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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이자 친구, 전설의 배구 ‘DNA’ 한유미&한송이 아름다운 동행 [창간39주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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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왼쪽)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한송이가 지난달 28일 서울 한강공원 잠원지구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정다워 기자

 

한유미(오른쪽)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한송이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정다워 기자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친구 혹은 동반자. ‘자매’ 한유미(42), 한송이(40)는 이제 같은 길에 섰다.

한유미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한송이는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에서 손꼽히는 리빙레전드 자매다.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합작했다. 자매가 나란히 최고의 자리에서 스타로 활약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한송이가 지난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두 사람은 같은 ‘은퇴 선수’가 됐다. 한 위원은 이미 배구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명품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방송, 개인 채널을 통해 배구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전하고 있다. 한송이에게는 일종의 ‘롤모델’이다.

둘은 최근 스포츠서울 창간 39주년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한송이는 “언니 덕분에 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언니가 있어 너무 다행이다. 먼저 겪어준 덕분에 내가 더 잘살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시즌 은퇴하길 바랐다”

사실 한 위원은 동생이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은퇴하길 바랐단다. 그는 “내 선택으로 은퇴하는 것도 복이다. 자칫 송이가 등 떠밀려 은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은퇴에 관해 얘기했다. 누구나 은퇴하지만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그만두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한송이는 “지난시즌 종료 후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1년 더 하기로 하면서 이제 정말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는 계속했다”라면서 “그래서 모든 일에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시즌을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팀이 잘 되길 바랐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행복감이 더 컸다. ”라고 은퇴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 모두 은퇴하면서 부모님은 큰 허전함을 느낀단다. 자매를 키운 한선택 씨와 송문희 씨는 지난해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장한어버이상을 받았다. 한송이는 “부모님은 계속 언니한테 내 은퇴 여부를 물어보신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경기를 보는 게 낙이라 그런 것 같다. 그게 없어지니 허전해하시는 것 같다. 특히 아빠가 심심해하시는 것 같다. 이제 손주를 봐야 할 나이인데 다른 친구를 보며 부러워하시는 것 같다. 아직 포기하신 것 같지는 않다”라며 웃었다.


 

한유미(오른쪽)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한송이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미소 짓고 있다.

정다워 기자

 


◇선수로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두 살 터울인 데다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유지했다. 자연스럽게 한 팀에서 뛸 수 있었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함께한 게 유일하게 호흡을 맞춘 경험이다.

한 위원은 “서로 한 팀에서 뛸 기회는 있었는데 상황이 허락하지 않더라. 늘 장애물이 생겨 무산됐다”라며 “차라리 그게 잘 된 것 같다. 만약 우리가 같이 뛰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화살이 우리 둘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함께했는데 그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 그게 전부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송이는 “아마 서로 불편했을 수도 있다. 언니가 해설위원을 한 후 내 경기 중계를 한 적이 있다. 내가 5000득점 기록을 달성했는데 언니가 엄청 건조하게 ‘네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더라. 그걸 듣고 정말 웃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아무래도 자매라 해설할 때 더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누가 뭐라고 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칭찬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자매는 최근 김연경 은퇴경기에서 같은 자리에 섰다. 유튜브, 방송에도 함께 나가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선수로는 함께하지 못한 한을 푸는 중이다. 한송이는 “언니와는 관심사도 비슷하니까 여러 일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다니면 재미도 있으니 앞으로도 함께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한송이가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보조 경기장에서 열린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 경기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송이(왼쪽)와 한유미 KBSN스포츠 해설위원.제공 | 한국배구연맹

 

 


◇자매, 친구, 혹은 롤모델

나이로는 두 살, 학년으로는 3학년 차이인 두 사람은 친구 같은 동반자다. 한송이는 “아무래도 지인이 겹치니까 최근에는 일주일에 4일 정도를 보는 것 같다. 부모님과 식사도 자주 한다. 싫지는 않다. 싫으면 핑계 대고 안 나갈 텐데 다 나간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 위원은 “서로 다정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할 말은 다 한다. 어릴 땐 내가 일방적으로 동생을 혼내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언니는 지난 2018년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2012년 올림픽 후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다 다시 코트로 돌아온 한 위원은 6년 전부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한 위원은 “은퇴하면 불안감부터 생긴다. 나도 그랬다. 기다리면서 흥미를 느끼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 때가 되면 어떤 일이든 생긴다. 지금이 다시 안 올 수도 있다. 송이도 이 순간을 즐기면 좋겠다. 내가 겪은 일을 옆에서 봤으니 시행착오도 없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한 위원이 걸어온 길은 동생에게 ‘모범 교본’이 된다. 한송이는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감도 오더라. 하지만 이제 편해졌다. 기다리며 찾으면 될 것 같다”라면서 “확실히 언니의 존재가 크다. 언니가 나에게는 일종의 롤모델이다. 내 상황을 다 아니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의지가 된다”라고 말했다.

은퇴한 한송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스포츠 심리학’이다. 한송이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게 정신력, 멘탈의 중요성이다. 멘탈이 잡힐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경기력이 달랐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것,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기회를 만들어 공부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도자 일에도 관심은 있다. 원래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 도전해보고 싶다. 우선 일반인, 유소년을 가르치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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