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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된 국내구단, 박신자컵의 딜레마

조아라유 0

[2024 박신자컵] 8일 결승에서 토요타 꺾고 정상 등극한 후지쯔일본 W리그 챔피언 후지쯔가 10번째 박신자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버크 토즈 감독이 이끄는 후지쯔 레드 웨이브는 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토요타 안텔롭스와의 결승전에서 76-55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4경기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신한은행 에스버드, 하나은행, 케세이라이프를 차례로 꺾고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한 후지쯔는 준결승에서 BNK 썸, 결승에서 토요타를 제압하면서 6전 전승으로 제10회 박신자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후지쯔는 결승에서 23득점15리바운드6어시스트로 맹활약한 미야자와 유키가 대회 MVP로 선정됐고 190cm의 신장을 가진 조슈아도 20득점11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한편 WKBL 구단 중에서는 BNK와 하나은행이 각각 조2위로 4강에 진출했지만 후지쯔와 토요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WKBL 구단은 박신자컵에서 2년 연속 일본 초청팀의 우승을 지켜보게 되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작년부터 대폭 올라간 박신자컵의 수준

 

▲  후지쯔의 미야자와는 결승에서 23득점15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196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MVP에 선정되는 등 한국 여자농구 역대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박신자 선수를 기리기 위해 2015년에 신설된 박신자컵은 2022년까지 8번의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한 여름에 열리는 여자농구축제'라는 박신자컵의 취지와 달리 8회 대회까지는 주로 2군 및 신예 선수들이 출전하는 '퓨처스리그'의 성격이 강했고 그만큼 농구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에 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는 작년부터 박신자컵을 본격적인 프로 컵대회로 승격하면서 일본의 토요타 안텔롭스와 에네오스 선플라워즈, 호주의 벤디고 스피릿,필리핀의 국가 대표팀을 초청해 대회 규모를 대폭 키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던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박신자컵 기간 동안 소속 구단으로 복귀해 박신자컵에 출전하면서 대회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박신자컵의 위상을 키우기 위한 한국여자농구연맹의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작년 박신자컵 4강에서는 토요타와 KB스타즈, 에네오스와 우리은행 우리WON이격돌하는 2개의 한일전이 성사됐고 4개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토요타와 우리은행의 결승 대진이 성사됐다. 우리은행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6명 밖에 없었음에도 주전 4명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투혼을 벌인 끝에 65-72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토요타에게 우승을 내주긴 했지만 수준 높은 구단들을 초청해 치렀던 9번째 박신자컵은 농구팬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구단들 역시 더욱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면서 박신자컵의 위상도 더욱 올라갔다. 그리고 한국여자농구연맹은 올해 통산 10번째 박신자컵을 맞아 대회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일본 구단 세 팀과 함께 대만 리그 챔피언 케세이라이프를 초청 구단에 포함 시킨 것이다.

국내 구단에겐 너무 강했던 일본 팀들

 

▲  대회 시작 후 3연승을 기록했던 우리은행은 토요타에게 패한 후 골득실에서 밀려 4강진출에 실패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올해 박신자컵에서는 작년 3위에 올랐던 에네오스가 불참했지만 2023-2024 시즌 일본 W리그 우승팀 후지쯔와 작년 박신자컵 우승을 차지했던 토요타, W리그 7위팀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까지 일본에서 세 팀을 초청했다. 여기에 대만 리그 우승팀 케세이라이프까지 더해지면서 초청팀의 수준은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전력이 갖춰지지 않은 WKBL 구단들이었다.

WKBL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와 대표팀의 주전선수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이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여기에 FA시장과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특히 작년 박신자컵에서 나란히 4강에 진출하며 WKBL의 자존심을 지켰던 우리은행과 KB는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WKBL 구단들의 불안 요소는 박신자컵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작년 준우승팀 우리은행은 첫 3경기를 모두 잡아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토요타에게 14점 차로 패하면서 BNK에게 골득실에서 뒤져 4강진출에 실패했다. 우리은행과 함께 A조에 속했던 KB 역시 강이슬이 3점슛 8개를 포함해 33득점을 퍼부었던 히타치전에서만 승리했을 뿐 나머지 3경기를 모두 패하며 A조 4위에 머물렀다.

B조에서는 후지쯔와 나머지 팀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후지쯔는 조별리그 4경기에서 상대와 경기당 평균 24점의 점수 차이를 보였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삼성생명이 일본 챔피언 후지쯔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5일 후지쯔전에서 배혜윤과 이주연을 제외한 주전 선수 대부분이 출전했음에도 후지쯔에게 무려 97점을 허용했다. 여자농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코어였다.

올해 박신자컵에서 보여준 후지쯔, 토요타와의 수준차이를 고려하면 내년에도 비슷한 레벨의 해외 구단을 초청할 경우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약한 팀을 초청해 인위적으로 대회의 수준을 떨어트리면 농구팬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다. 어렵게 높인 박신자컵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구단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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