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가고시마, 김환 기자) 강성진은 '초신성'이라는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17세에 FC서울 구단 최초로 준프로 선수가 되어 2021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강성진은 K리그1 최연소 데뷔 기록을 경신하면서 혜성처럼 K리그에 등장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맹활약하며 K리그 최고의 '슈퍼 루키'로 불렸다.
지난 2022년에는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19세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그해 여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에서 홍콩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강성진의 커리어가 항상 순탄치는 않았다. 잦은 연령별 대표팀 차출로 인해 소속팀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2023시즌에는 부상까지 당하면서 여러모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4시즌에도 리그에서만 선발로 13경기에 출전했지만 시즌을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 4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강성진의 눈에는 불꽃이 핀 모습이었다. 아직 22세에 불과하지만 어느덧 프로 5년 차를 맞은 강성진은 2025시즌을 반드시 유의미한 시즌으로 만들고 2003년생 동갑내기 이영준(그라스호퍼)과 김준홍(DC유나이티드)을 따라 해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강성진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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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컨디션은.
팀과 함께 1차 동계훈련부터 시작해서 2차 동계훈련까지 하는 게 거의 2~3년 만인 것 같다. 항상 대표팀 때문에 동계훈련 기간을 전부 소화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준비하니까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컨디션에 따라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신체적으로 지치지 않고 몸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측면 공격수로 각광받았지만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뛰었는데.
감독님의 스타일 안에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에 맞게끔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작년처럼 쉐도우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었고, 내가 측면에서 뛸 줄도 아니까 최근 연습경기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오른쪽 윙으로 출전했다. 경기 상황이나 플레이에 따라서 두 포지션을 모두 뛸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다.
-두 포지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측면은 원래 내가 뛰던 포지션이다. 감독님께서는 측면에 있는 선수와 가운데에 있는 선수에게 원하시는 플레이가 다르다. 중앙에서 뛰면 공을 빼앗지기 않고 좌우로 전환할 때 그 흐름을 빠르게 이어가서 속도를 살리는 게 중요하고, 공격적으로 돌아서서 앞으로 밀고 나가라는 요구를 받는다. 오른쪽 윙과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수비하는 방법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수비 스타일 면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축구는 한 포지션에서 뛰는 것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 색깔은 항상 갖고 있지만, 감독님과 감독님의 스타일 안에서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포지션에서는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동계훈련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어서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다.
작년에도 시즌 초반에는 대표팀에 다녀왔고, 이후에도 대표팀을 오갔다. 올해는 1차 동계훈련부터 계속 하고 있어서 팀에서 잘해야 하고, 팀이 잘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아니라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하면서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팀에 좋은 형들이 많아서 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도록 도와주신다.
-본인이 원하는 포지션의 경쟁이 치열한데.
기존에 있던 형들도 그렇고, 이번에 새로 합류한 형들도 워낙 리그에서 검증이 된 선수들이다. 훈련에서 많이 배우고 있고, 형들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형들에게 질문도 많이 던진다. 그러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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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이번 시즌이 중요할 것 같은데.
나도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느 대표팀이나 발탁되기는 힘들지만,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A대표팀으로 가기 전 마지막 연령별 대표팀이라는 점에서 차출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아시안게임에 꼭 출전할 수 있도록 소속팀에서 많이 뛰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벌써 프로 5년 차다. 그동안 매년 족적을 남겼는데, 이번 시즌은 어떤 걸 남기고 싶은가.
팀적으로는 FC서울이 작년에 상위 스플릿에 들어갔으니, 형들도 말하지만 올해에는 더 나아져서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이 되고 싶다. 그동안 매년 들쭉날쭉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동안 주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바뀌었다. 프로 5년 차를 맞은 이번에는 혼자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소속감도 더 많이 느껴져셔 개인적으로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 팀에 많이 기여하는 게 목표다.
-프로 데뷔 후 많은 지도자들을 만났는데, 김기동 감독의 축구는 어떤가.
축구에 당연히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하면 뭔가 정답이 있는 느낌을 받는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집중하면 다음 경기에서 준비한 것들이 경기장 위에서 잘 구현된다.
경기가 끝나고 영상을 보면서 미팅을 할 때도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플레이가 잘 됐던 장면을 보면 팀도 잘 맞는 느낌이다. 정답이 없는 축구에서 정답을 알고 계신 것 같다. 선수로서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FC서울이 파이널A에 진출한 뒤 팀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나.
안익수 감독님이 처음 오셨을 때 우리가 12등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프로에 데뷔하고 처음으로 리그에서 5연승도 해봤다. 우승을 한 경험이 있는 형들이 '이기는 DNA가 있다', '이기는 게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말 계속 이기다 보니 자신감도 붙고 팀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분위기가 밝아졌고 에너지도 더 넘치는 팀이 됐다.
