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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찾아온 겨울, 그러나 신지은X시은미 '비치발리볼 듀오'의 도전은 계속된다

조아라유 0
 


비치발리볼.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올림픽 종목’이다. 지난 2024 파리 대회에서도 에펠탑 바로 앞에서 치러지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이미 유럽 등 해외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비치발리볼 불모지다.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전문 선수로서 활동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훈련 시설 대여나 용품 구매에 들어가는 돈도 전부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개척자들이 있다. 비치발리볼 듀오 신지은, 시은미의 이야기다. 지난 7일 광화문역 근처 어느 카페. 비치발리볼 선수로서 겨울나기에 돌입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일본으로 떠난 신지은·시은미
"배구와 다른 비치발리볼만의 기본기 배웠다"

신지은, 시은미는 먼저 근황부터 전했다. 이들은 "최근 (시)은미 언니와 일본 전지훈련을 두 번 정도 다녀왔다. 첫 번째는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본 선수들에게 배워보려고 간 거였다.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다. 통역도 없었고 현지에서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여러모로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지은, 시은미는 "비치발리볼만의 기본기가 있다. 막상 해보면 배구와는 또 다르다. 예를 들어 배구에서는 디그를 할 때 무릎이 바닥에 닿으면 안 된다고 배운다. 비치발리볼은 그 정반대다. 이것 말고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국내에는 비치발리볼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분이 없다 보니 그런 걸 흡수하려고 일본으로 떠난 거였다. 비록 첫 번째 일본행에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신지은, 시은미의 두 번째 일본 여정은 보다 순조로웠다. 이들의 소속사인 팀 큐브 에이전시의 대표 김성우 씨가 두 팔을 걷고 나선 덕이다. 신지은과 시은미는 "지난 10월 떠난 두 번째 일본행 때는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나갔던 유명 현지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아무래도 소속사 대표님과 동행하다 보니 현지 통역도 쉽게 구했고 훈련 시설도 좋았다"고 했다.

계속해서 신지은, 시은미는 "아까 말했던 배구와 비치발리볼의 차이 있지 않나. 두 번째로 일본에 다녀오기 전까진 차이가 난다는 것만 알고 정확히 어떤 부분이 다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 궁금증이 많이 해소가 됐다. 또 한국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훈련법에 대해서도 배워왔다.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아무래도 나도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를 했었고, (시)은미 언니는 프로 출신이다 보니 공을 다루는 기본기가 해외 비치발리볼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 이렇게 비치발리볼이라는 종목에 대해 조금씩 더 깊게 알아간다면 앞으로 선수로서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지은, 시은미는 또 "두 번째 일본행 때는 어떻게 보면 리꼼코스메틱이라는 회사의 덕을 크게 봤다. 최근 이 회사와 후원계약을 체결해 받은 후원금 일부를 훈련 경비에 사용했다. 아직까지는 비치발리볼 선수로서 꿈을 좇기 위해서는 생업을 병행해야 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후원금을 통해 훈련에 다녀올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했다. 언젠가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지에서 훈련할 때 대표님이 직접 맨발로 모래판까지 들어와 훈련을 도와주셨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더라. 이전까지는 우리끼리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든든한 존재가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겨울나기 돌입한 신지은·시은미



 

