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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몽골 혹한에도 토스 열정은 뜨겁다! 이진 "기회만 있으면 해외 경험 더 하고 싶죠"

조아라유 0
이진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 달 전 조용히 떠났다. 국내에서 대구시청 소속으로 리그를 마치고나면 이듬해 실업리그가 열리기까지는 공백이 길다.

세터 이진은 남는 시간을 마냥 쉬고만 싶지 않았다. 마침 단기로 진행하는 몽골 리그가 눈에 띄었다. 언어도 생활도 리그 환경도 다르지만 배구에 대한 도전정신 하나면 충분했다. 

이진은 지난 달 초 자신의 SNS를 통해 "에나(에나꼬레 몬티)와 함께 새로운 시즌 안녕"이라는 글귀를 올려 몽골 리그로의 진출을 알렸다. 동시에 에나꼬레 몬티 역시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이진의 팀 내 훈련 모습을 짧은 쇼츠(동영상)와 사진 등으로 게시하며 팀 내 활약을 전해왔다.


이진이 토스하고 있다
에나꼬레 몬티 배구단
세터 이진
 


몽골 에나꼬레 몬티는 한국과 매우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배구단이다. 지난 2007년 장지홍 단장이 선교를 목적으로 창단했다. 2008년 한국 배구인들의 서포트를 받아 중고 실업대회에 참가한 바 있으며 2009년 제1회 태국 아시아 여자대학 배구선수권대회에 출격해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세터 이진은 국내 프로배구 출신이다. 지난 19-20시즌 3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구단에는 조송화, 김하경이 자리잡고 있었고 신인 김윤우, 이솔아까지 치고 들어왔다. 이후 아시아쿼터제가 열리며 주전으로 설 길이 더욱 빠듯해졌다. 

그는 "좀 더 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지난해 고부건 감독이 이끄는 대구시청 입단을 택했다. 그리고 주전 세터로 기회를 받아 전국체전, 실업무대를 알차게 뛰어다녔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비는 시간까지도 배구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생소한 몽골리그.


세터 이진
 


이진은 최근 MHN스포츠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몽골이 너무 춥다"는 말로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현재 몽골은 울란바토르 기준 낮에는 영하 10도, 밤에는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그는 "여기(몽골)에 온 첫날에 눈이 왔었다"며 "환경은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좋진 않은데, 아마 한국에 가면 차에 있다가 하루가 다 간 기억이 제일 먼저 날 것 같다. 그 정도로 매일 차가 막히고, 또 차가 많다"고 덧붙였다. 

몽골로 가기까지의 과정도, 결심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0월 제105회 전국체전을 마친 후 짧은 휴식기간, 그의 에이전트가 '몽골 리그에서 세터를 구한다'고 귀띔했다고. 

그는 "리그가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 실업리그는 체전이 끝나면 한동안 경기가 없기 때문에 다녀와도 괜찮겠다 싶어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대구시청 이진
대구시청 이진
 


의외로 생활하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이진은 "사실 언어, 문화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몽골로 가는 공항에서 목포에서 지내던 몽골 친구들을 만났다. 엄청 반가웠다'며 "원래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같은 팀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타미라 언니가 저희 팀 주장인데  처음 왔을때부터 먹고 자는 것, 생활까지 모두 신경써주고 많이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목포에서 함께 했던 몽골 출신 선수들은 현재 에나꼬레에 네 명이 속해있다. 목포여상 윙스파이커 인쿠시와 더불어 사마, 목포과학대 출신 타미라와 안오진이 전부 이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 유스 대표팀 및 청소년 여자 대표팀, 대전용산고 감독, IBK기업은행 수석코치 등을 역임한 조완기 감독이 현재 에나꼬레의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고있다. 

여기에 구단을 창단한 선교사 장지홍 단장이 여전히 구단주로 남아 꾸준히 팀을 보살피고 있다. 


대구시청 이진
 


한국 배구에서는 실업, 프로를 막론하고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프로리그 출범 이전으로 거슬러가도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고(故)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 박기원 현 태국대표팀 총감독 정도가 있다. 

프로리그 출범 후에는 독일 리그에서 뛴 문성민(현대캐피탈), 일본 울프독스 나고야에서 뛴 윤봉우(현 해설위원)과 튀르키예, 중국, 일본 리그 등에서 활약한 김연경(흥국생명),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뛴 김사니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으로만 따지면 이우진이 이탈리아 베로발리몬차에 몸 담았고 페퍼저축은행 출신 세터 구솔이 지난 9월 말 프랑스 2부 생샤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먹자 막상 진출 자체는 빨랐다.

"리그가 끝나면 다시 대구시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그는 "한국 리그에 비하면 기간이 훨씬 짧다. 2개월 정도 정규리그를 거치고 플레이오프, 챔프전까지 총 3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리그가 짧은만큼 휴일이 별로 없다. 경기가 매일 있을 때도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하루에 한 번씩 훈련을 한다"고 알려왔다. 

'에나꼬레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말에 그는 "저희 팀은 몽골 여자팀 중에선 가장 나이가 어려요!"라고 불쑥 활기 넘치는 답을 들려줬다. 이어 "고등학생인 친구들도 있다보니 팀 선수들이 모두 밝고 에너지가 좋다"고 천진한 대답을 덧붙였다.


세터 이진이 토스하고 있다
 


활기는 넘치지만 현재 엔트리 자체는 풍족하지 못하다. 팀의 야전사령관은 이진 본인 하나뿐인 상황. 몸을 사리고 싶어도 사릴 수가 없다.

그는 "지금 팀에 세터가 저 뿐이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소화해야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도 하게 되고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어서 최대한 얘기를 많이 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팀을 이끌지 생각하고 훈련하게 된다. 에나꼬레 말고도 다른 팀에 용병도 많은데 보고 배우는게 진짜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 리그에 가서도 분명 도움이 되는게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몽골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해드리고 싶다"며 "이곳에 오고나서 목표가 뚜렷해진 것 같다. 더 큰 리그도 경험해보고 싶다.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또 다른 곳에 (해외 리그) 도전해볼 생각이다. 몸 건강히 다치는 곳 없이 리그를 잘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사진= MHN스포츠 DB, 이진 제공, 에나꼬레 몬티 SNS

 
권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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