봤지만 빗나가자, 리옹은 전반 28분 사엘 쿰베디의 슈팅으로 맞섰다. 쿰베디의 슈팅은 돈나룸마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4분에는 바르콜라의 패스에 이은 뎀벨레의 슈팅이 나왔으나 루카스 페리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두 팀이 서로 몇 차례 공격을 주고 받았지만 결국 전반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1분 크바라츠헬리아의 슈팅으로 후반전의 포문을 연 PSG는 후반 8분 만에 드디어 선제골을 터트렸다. 공격에 가담한 오른쪽 풀백 하키미가 리옹 수비를 뚫어낸 것이다.
하키미는 후반 8분 바르콜라가 측면에서 보낸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정교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리옹 골문 왼쪽 하단 구석에 꽂아 넣었다.
후반 14분에는 뎀벨레가 크바라츠헬리아와 공을 주고 받으면서 리옹 수비를 무너뜨렸고,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리옹 골네트를 흔들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지자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와 바르콜라를 이강인과 곤살루 하무스로 교체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위치에서 뛰었다.
PSG가 여유를 부린 것과 달리 리옹의 추격 의지는 만만치 않았다. 후반 38분 조르주 미우타제와 라이언 체르키가 추격골을 합작하면서 PSG를 한 골 차로 따라갔다.
그러나 PSG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후반 40분 하무스가 환상적인 턴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동시에 페널티지역에 있던 이강인에게 공을 전달했고,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오던 하키미를 보고 패스를 건넸다. 하키미는 골문 반대편을 노리는 대각 슛을 쏴 득점에 성공했다. 이강인의 시즌 5호 도움이었다.
리옹은 후반 추가시간 2분 바이에른 뮌헨 출신 미드필더 코렌틴 톨리소의 골로 격차를 다시 한 골로 좁혔지만,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경기는 PSG의 3-2 승리로 마무리됐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에 따르면 이강인은 하키미의 결승골을 도운 것 외에도 패스 성공률 100%(11/11),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1회 시도), 지상 경합 성공 1회(1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교체로 출전했으나 이강인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의 활약이 이강인의 입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초반과 달리 해가 넘어간 이후 좀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발로 출전하더라도 45분이나 60분대에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고, 교체로 투입되는 경기에서는 평균 2~30분만 소화하고는 한다. 리옹전에서는 심지어 16분만 뛰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엔리케 감독이 로테이션을 중시하는 지도자라고 해도 유독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적은 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강인의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다. 결국 이강인이 다른 선수들을 밀어내지 못하거나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주요 경기에 기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강인이 출전하는 경기의 상대가 대부분 PSG보다 수준이 낮은 클럽들이라는 것이다. 이강인은 올해 들어 딱 두 번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번 시즌 리그1 중하위권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는 AS생테티엔과의 리그 경기, 그리고 3부리그 구단인 르망과의 쿠프 드 프랑스 16강전이었다.
최근 브레스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0분만 소화했고, 리옹전에서도 16분만 뛰었기 때문에 이강인은 다음 경기인 스타드 브리오샹과의 쿠프 드 프랑스 8강전에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르망전처럼 풀타임을 소화할 수도 있다.
로테이션 자원, 그것도 수준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출전하는 선수로 전락하는 건 이강인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이강인도 이제는 20대 중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주전 경쟁에서 승리해 출전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