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설마했던 '꿈의 선발진'이 마침내 완성됐다. '퀄리티 스타트 머신' 아리엘 후라도(28)와 'FA 최대어' 최원태(27)를 동시에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가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뿐이었던 '선발투수 5명 전원 10승' 대기록 달성을 다시 한 번 꿈꾼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후라도 영입을 동시에 발표했다. 최원태는 4년 최대 총액 70억 원(계약금 24억 원, 연봉 합계 34억 원, 인센티브 합계 12억 원), 후라도는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인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연봉 70만) 전액 보장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삼성은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됐다.
2024시즌 삼성 선발진의 성적도 리그 상위권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49로 KIA 타이거즈(4.10), LG 트윈스(4.26)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28)와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 원태인(24)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은 레예스는 정규시즌 26경기 11승 4패 평균자책점 3.81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레예스의 진가는 가을야구에서 발휘됐다. 플레이오프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0.66, 한국시리즈 1경기 1승, 7이닝 1실점(비자책) 완벽투를 펼치며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뽐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레예스는 지난달 25일 총액 12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원태인은 최근 4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3.06-3.92-3.24-3.66)을 기록한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토종 에이스' 카드다. 올해는 커리어 하이이자 리그에서 가장 많은 15승(공동 1위 두산 베어스 곽빈)을 기록하며 '푸른 피 에이스'의 책임을 다했다.
하위 선발에서는 좌완 이승현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지난 3시즌 동안 주로 중간 계투 역할을 맡았던 이승현은 올해 선발로 보직을 바꿔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전반기에는 13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하며 팀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후반기(4경기 1패 평균자책점 7.71)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선발 전환 1년 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미 5선발 중 3자리에 확실한 카드를 보유한 삼성은 대권 도전을 위해 2명의 선발투수 자원을 추가로 영입했다. 지난 2시즌 동안 키움 히어로즈의 1선발로 활약한 후라도는 2023년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 2024년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6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년 연속 퀄리티 스타트 20회 이상(20회-23회), 180이닝 이상(183⅔이닝-190⅓이닝)을 기록는 등 리그 최정상급 '이닝 이터' 면모를 뽐냈다.
후라도는 타자 친화 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도 훌륭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라이온즈 파크에서 5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91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다양한 구종(5피치)을 바탕으로 2024시즌 전체 땅볼 비율 3위(53.3%)에 오른 점도 라이온즈파크에 적합한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최원태는 2017년 이후 8년 동안 선발 전문 투수로서 KBO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1073⅓이닝을 책임지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포심, 투심,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의 구종을 다양하게 섞어 던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통산 217경기에서 78승5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 중인 최원태는 최근 8년 연속으로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 및 100이닝 이상을 던진 바 있다.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땅볼 유도 능력도 보유했다. 비록 2019년(11승) 이후 두자릿수 승리와 인연은 닿지 않았지만, 3차례나 9승(2021, 2023, 2024년)을 기록하는 등 언제든 10승을 넘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후라도-레예스-원태인-최원태-이승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5선발 로테이션을 갖춘 삼성은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던 '선발 5명 전원 10승' 기록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한 시즌 한 팀에서 10승 투수를 5명 배출한 경우는 역대 총 5번(1992~1993년 해태 타이거즈, 1998년 현대 유니콘스, 2015년 삼성 라이온즈, 2018년 두산 베어스)이 있었다.
그중 선발승으로만 10승을 채운 투수가 5명인 경우는 2015년 삼성이 유일했다. 당시 삼성은 윤성환(17승), 알프레도 피가로(13승), 차우찬(13승 중 선발 12승), 타일러 클로이드(11승), 장원삼(10승)까지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후라도, 레예스, 원태인은 언제든 10승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에이스'급 자원이다. 최원태 역시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면 충분히 10승을 기대할 수 있다. 선발 2년 차를 맞는 이승현도 올해 전반기 모습을 내년에도 보여줄 수 있다면 10승을 넘볼 수 있다. 과연 삼성에서 9년 만에 KBO리그 역사상 2번째 '선발 5명 전원 10승' 기록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제공, OSEN, 뉴시스, 뉴스1
오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