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키움전. 삼성 선발 코너가 1-0 완봉승을 거뒀다. 코너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탬파베이 레이스 공식 SNS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여러분들은 삼성의 심장이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마지막에 울림을 주고 떠난 에이스 코너 시볼드(29)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최근 탬파베이 레이스와 FA 계약한 내야수 김하성(30)과 함께 빅리그를 누빌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미국 탬파베이 지역지 '탬파베이타임스'는 9일(이하 한국시각) '탬파베이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 2명을 추가해 스프링캠프 로스터가 현재 72명이 됐다. 투수 코너 시볼드와 포수 트레스 바레아가 탬파베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코너는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돼 개막 로스터 진입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코너는 지난해 한국에서 딱 1년을 뛰면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일단 구위가 빼어났다. 코너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계약하면서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코너를 에릭 페디(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비교했다. 페디는 2023년 NC 다이노스에서 30경기,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 최초로 투수 3관왕을 달성하고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한 뒤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다. 매체는 코너가 페디의 뒤를 이어 KBO 역수출 성공 사례를 쓸 것으로 내다봤다.
코너는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11승6패, 160이닝, 158탈삼진,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했다. 페디처럼 KBO리그에서 정점을 찍지 못했지만, 각종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삼성이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다만 시즌 도중에는 코너를 향한 평가가 엇갈렸다. 우선 다혈질인 성격을 감추지 못했다. 코너는 투구하다 마운드가 마음에 안 들면 스파이크로 마운드를 파고, 또 순간 욱해서 공을 집어 던지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시즌 막바지에는 오른쪽 견갑 부위 통증으로 이탈했고, 포스트시즌 도중 재활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최초에 코너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알려져 오해를 샀는데, 알고 보니 이른 시일 복귀가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코너는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시즌을 접었다.
코너는 삼성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고 시즌을 모두 마쳤을 때 자신의 SNS에 편지를 써서 진심을 표현했다. 편지는 모두 한글로 작성하는 정성을 보였다. 이 편지로 진심을 전하면서 코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울 수 있었다.
![](https://imgnews.pstatic.net/image/076/2025/02/09/2025020901000510200073272_20250209113017634.jpg?type=w647)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키움전. 7회말 무사 변상권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코너가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삼성 코너. 대전=송정헌 기자
코너는 편지에 "삼성 팬분들께 올 한 해 너무 감사드린다. 내가 받은 팬분들의 모든 사랑과 응원에 많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등판을 못 한 점 너무나도 죄송하다. 내가 부상 당했던 부위는 재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내가 더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셨지만, 우리 모두 한계가 있었다. 지난 한 달은 내게 있어 너무 실망스러운 한 달이었다. 나도 팀 승리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은 기대가 컸고, 최종적으로는 KBO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매일 밤 잠자는 게 힘들었다. 올 시즌 이렇게 멋진 팀에서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 모두 우리를 최하위권으로 예상했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이제는 형제와도 같은 우리 팀 동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가 바랐던 결과를 이루진 못했지만 올 시즌은 자랑스러운 시즌이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코너는 또 "이 모든 것들은 팬 여러분들 없이는 가능하지 못했다. 나와 외국인 동료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고향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은 삼성의 심장이다. 여러분들의 에너지가 시즌 내내 느껴져 우리가 이렇게 훌륭한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올 한 해 특별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동료들 그리고 팬분들께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린다. 삼성 파이팅!"이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남겨 뒤늦게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코너는 2021년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23년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해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보장받았다. 빅리그 3시즌 통산 성적은 33경기(선발 19경기), 1승11패, 108⅔이닝, 평균자책점 8.12다. 평균 구속 150㎞대 강력한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코너는 지난해 KBO 구단인 삼성에서 꽤 잘 던졌다. 160이닝,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하면서 삼진율 23.8% 볼넷률 6%를 기록했다. 이 성적은 코너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 시즌을 보낸 결과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미국에서 다시 공을 던지려 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코너가 KBO리그에서 쌓은 업적은 인상적이었다. 탬파베이는 이런 투수들을 교정해서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재능 있는 구단'이라며 새 팀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바라봤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탬파베이의 코너 활용 방안과 관련해 '탬파베이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이 가득 찼다. 불펜 쪽이 조금 더 유동적이라서 아마 코너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스윙맨이나 멀티 이닝 릴리버가 될 전망이다. 코너가 KBO에서 거둔 성공을 고려하면, 탬파베이가 그에게 기회를 계속 늘려 주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빅리그 불펜이 아니더라도 트리플A의 뎁스 강화 옵션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https://imgnews.pstatic.net/image/076/2025/02/09/2025020901000510200073274_20250209113017647.jpg?type=w647)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경기. 삼성 코너. 인천=송정헌 기자
김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