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10-0 승리 소식을 전하는 베네수엘라 팀의 SNS.
MLB 출신 가와사키 등 속한 재팬 브리즈, 캐리비언 시리즈서 4전 전패 탈락
[OSEN=백종인 객원기자]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일본 야구의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졌다. 캐리비언 시리즈에 참가해 4전 전패로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한 것이다.
MLB 출신의 내야수 가와사키 무네노리(43) 등으로 이뤄진 재팬 브리즈는 5일(이하 한국시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베네수엘라 대표 카데날레스에 패해, 0승 4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재팬 브리즈는 참가한 5팀 중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1위는 멕시코의 차로스 드 할리스코(4승)가 차지했다. 이어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3팀(이상 2승 2패)은 공동 2위다.
이들 4팀이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결승 토너먼트를 치른다. 참가 5개 팀 중에 일본만 유일하게 탈락한 셈이다.
캐리비안 시리즈는 1949년부터 치러진 유서 깊은 대회다. 카리브해 연안의 중남미 야구 강국들의 리그 챔피언들끼리 겨루는 클럽 대항전의 성격이다.
올해는 지난달 31일부터 멕시코 메히칼리(멕시칼리)에서 개최됐다. 멕시코,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가 출전했다. MLB 네트워크, ESPN 스페인어 채널이 전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한다. 일본도 OTT를 통해 안방으로 전달했다. 평균 관중 3만 명을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팬 브리즈는 처음 초청된 팀이다. 대회를 앞두고 급조된 느낌은 있다. 가와사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NPB 2군, 혹은 사회인이나 독립리그 출신들로 이뤄졌다.
수뇌부가 오히려 유명하다. 감독은 요코하마 DeNA에서 지휘봉을 잡았던(2016~2020년) 알렉스 라미레스, 투수코치는 야부 게이치, 다카하시 히사노리 등이 맡았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참혹하다. 예선 4경기 동안 32점을 잃었다. 게임당 평균 8실점이다. 반면 득점은 5점이 전부다. 재팬 브리즈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① 2월 2일 도미니카 공화국에 1-12 패배
② 2월 3일 푸에르토리코에 2-3 패배
③ 2월 4일 멕시코에 2-7 패배
④ 2월 5일 베네수엘라에 0-10 패배 (8회 콜드게임)
재팬 브리즈의 4인방. 내야수 가와사키, 코치 다카하시, 감독 라미레스, 코치 야부(왼쪽부터). 재팬 브리즈 홈 페이지
재팬 브리즈의 4인방. 내야수 가와사키, 코치 다카하시, 감독 라미레스, 코치 야부(왼쪽부터). 재팬 브리즈 홈 페이지
탈락도 탈락이지만, 게임 내용이 충격적이다.
재팬 브리즈는 마지막 베네수엘라 전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1회부터 난타가 시작됐다. 볼넷-사구-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자초하더니, 여기서 집중 4안타를 맞고 5점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결정타는 8회에 터졌다. 0-8로 뒤지던 일본은 1사 1루에서 3번 알렉시 아마리스타(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출신)에게 우측 담장 너머로 홈런을 허용했다.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며, 스코어 0-10의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순간 베네수엘라 나인들은 모두 몰려나와 환호했고, 일본 쪽 덕아웃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재팬 브리즈의 대회 일정이 모두 종료되는 끝내기 장면이기도 하다.
와중에 타선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헤수스 바르가스라는 마이너리그 출신 우완 투수에게 시종 끌려 다녔다. 볼넷 3개를 얻은 것이 전부다. 삼진 7개를 당하며, 8이닝 노히트 게임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일본 내 여론은 부글거린다. 관련 소식을 전하는 야후 재팬의 댓글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난이 빗발친다.
‘일본 대표가 국제 대회에 나가서 1승도 못했다는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멤버를 짜서 나가야 했다’, ‘부끄럽다는 말조차 아깝다’, ‘누가 재팬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허용했나’. 이런 식의 격한 반응들이다.
0-7로 뒤진 스코어에서도 ‘무네린 댄스’를 선보이는 가와사키 무네노리. 재팬 브리즈 SNS
한편 이 대회에서 주목받는 또 한 팀은 도미니카 공화국을 대표한 리오네스 델 에스코히도다. 앨버트 푸홀스가 은퇴 후 감독으로 부임해 일약 정상에 올려놓은 곳이다.
이번 캐리비언 시리즈에는 기존 멤버에 신규 전력을 보강해 출전했다. MLB 스타였던 로빈슨 카누, 조니 쿠에토 등이 가세했다. 또 KIA에서 뛰던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여기에 합류했다. 일본과 베네수엘라를 꺾고 2승 2패로 결승 토너먼트에 올랐다.
백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