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제공
[OSEN=한용섭 기자] 과연 20인 보호선수를 어떻게 결정했을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FA ‘보상선수’를 대비해 10일 오전 보호선수를 최종 결정, LG 트윈스에 통보했다.
삼성은 지난 6일 FA 선발투수 최원태(27)와 4년 최대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최원태와 함께 지난 2년간 키움 히어로즈에서 리그 톱클래스로 검증된 외국인투수 후라도까지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선발진을 단숨에 리그 최강으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삼성은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원소속팀 LG에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최원태 A등급 FA다. FA 규정에 따라 삼성은 최원태의 원소속 구단인 LG에 최원태 연봉의 200%(8억원)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또는 연봉의 300%(12억원)를 보상해야 한다.
삼성은 팬들 사이에 베테랑 오승환(42)을 20인 보호선수에 넣어야 하느냐 논쟁이 붙으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KBO 최초 통산 400세이브 대기록을 세운 라이온즈의 레전드 오승환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다가 LG가 덜컥 보상선수로 뽑아간다면, 삼성은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1년 전 SSG가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35명)에서 제외한 후 한화가 김강민을 지명하면서 SSG는 단장이 교체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다. 삼성 구단은 지난 8일 “오승환은 보호선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쟁은 일단락이 됐다.
삼성 오승환 / OSEN DB
그런데 만약 LG가 샐러리캡을 초과할 위험이 있어서 고액 연봉자는 데려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 삼성이 고액 연봉자를 보호선수로 묶었다면, 유망주 1명이 제외돼 아쉬웠을 것이다. 전략 실패다.
2024시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기준액은 114억 2638만 원이다. 구단에서 연봉 상위 40명(외국인 선수·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선수 연평균 계약금)의 합산 금액이 이를 넘어가면 제재를 받는다. 샐러리캡 상한액은 2025시즌부터는 20%를 증액한 127억 31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지난 7월 KBO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LG는 2024시즌 샐러리캡이 약 120~125억원으로 예상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KBO는 12월말에 10개 구단 샐러리캡을 발표할 예정이다. 차명석 단장은 “우승을 하기 위해서 올해 샐러리캡이 초과된 것 같다. 한 번은 초과해도 되는데, 2년 연속 초과는 절대 안 된다”고 언급했다.
샐러리캡을 초과하는 경우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 초과하게 되면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입하고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차 단장이 "2년 연속 초과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한 이유다.
차명석 LG 단장 / OSEN DB
KBO 관계자는 FA 선수가 계약 기간 도중에 이적할 때 샐러리캡 적용을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적을 해도 계약금은 연평균으로 새 소속팀에 계산된다. 시즌 도중에 트레이드가 된다면, 일례로 7월 1일에 트레이드 되면 계약금 연평균 금액을 5개월(2~6월)과 5개월(7~11월)로 반반 나눠 이전 팀과 새 소속팀에 샐러리캡으로 적용한다. 연봉은 날짜대로 팀에 나눠 계산된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올해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총액 12억원)의 FA 계약을 했다. 올해 연봉 4억원을 받았고, 내년 연봉은 8억원이다. 만약 오승환이 보상선수로 LG로 간다면, LG는 2025년 샐러리캡에 13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8억원)의 부담이 생긴다.
백정현은 2022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38억원(계약금 14억원, 연봉 합계 20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내년 연봉은 4억원. 연평균 계약금까지 포함하면 7억5000만원이 샐러리캡으로 계산된다. 인센티브를 충족시켜 받는 금액도 추가된다.
LG는 2025시즌 샐러리캡(127억 3100만원)도 위험 수준이다. LG는 고액 FA 선수가 7명(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 장현식, 임찬규, 함덕주)이나 있다. 2025시즌 샐러리캡에 포함되는 FA 7명의 연평균 계약금만 45억원이다.
김현수와 박해민은 4년 계약 마지막 해인 2025년 연봉이 각각 5억원과 6억원이다. 오지환, 임찬규, 함덕주는 4년 계약의 2년차 시즌이라 2025년 연봉은 높아질 것이다. 올해 계약 첫 해 오지환은 3억(연 평균 8억3333만원), 임찬규는 2억(연 평균 5억원), 함덕주는 2억원(연 평균 3억5000만원)으로 연봉이 적었다. 많은 계약금을 한꺼번에 받기에, 첫 해 연봉은 대체로 적고 2년차 시즌에 연봉이 많아진다. 박동원은 FA 계약 첫 해 연봉 3억원을 받았고, 2년차인 올해는 연봉 25억원을 받았다. 연 평균 연봉은 11억2500만원이다.
오지환, 임찬규, 함덕주, 박동원, 장현식(연 평균 9억원) 5명의 연봉 합계를 35억대로 묶어놨어야 한다. 2024시즌 FA가 아닌 LG 재계약 대상자 중에 연봉 상위 33명의 총 연봉은 34억 8100만 원이었다. 이들의 내년 연봉 총액은 대략 비슷하거나 소폭 오를 것이다. 또 LG는 FA 불펜 투수를 한 명 더 영입을 앞두고 있다. 곧 FA 계약이 나올 예정이다.
결국 LG는 13억원(오승환) 또는 7억5000만원(백정현)이 추가된다면 2년 연속 샐러리캡이 터질 것이 자명하다. 삼성이 오승환과 백정현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아도 LG는 이들을 쳐다도 보지 않을 가능성이 99%다. 1%는 2년 연속 샐러리캡 폭발을 감수한다면 가능하다.
삼성 백정현 / OSEN DB
한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