"겨울에도 우리의 비치발리볼은 계속된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신지은과 시은미는 현실을 마주했다.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최대 적,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이들은 날이 따뜻할 때까진 그나마 잠실한강공원 내 모래사장을 활용해 훈련을 진행했다. 물론 이동형 네트를 들고다니며 직접 이를 설치·해체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할 수 없다. 혹독한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신지은, 시은미는 "겨울 훈련을 대비해 그나마 모래가 깔려 있는 씨름장 쪽으로 알아보고 있다. 아직 확실하게 섭외된 장소가 있는 건 아니다. 아마 경기도권에 있는 씨름장에서 운동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씨름장이 구해진다고 해도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씨름장에는 네트를 꽂을 수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훈련이 제한돼 있다. 다른 실내 배구장을 하나 더 빌리든 해서 볼 훈련은 따로할 계획이다. 쉽진 않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신지은, 시은미는 이어 "특정 팀에 소속된 게 아니다 보니 모래사장 훈련과 볼 훈련뿐만 아니라 웨이트 등 개인훈련도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소속사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시지만 결국엔 우리가 직접 헤쳐나갈 몫이 있다. 생업도 병행해야 해서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그렇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겨울에도 우리의 비치발리볼은 계속된다.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신지은, 시은미는 개인 방송 플랫폼 SOOP(아프리카TV)에서 이번 시즌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응원 중계도 진행한다. 이들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회사의 제안으로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막상 해보니 여러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방송을 하면서 비치발리볼이라는 종목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에게 함께 알릴 수 있어서 좋다. 실제로 우리 방송 시청자 중에 배구와 비치발리볼 둘 중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는데 그냥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과 배구 얘기도 나누면서 비치발리볼 얘기도 같이 하면 배구뿐만 아니라 비치발리볼 관심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고정 수입도 생겼다. 계속 말하지만 우리가 비치발리볼 선수로 계속 남기 위해선 훈련과 수익 창출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고정 수입이 나오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생활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은, 시은미는 이어 "중계 방송 요일이 매번 다르다 보니 요즘엔 방송 일정에 맞춰 훈련 스케쥴을 짜고 있다. 올 겨울은 유독 다이나믹할 거 같다. 씨름장에서 훈련했다가 우리카드 중계 방송도 하고 다양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힘든 것도 많겠지만 좋게 보면 우리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일상이니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또 일본에서 네트가 없어도 할 수 있는 훈련들을 배워왔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쓰라고 했지 않나. 씨름장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하고 나머지는 배구장에서 볼 훈련을 통해서 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나아질 거다"며 씨익 웃었다. 


 


불확실한 미래. 힘들진 않냔 말에 신지은과 시은미 모두 "당연히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신지은은 "나중엔 비치발리볼을 배우러 유학도 가보고 싶다. 이제 와서 발을 빼기엔 이미 많이 와버려서 비치발리볼을 그만두기 아쉬운 것도 있다(웃음).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 비치발리볼이 없으면 그게 더 어색할 거 같다"고 했다.

시은미는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프로배구선수 출신이다. 나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프로에서 생활했지만 은퇴 후에 항상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재능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고,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선 늘 최선을 다했지만 배구선수로서 나 자신의 최대치를 찍지 못한 듯한 느낌이 은퇴 후에도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은퇴 후 한동안은 배구를 아예 안 보기도 했다. 그렇게 외면했지만, 마음 속엔 늘 배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더라. 수입도 괜찮고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 와중 (신)지은이가 비치발리볼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직장도 그만두고 이렇게 지내고 있다(웃음). 두 번 후회하고 싶진 않다. 비치발리볼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2026년에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지만 신지은, 시은미의 도전은 계속된다. "현재로선 국제대회에 나가는 데 드는 비용도 우리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매일 앞으로 한 발씩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비치발리볼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많진 않더라도 대표팀 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올해는 열리지 않았지만 원래는 매해 한국에서도 열렸었다. 또 대표팀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면 대구에 내려갈 생각도 있다. 지금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식 비치발리볼 코트가 대구에만 유일하게 있다. 지금은 생활 문제가 있으니 서울 쪽에 있어야 하지만, 비치발리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된다면 대구에서 훈련하면 된다." 자나깨나 비치발리볼 생각뿐인 이들이다.

비치발리볼 듀오 신지은, 시은미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를 좋게 봐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힘든 게 많다.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고, 우리 또한 명확한 꿈을 갖고 나아가고 있으니 주변 상황들도 점차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도 비치발리볼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났으면 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사진_더스파이크DB
송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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