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2006년생 유망주 양민혁(토트넘 홋스퍼)이 감독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소년 경기 출전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했다. 전반 25분 0-0 팽팽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동료의 크로스가 전방 경합 상황에서 흘러나오자 오른발로 통렬한 중거리슛을 날려 아스널의 골대를 갈랐다.
그러나 토트넘은 전반 40분 도미닉 솔란케의 자책골로 동점을 내줬고, 4분 뒤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면서 올시즌 두 번째 '북런던 더비'를 1-2 역전패로 마무리했다.
아스널전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24(7승3무11패)를 유지해 13위로 추락했다. 반면에 2위 아스널은 승점을 43(12승7무2패)으로 늘려 한 경기 덜 치른 리버풀(승점 47)과의 승점 차를 4점 차로 좁혔다.
한편 이날 양민혁은 또다시 명단 제외를 당해 벤치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토트넘에 합류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양민혁은 아직까지 1군 데뷔전도 갖지 못하고 있다.
양민혁은 2024시즌 K리그1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의 초특급 유망주다. 그는 2024시즌 준프로 선수로 출발해 올 시즌 리그 전 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18세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양민혁은 데뷔 선수 역대 최고 임팩트 중 하나가 됐다.
양민혁은 지난해 6월 구단과 프로 계약을 맺으며 단 6개월 만에 준프로에서 정식 프로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토트넘이 시즌 초중반부터 양민혁에게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여름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이 확정됐다.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지난달 영국 런던으로 출국해 토트넘에 조기 합류한 양민혁은 1월이 되기 전까지는 등록될 수 없어 팀 훈련 대신 개인 훈련을 소화했었다. 1월이 된 뒤, 공식 선수로 등록된 그는 팀 훈련을 시작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양민혁의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는 아직 매우 어린 선수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과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선수"라며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시아 무대와 프리미어리그 무대의 차이를 인지하고 하는 발언이다. 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 A리그, 일본 J리그 등 아시아 클럽 무대를 경험했고 호주 국가대표 감독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와 경쟁도 했다. 이후 셀틱(스코틀랜드)으로 건너가 유럽 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토트넘 감독으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양민혁은 지난 4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지켜봤고, 이후 9일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을 앞두고 등번호 18번을 배정 받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보통 유망주의 경우 25번 이후 등번호를 사용한다. 실제로 양민혁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강원에서 47번을 달고 뛰었다. 18번을 교체 멤버 수준의 공격수가 보통 많이 다는 만큼, 양민혁도 적지 않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토트넘은 아직까지 양민혁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5부리그 클럽인 탬워스FC와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에서 양민혁은 명단 제외를 당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탬워스는 내셔널리그에 속한 세미프로팀이다. 그래서 많은 팬들이 이날 양민혁을 포함해 토트넘 2군 및 유소년 선수들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양민혁은 이날 벤치에도 들지 못했다. 양민혁이 명단 제외를 당한 가운데 토트넘은 5부팀 상대로 고전하면서 120분 혈투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양민혁은 탬워스전에 이어 아스널전에서도 명단 제외를 당했다. 상대가 프리미어리그 강호인만큼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프로 경기를 뛴 적도 없는 유망주 두 명에게 밀려 명단에 들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후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양민혁에 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출전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자 몇몇 팬들은 양민혁이 언제끔 토트넘 데뷔전을 가질지 궁금해 했다.
이들은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를 찾아 토트넘이 양민혁의 출전 계획을 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
한 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키프 기자에게 "양민혁이 이제 막 영국에 온 걸 알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신호도 없는 이유가 있나? 순전히 전략적인 이유인가 아니면 부상이 있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오키프 기자는 "순전히 양민혁을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양민혁이 현재 새로운 환경과 무대에 적응하느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팬은 "그렇다면 이건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고, 오키프 기자는 "좋은 질문이다. 어쩌면 토트넘이 이를 고려할지도 모른다"라며 양민혁의 U-21 경기 출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도 지난달 26일 "양민혁은 현재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고 영어 레슨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그는 적응 방식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추가할 수도 있지만,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보다는 토트넘의 아카데미 유소년 수준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양민혁의 현 수준을 유소년 레벨로 바라봐 1군 적응이 끝나기 전까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을 것 전망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토트넘 SNS
권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