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에버턴과 리버풀의 시즌 첫 번째 머지사이드 더비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만큼이나 치열했다.
난타전 끝에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극장 동점골이 터지면서 무승부로 끝난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경고는 네 장, 퇴장은 두 장이나 나왔다. 심지어 리버풀의 사령탑 아르네 슬롯 감독도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에버턴과 리버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5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2-2로 비기면서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승점 27점을 기록해 리그 15위로 올라선 에버턴은 강등권 끝자락인 레스터 시티(승점 17)와의 승점 차를 10점으로 벌렸다. 리버풀은 리그 선두를 유지했지만 아스널과의 격차를 더 벌리지는 못했다. 리그 24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두 팀의 승점 차는 7점이다.
이번 경기는 당초 지난해 11월 열렸어야 했지만 당시 리버풀 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안전상의 문제로 경기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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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더비 중 하나답게 두 팀의 경기는 상당히 치열했다. 에버턴이 전반 11분 만에 리버풀 골문을 열어젖혔으나, 리버풀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앞세워 전반 16분 만에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후반 28분 살라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는 리버풀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에버턴이 경기 막판에 터진 타코우스키의 극장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에버턴의 선제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전반 11분 에버턴의 프리킥 키커로 나선 제러드 브랜스웨이트가 리버풀의 페널티지역으로 뛰어 들어가는 베투를 향해 절묘한 침투 패스를 보냈고, 베투가 이를 잡아놓은 뒤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리버풀의 골네트를 갈랐다.
리버풀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동점골을 노린 끝에 실점 5분 만에 균형을 맞췄다.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살라가 에버턴 문전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맥알리스터가 공의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연결해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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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은 동점골을 실점한 것도 모자라 주전 공격수인 일리망 은디아예가 경기 도중 쓰러지는 악재까지 맞았다. 은디아예는 전반 21분경 슈팅하는 과정에서 땅을 찼고, 이후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 위에 드러누웠다. 결국 에버턴은 전반 25분 은디아예를 잭 해리슨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막바지에는 리버풀이 날카로운 역습으로 에버턴 골문을 두드렸지만 에버턴의 수호신 조던 픽퍼드가 선방쇼를 펼치면서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후반전 초반에는 에버턴의 공세가 거셌다. 에버턴은 해리슨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다. 후반 1분 해리슨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시도한 슈팅은 리버풀 수비에 가로막혔고, 이어 후반 10분 때린 슈팅은 옆으로 빗나갔다.
후반 11분에는 미드필더 압둘라예 두쿠레가 헤더로 리버풀 골문을 위협했지만 두쿠레의 헤더는 벗어나고 말았다.
리버풀은 교체카드를 통해 분위기 변화를 꾀했다. 후반 16분 라이언 흐라벤베르흐와 코너 브래들리를 커티스 존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교체하면서 중원과 측면 수비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에버턴은 좀처럼 리버풀에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은 건 리버풀의 에이스 '파라오' 살라였다.
살라는 후반 28분 존스의 슈팅이 브랜스웨이트에게 맞고 흐르자 이를 놓치지 않고 공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앞서 올린 도움으로 리그 14호 도움을 기록한 살라는 이 득점으로 리그 22호골을 달성, 2위 엘링 홀란(19골)과의 격차를 3골로 벌린 채 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에버턴은 후반 32분 예스페르 린스트룀과 이드리사 게예를 불러들이고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팀 이로에그부남을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고, 후반 42분에는 제임스 가너를 애슐리 영으로 바꿨다. 리버풀은 디아스를 불러들이고 디오구 조타를 투입해 경기 마무리를 준비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리버풀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경기 막판 에버턴의 극장 동점골이 터졌다. 주장 타코우스키가 동점골을 터트린 것이다.
추가시간에 추가시간이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8분 공격에 가담한 타코우스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리버풀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된 이후에도 타코우스키의 득점은 그대로 인정됐다. 결국 두 팀의 경기는 2-2로 끝났다.
경기 내용보다 더 주목받은 상황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뒤 발생했다.
극적 무승부에 흥분을 참지 못한 두쿠레가 리버풀 원정 팬들에게 다가가 도발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를 본 존스가 두쿠레에게 달려가 두쿠레를 밀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에버턴과 리버풀 선수들도 곧장 뛰어와 몸싸움을 벌였다. 선수들을 말리기 위해 안전요원들도 대거 투입됐다.
경기를 주관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선수들을 진정시킨 뒤 두쿠레와 존스 모두에게 옐로카드를 꺼냈고, 기존에 카드를 갖고 있었던 두쿠레와 존스는 퇴장당했다. 이 과정에서 주심에게 항의한 리버풀의 사령탑 슬롯 감독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도전하고 있는 리버풀은 다음 경기인 울버햄튼전에서 감독과 주요 선수인 존스 없이 경기에 임해야 한다. 순간의 흥분이 만들어낸 결과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