-항상 막내 이미지가 강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형이 되어보니 어떤가.
나는 형들은 정말 형들처럼 대하고, 동생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프로에 처음 왔을 때 2~3년 차이 나는 형들은 정말 형들처럼 보여서 어려웠다. (강)주혁이와 워낙 친하게 지내고 편하게 지내는 게 좋아서 다른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가 한 번씩 어린 선수들에게 '형이 그렇게 편하냐'고 물어보면 '형은 진지한 척하고 그러는 게 안 어울린다'면서 장난도 친다. 서울의 어린 선수들끼리는 친구 같은 분위기가 있다. 말도 편하게 하고, 궁금한 점들을 편하게 물어본다. 형들에게 혼자 다가가기가 어려운데, 여럿이서 가서 형들과 친해지니까 형들과도 더 빨리 친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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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5년째 살아남고 있는 입장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자면.
나도 아직 더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고, 잘해서 꿈과 목표를 이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음 스텝을 그리고 있다. 프로에 처음 오는 후배 선수들에게는 팀에 빨리 적응하고, 경기에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부딪혔을 때 갖고 있던 꿈의 크기가 작아지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 이영준이나 김준홍처럼 해외 진출하는 동기들이 많아졌다. 본인도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해외 진출은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꿈이다. 또래 친구들이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목표가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이 열정이 식지 않는 것 같다. 친구들로부터 동기부여를 얻고 있다. 나도 도전해서 후배들이 바라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린가드나 기성용 선수처럼 유럽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유럽 생활에 대한 질문도 하나.
지난해 린가드 선수가 처음 팀에 왔을 때 생활이나 문화적인 부분이 궁금해서 많이 물어봤다. (기)성용이 형은 한 번씩 옛날 얘기를 해 주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빠져든다. 되게 재밌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궁금해서 유럽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이번에 팀에 온 (김)진수 형도 독일 이야기를 비롯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본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축구선수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유럽 진출을 포함해 선수 강성진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꿈과 목표는 내 상황에 따라 흔들리거나 바뀌기도 했는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지금까지 한결같다. 나중에 훌륭한 선수가 돼서 내가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처럼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고 꿈을 꾸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많이 뛰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잘해서 유럽에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뒤 독일이나 영국처럼 세계적인 리그에서 그 리그의 수준을 느껴보는 게 커리어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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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이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A대표팀에 승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국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간 적이 있으니 내가 잘하기만 하면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목표로 삼고 준비하려고 한다.
-과거 동아시안컵에 출전했을 때 경험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어땠나.
벤투 감독님과 사단 코치진들이 훈련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축구 철학에도 자신 있어하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그 축구를 믿고 하면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축구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쉽게 설명해줬던 기억이 난다.
당시 (황)인범이 형이 있었는데, 인범이 형에게 가장 많은 걸 느꼈다. 형을 보면서 '유럽에 가기 위해서는 한 끝 차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전 멀티골도 생각난다.
정말 감사하고, 나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기록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는 것보다 차라리 다섯 경기 연속 득점을 하는 게 좋다. 매 경기 꾸준히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모든 득점이 감사하고 소중하지만 일희일비하는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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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로 돌아와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팀 분위기는 어떤가.
내가 우승이라는 단어를 말하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시즌을 치르면서 당연히 우승도 하고 싶고, 상위 스플릿에도 진출하고 싶었다. 시즌 중 고비가 올 때마다 팀 안에서 느끼는 에너지가 있는데, 올해에는 흔히 말하는 '원 팀'의 기운이 느껴진다. 팀 안에서 서로 잘하는 것만 하지 않고 부족한 걸 채워주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팀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정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막전 상대인 제주SK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 게 있다면.
(오)재혁이 형의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형이 '왜 연락 안 하냐, 개막전 상대라고 견제하는 거냐'면서 먼저 연락을 했다. (박)동진이 형도 제주로 가시지 않았나. 구단 영상에서 형이 하는 말이나 모습을 봤다.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경기는 제주전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
-우승을 한다면 리그와 코리아컵 중 어떤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가.
리그다. 컵도 좋지만 1년 동안 38경기를 치르고 우승팀을 가린다는 점에서 리그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큰 것 같다.
-시즌 목표는.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간 시즌이 많기도 했고, 아직 한 시즌에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한 적이 없다. 팀에서 헌신하고 희생하면서 경기를 많이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수로서 결과를 내고 내가 공격 포인트를 올려야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걸 목표로 잡겠다. K리그에서 하기 쉬운 기록은 아니지만 올해 목표는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다.
사진=가고시마, 김환 기자 / FC서울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