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들이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도박 빚을 받아내기 위해 그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LA 다저스의 애리조나 캠프에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SNS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인터넷 도박에 빠졌다가 끝내 자신이 통역을 맡고 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돈에 손을 댄 혐의도 기소된 미즈하라 잇페이(40)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4년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NBC방송, 지역방송 KCAL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미 연방 법원은 이날 은행·세금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즈하라에게 징역 4년 9개월 형을 내렸다.
아울러 1800만 달러(260억5000만원)의 배상금 지급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미즈하라는 1700만 달러(246억원)를 오타니에게, 나머지 100만 달러(15억원)를 미국 국세청에 내야 한다.
미즈하라는 내달 24일까지 징역살이를 위해 당국에 출두해야 한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뛸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가 MLB에 진출한 지난 2018년부터는 전담 통역으로 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상 오타니의 개인 비서가 됐다.
그 만큼 오타니의 신뢰가 두터웠는데 지난해 3월 둘 사이가 파극으로 치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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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한국에서 처음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서울시리즈'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주 무대였다.
서울시리즈 기간에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이 불거져 해고당했다.
미국 검찰 조사 결과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무려 1700만 달러 빼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당했다.
구체적으론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빚을 변제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약 1700만달러를 빼내 도박업자 계좌로 이체하면서 은행 측이 이를 승인하도록 거짓말을 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2022년 소득을 국세청(IRS)에 신고할 때 410만 달러 상당의 추가 소득을 누락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24일 미즈하라에게 4년 9개월의 금고형과 보호관찰처분 3년을 구형했고 7일 법원은 검찰 구형과 동일한 선고를 내렸다.
미즈하라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미즈하라가 매우 낮은 급여로 일했다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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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와 미국 구단으로부터 급여를 받긴 했지만, 24시간 연중무휴로 대기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임금이었다"고 항변했다.
미즈하라의 급여는 2022년 25만 달러였으며, 2024년엔 50만 달러로 2년 사이 두 배가 됐다. 한화로 7억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에 오타니가 미즈하라에게 보너스 형식으로 돈을 더 줬으며 2억원에 달하는 고급차인 포르쉐 카이엔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즈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난 야구 선수이자 인간으로서 오타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오타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신뢰를 저버린 행동에 진심으로 사과한다"의 반성의 뜻도 표했다.
미즈하라는 당장 246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태라는 점도 고백했다. 미즈하라는 "나와 아내는 미행당하고, 협박을 받는 등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도 실직했다"고 "당장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했다.
법정에서 미즈하라와 그의 변호인이 여러 각도를 통해 선처를 호소했고, 형량을 검찰 구형의 30% 수준인 1년 6개월로 낮춰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 홀콤 연방 판사는 7일 판결하면서 "절취 금액이 1700만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미즈하라가 그 금액을 갚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 조사 당시 오타니의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등을 토대로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채무 변제를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오타니는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도 "의심의 여지 없이 오타니 씨는 피해자이며 피고(미즈하라)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았고, 앞으로도 그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오타니는 이번 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2023년 9월 오타니에게 치과 치료를 위해 6만 달러(8220만원)가 필요하다고 말해 오타니가 해당 금액의 수표를 발행, 미즈하라에게 줬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그 돈을 치과 치료에 쓰지 않았다. 매체는 "미즈하라는 그 돈을 착복하고 대신 오타니의 직불 카드를 사용, 6만 달러 치과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고 했다.
미즈하라가 빚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들이 미즈하라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를 단체로 입고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와서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미즈하라는 채무 변제를 약속하면서 "내 어머니를 걸겠다"는 등 황당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나 6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영어를 배우고 2013 일본으로 돌아가 야구팀 통역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추후 형기를 마친 뒤 일본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