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띈다.
올 시즌 여자부에는 유독 변수가 많다. 시즌 전부터 선수들의 이동이 활발했고,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들도 대거 등장했다. 선수들의 부상도 속출하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경기력도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리시브 효율을 살펴보면 여자부 7개 팀 리시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수치가 33.48%다. 최하위 GS칼텍스는 20.43%까지 떨어졌다. 물론 아직 정규리그 6라운드 중 2라운드가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2018-19시즌부터 리시브 효율로 순위를 정한 뒤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리시브 1위를 차지했던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 효율은 42.42%였다. 당시 리시브 7위였던 페퍼저축은행은 24.58%를 기록한 바 있다.
박미희 KBSN 해설위원은 “리시브 1위 팀의 리시브 효율이 작년과 비교해 8% 이상이 떨어졌다. 이러면 공격력도 떨어진다. 흥국생명의 경우 3, 4명이 공격을 해결하기 때문에 리시브 효율이 낮더라도 돌아간다. 그 외 팀들은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각 팀들의 서브가 강해졌다. 반대로 어떻게 보면 선수들의 기량 저하도 보인다. 공격을 우선시하는 생각의 변화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을 해야 재밌게 배구를 할 수 있다”며 리시브를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도 “모든 팀들의 서브에 스피드고 있고,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리시브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며 “우리도 계속 연습을 하고 있다. 리시브가 안 됐을 때 어떻게 갈 것인지 준비를 한다.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런 볼들을 어떻게 블로킹하고 수비할 것인지 연구한다”고 밝혔다.
리시브 효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 방’을 장착한 외국인 선수들의 부재도 여러 팀에서 나왔다. 한 번에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랠리가 길어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2라운드 맞대결 도중 1세트에는 양 팀 나란히 범실 11개씩 기록했고, 공격 비중 40%가 넘었던 각 팀의 외국인 선수 메렐린 니콜로바(등록명 니콜로바),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은 각각 공격 효율 4.76%, 0%를 기록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지난 28일 흥국생명전 3세트에서 역대 여자부 한 세트 최소 득점인 6점을 기록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2명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이날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 스테파니 와일러(등록명 와일러)가 동시에 부상을 당하면서 국내 선수로만 경기에 나선 것.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GS칼텍스다.
정관장도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허벅지 부상으로 한 경기 결장한 바 있다. 다시 복귀했지만, 최근 들어 정관장도 주춤하고 있다. 이에 30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만난 고희진 감독은 “우리 경기력이 안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력을 좀 더 찾으려고 연습했고,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나왔다”며 “선수들과 대화를 해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더라. 경기도 마음대로 안 되다보니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도 직전 경기인 GS칼텍스전에서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모든 팀들에서 부상이 나오고 있다. 회복할 시간도 없어서 부상 위험도도 올라간다”며 힘줘 말했다.
김연경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올해 경기력이 안 좋다고 느껴진다. 퀄리티 높은 경기력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V-리그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여러 방안들이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각 팀의 부상 선수도 나오고 있고, 팀 변화들이 생기면서 그 변화에 대한 적응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또 큰 공격수 한 명을 잃는 것도 어렵다. 트라이아웃 안에서 선수를 교체하려고 하니 역량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다. 빨리 자유계약으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서 V-리그 수준을 높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고전하는 팀들이 있다. 하지만 선수 수혈마저 쉽지 않다. 대한항공도 일찌감치 어깨 부상을 당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대신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를 영입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줄부상에 대해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팀 주공격수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선수들이 없다면 전반적으로 리그가 안 좋아진다. 팀들이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남자부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대체 가능한 국내 자원들이 눈에 띈다. 여자부는 그렇지 않다. 아직 2024-25시즌도 3~6라운드가 남아있다. 경기를 치르면서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변화를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진_KOVO
화성/이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