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군인 같아" 올림픽도 못 나온 북한 여자 축구, 해외가 극찬한 이유

미국의 축구 선수였던 오라일리(왼쪽)가 2007년 여자 월드컵에서 미국이 북한과 2-2로 비긴 경기에서 공을 놓고 경합하고 있다.

사진=BBC, 게티이미지뱅크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에 실패했지만, 전 세계는 여전히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국가인데다, 이따금 국제 대회 출전 때마다 보여주는 놀라운 실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13일 영국 BBC는 '북한의 흥망성쇠-여자 축구의 잠자는 거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이 앞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월 있었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일본에 2대1로 패해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세계 무대에 서진 못했지만 북한 여자축구는 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강팀이다. 최근 국제대회에 나서거나 평가전을 치르지 않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없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AFC 여자 아시안컵과 EAFF 여자 동아시안컵에서도 각각 3차례 우승했다. 남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북한과의 이전 게임들에서 절대적 열세였다.

BBC는 북한 여자 축구선수들이 애국심,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 강도 높은 훈련 등으로 군인 못지않은 체력을 갖춰 여자 축구계의 '잠자는 거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07년 열렸던 여자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계 랭킹 1위이자 2회 우승팀인 미국에 맞서 2-2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강인했던 체력, 놀라운 경기력은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당시 북한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미국 선수 '헤더 오라일리'는 BBC에 "2007년 경기는 도전적이었고 정말 어려웠다"면서 "그들에게 공을 뺏는 것은 어려웠고 그들이 매우 빠르게 주변을 맴돌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의 전력 파악이 되지 않아 어려웠다고 인터뷰했다.

2007년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경기 후 스웨덴과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준준결승에서 우승팀인 독일과 만나 패했다.

 

브리기트 바이히 감독(가운데, 푸른 재킷)은 2003년 아시안컵, 2003년 여자 월드컵, 2004년 올림픽 예선전에서 북한 대표팀을 따라다녔다./사진=BBC

 

 

 

 

5년간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을 따라다니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든 오스트리아 출신 브리기트 바이히(Brigitte Weich) 감독 역시 "선수들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김정은 국방위원장 아버지) 때부터 여자 축구를 지원해왔다고 끊임없이 말했다"며 "북한은 어릴 때부터 정식 축구 훈련을 받고, 전국에 스카우트가 파견되고, 주 정부의 비용으로 선수들을 풀타임 훈련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선수들에게 주는 보상이 연봉 등이 아닌, 거주지 이전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가 생활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시골이 아닌 평양에 사는 것은 특권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평양 아파트를 선물로 받아 부모님과 함께 평양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는 전언이다. 또 국가대표가 되면 해외에 나갈 수 있고, 북한 내 스타가 된다는 점도 이들이 축구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진행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코로나로 1년 연기)에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기록적 대승을 거둬 은메달을 확보하기도 했다. BBC는 이 팀이 앞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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