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용 기자
[질롱(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SSG전에서 패하면, 다음날 2시간 뛰겠습니다."
2024년 10월31일. SSG 랜더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깜짝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SSG는 2020년 1차지명으로 뽑아 5년 동안 애지중지 공들여 키운 좌완 선발 오원석을 KT 위즈로 보냈다. 대신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 김민을 데려왔다.
SSG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광현의 후계자로 불리운, 얼굴까지 잘생긴 프랜차이즈 스타 예비 후보를 이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선수에게도 충격이었다. 애정을 갖고 열심히 뛰던 팀을, 한순간 떠나야 한다고 하니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는 KT에서 SSG로 넘어가는 김민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렀다. 오원석은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호주 질롱에서 KT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KT 유니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질롱 캠프에서 만난 오원석은 "사실 캠프에 오기 전 긴장도, 걱정도 많이 됐다. 그래도 막상 운동이 시작되니, 분위기도 좋고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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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긴장이 다 풀린 건 아니다. 주전 포수 장성우와의 첫 불펜피칭. 장성우가 자신있는 공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자신있게 "커브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더니 5개 연속 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장성우가 "자신있는 게 커브 확실하나"라고 농을 치니, 오원석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상황. 오원석은 "너무 잘하려다 보니, 살짝 '쫀 것'같다"며 웃었다.
오원석은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을 만나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상체 위주 피칭을 했다면, 하체를 쓰며 던져야 한다는 지도를 받고 있다. 벌써부터 편안하게 더 강한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오원석은 "좋은 기회다. 감독님께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 매우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상체만으로도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데, 하체까지 쓰면 정말 무서워질 것"이라며 오원석의 기를 살려줬다.
오원석은 트레이드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부족했으니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더 악착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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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은 이어 "SSG를 상대하면 뭔가 더 끓어오르는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네"라고 답해 웃음을 선사했다. 오원석은 "정말 지기 싫을 것 같다. 1번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 삼진을 잡고 싶다. 최정 선배님, 한유섬 선배님, (박)성한이형, (최)지훈이형 모두 대단한 타자들인데 한 번 붙어보고 싶다. 내가 지면 다음날 2시간 러닝을 뛰겠다"고 당차게 선전포고를 했다.
오원석은 마지막으로 SSG랜더스필드 마운드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 것 같냐는 얘기에 "내가 원정 더그아웃에서 올라간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기분이 이상할 것 같은데, 인천에서 등판하게 되면 팬분들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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