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성장세 인정한
흥국생명 4년차 OH 정윤주
디팬딩챔프 상대로 최다득점
“자신감 생겨…더 단단해질래”
흥국생명이 지난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현대건설에 이기고 9연승한 뒤 코트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에이스 김연경(오른쪽 아래)이 공격 성공률 전체 1위로 활약하는 가운데 날개 공격수 정윤주(왼쪽 위)의 성장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KOVO 제공
지난 24일 흥국생명-현대건설과 경기 3세트. 25-25에서 프로 4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21·흥국생명)의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가 터졌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연견이 얼어붙을 정도로 강력한 서브였다.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올렸지만, 정윤주는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앞선 범실 때문이었다. 정윤주는 24-23에서 긴 랠리가 이어지며 네 번의 공격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상대 유효 블로킹과 끈질긴 디그에 막혀 득점하지 못했고, 결국 이다현의 속공에 당해 듀스를 허용했다. 정윤주는 직후 오픈 상황에서도 네트를 넘기지 못해 24-25 역전까지 내줬다.
정윤주로선 멘털이 흔들릴 법한 상황이었다. 1세트를 25-17로 가볍게 가져간 흥국생명은 2세트 혈투 끝에 35-37로 패했다. 2세트 마지막 실점도 정윤주가 위파위 시통의 서브를 흘리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정윤주는 무너지지 않고 3세트 25-25에서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정윤주의 서브 득점으로 유리한 고지를 밟은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퀵오픈으로 3세트를 따낸 뒤 4세트에서 경기를 매조졌다. 정윤주는 이날 한 경기 최다 21득점을 올렸고, 흥국생명은 개막 9연승을 질주했다.
정윤주는 경기 후 “100% 만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정윤주는 날개 공격수치곤 키(176㎝)가 작은 편이지만, 점프력이 뛰어나고 힘이 좋다. 위력적인 스파이크 서브도 구사한다. 다만, 리시브와 수비에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세트 마지막 장면에서도 정윤주의 약점이 드러났다.
사령탑은 정윤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리시브는 당연히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어린 선수가 갑자기 리시브를 잘할 순 없다”며 “수비 등 경기를 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팀에 성장하는 선수가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윤주는 올해 득점 21위, 리시브 21위로 공수 지표에서 눈에 띄진 않지만, ‘김연경 파트너’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리그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을 보유했지만, 선수 한 명에게만 의지해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필요했고, 정윤주가 올시즌 그 몫을 하고 있다. ‘김연경 파트너’라는 무게감을 견디며 한 발씩 전진 중인 정윤주는 “부담이 없진 않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주는 지금보다 더 단단해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경기력이 나쁠 때도 멘털을 붙잡고 다시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 강해지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인천 | 배재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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