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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말라더니 골드러시… 이러다 역대 최고 성적 낼라

조아라유 0
‘목표 초과 달성’ 팀 코리아 비결
 

그래픽=김하경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143명. 1976 몬트리올 대회의 50명 이후 최소 규모다. 금메달 5개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3일 현재 금메달 9개(은7·동5)로 종합 6위를 달린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종목 단체와 선수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가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선수 ‘이름값’ 배제…기술은 적극 수용

4일까지 치러진 4종목의 금메달을 석권한 한국 양궁은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선발전을 3차까지 진행해 남녀 8명씩으로 가리고,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쳐 최종 대표를 선정한다. 6~7개월 정도 걸리는 마라톤 선발전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지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곤 기존 대표팀 선수에게 줬던 ‘1~2차 선발전 면제권’을 없앴다. 모두가 동등하게 경쟁하자는 취지였다. 도쿄 올림픽 3관왕이었던 안산(23)이 파리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름이 생소했던 전훈영(30)은 단체전 우승에 앞장섰고, 남수현(19)은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 공정한 시스템의 힘을 보여줬다.

대한사격연맹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발전 방식을 갈아엎었다. 이전까지 5경기 합계 점수로만 선발하다 보니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본선까지는 잘 쏘고도 결선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연맹은 선발전 중 2경기는 결선까지 치르는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17),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19) 등 ‘강심장’인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사격은 4일 현재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종전 최고 성적이었던 2012 런던 올림픽 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려면 훈련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한펜싱협회는 파리 답사를 하고 돌아와 지난 6월 진천선수촌에 그랑팔레 경기장을 그대로 만들었다. 규격이 동일한 메인 피스트(Piste·경기대)를 설치하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을 비슷하게 맞췄다. 경기 시간과 진행 순서도 올림픽에 맞췄고, 소음은 물론 오심 상황까지 대비했다.

양궁협회는 이미 20년 전부터 가상 현실 기기를 도입하고, 개인용 단말기를 활용해 훈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첨단 과학을 동원하고 있다. 이번엔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슈팅 로봇까지 훈련에 활용했다. 사격 대표팀도 가상현실 기술로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 있는 사격장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당돌·자율적 MZ 선수들, ‘투혼’도 남달라

‘MZ 세대 선수’는 지도자와 생각이 다르면 바로 자기 의견을 낸다. 한참 위 선배에게도 할 말은 하는 분위기가 잡혀 있다. 남자 펜싱팀의 도경동(25)은 맏형 구본길(35)에게 경기 도중 “정신 차려요”라고 다그치는가 하면, “안 되면 제가 언제든 뒤에서 나갈 테니까 자신 있게 뛰어요”라고 격려했다. 구본길은 “나를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 동생들에게 고맙다”라고 했다.

멘털이 강해 ‘살 떨리는 순간’에 대범하게 덤벼들 수 있다는 것도 MZ 선수들의 강점이다.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양지인(21)은 “내 좌우명은 ‘어떻게든 되겠지’다.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압적인 훈련 방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 랭킹에 들기 위해 훈련과 국제대회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몸을 관리한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을 딴 김우민(23)은 2022년 연맹이 주도했던 호주 전지훈련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판단하자, 올해 초 스스로 다시 호주를 찾아 지옥 훈련을 소화했다.

어린 선수들이 한국 스포츠 전통의 덕목인 ‘투혼’과 ‘헌신’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자 유도 최중량급인 100kg이상급 은메달을 딴 김민종(24)은 결승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쳤음에도 이튿날 단체전에 출전해 한국의 첫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탁구팀 임종훈(27)은 척추뼈가 신경과 근육을 찌르는 아픔을 참아내며 파트너 신유빈(20)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일궜다. 임종훈은 “국제대회 메달을 따서 돌아오는 게 국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왔다. 허리가 부러져 경기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영빈 기자
배준용 기자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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