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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슈퍼스타 대접 받았다… 갑자기 3번 이동? 왜 SF는 그런 구상을 했을까

조아라유 0
▲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이정후를 1번이 아닌 3번에서 활용할 계획을 드러냈다. 다른 선수들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3번 타순이 비고, 3번도 능히 할 수 있는 이정후의 능력을 신뢰했다. ⓒ연합뉴스/AP
▲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타순 구상에 앞서 선수에게 직접 의향을 물어보는 등 슈퍼스타들이 받는 대우를 해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팀의 문제점을 동시 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를 낙점하고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포스팅 금액을 포함하면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리드오프 타율이 떨어지고, 좌타자의 정교함이 부족하고, 중견수 포지션의 선수들이 공·수 모두 리그 평균 이하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이정후는 2024년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계약이었고, 스프링트레이닝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된 첫 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정후가 개막전 리드오프 중견수가 아니라면 그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 이야기대로 이정후는 시즌 첫 경기를 리드오프와 중견수라는 중요한 자리에서 치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단 한 경기도 뛰어 본 적이 없는 이정후가 첫 시즌 적응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설사 한 시즌 전체를 적응기로 보낸다 하더라도 6년 계약을 한 선수인 만큼 2024년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메이저리그 구장 환경에 적응하면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만 26세의 선수라 전성기를 모두 다 뽑아 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은 이정후가 자신의 시즌 37번째 경기에 수비를 하다 어깨를 크게 다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정후는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그대로 접었고, 샌프란시스코의 잔여시즌 경기에 더 이상 나서지 못했다. 그런 이정후는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을 정상적인 몸 상태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구상과는 조금 달라졌다. 1번이 아닌, 다른 타순에서 시즌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밥 멜빈 감독은 14일(한국시간) 스프링트레이닝 개막에 맞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 타순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근래 들어 매 시즌 20~30개의 홈런을 터뜨린 공격형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영입하며 타선을 강화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다메스가 어떤 타순을 소화할지가 관심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정후-아다메스의 테이블세터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멜빈 감독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멜빈 감독은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를 리드오프로 두고, 아다메스와 이정후를 차례로 뒤에 붙이는 타순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후를 1번이 아닌, 3번으로 쓸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3번 타순도 소화한 적이 있다. 주로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3번 타순에 위치했다. 하지만 올해는 붙박이 3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프링트레이닝과 시범경기를 다 해봐야겠지만, 현재 팀의 구상 자체는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멜빈 감독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선수를 부상으로 너무 일찍 잃었다. 우리는 그가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거액의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찍 (부상이)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를 잃은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떠올리면서 "지난 봄 첫날부터 그가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투구에 대처해야 할지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정말 그리웠다. 빅리그에서 기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가 정말 높은 고점을 가지고 있고, 아직 젊은 선수이며 올해 좋은 플레이를 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이정후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과시했다.


 

▲ 이정후는 키움 시절 3번 타순도 많이 소화해 이 타순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이정후는 팀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했다. ⓒ연합뉴스/AP
▲ ‘디 애슬레틱’은 “구단 관계자들의 솔직한 생각은 멜빈의 희망과 낙관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선 이정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멜빈 감독은 올해 타순 구성에 대해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1번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웨이드 주니어는 지난해 타율은 0.260을 기록했지만 출루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0.380에 이르렀다. 공을 잘 보고, 볼넷을 많이 골랐다. 멜빈 감독은 "웨이드가 1번에 들어가면 누군가는 3번을 처야 한다. 윌리 아다메스는 2번에 더 잘 어울리고, 맷 채프먼도 4번이 알맞은 선수다. 그 뒤를 엘리엇 라모스가 따를 것이다"면서 "3번 타자로는 이정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1번도, 3번도 모두 중요한 타순이다. 이정후가 1번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게 아니라, 팀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3번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웨이드 주니어는 3번보다는 1번이 더 어울리는 지난해 성적을 냈다. 웨이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0.246에 불과하다. 쳐서 주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3번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다메스는 '강한 2번 타자'가 가장 그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3번에 누군가는 들어가야 하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이정후의 능력을 신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정후도 3번이 전혀 낯설지 않다. 키움 시절 3번으로 많은 타석을 소화했다. 이정후 또한 팀이 원하면 언제든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각오다. 이정후는 14일 훈련을 마친 뒤 이 구상에 대해 "얼마 전에 감독님이 타순에 대해 말씀하셨다. '한국에 있을 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많이 치지 않았냐'고 하시더라. 감독님께 '직접 와서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느 타순이든 준비를 잘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이나 감독의 일방적인 구상이 아닌, 이정후와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하고 구단 방향을 잡아갔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선수에게 감독이 이렇게 구상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지는 않는다. 이정후가 슈퍼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구단 관계자들의 솔직한 생각은 멜빈의 희망과 낙관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정후가 매일 경기에 나서는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1년 전보다 더 많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한다"면서 "우선 이정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는 2년 동안 야구를 많이 하지 못했다. 발목 골절로 인해 2023년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별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고, 그리고 지난 5월 어깨 탈구는 그의 커리어에서 두 번째 있던 부상이었다"면서 건강을 강조했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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